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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삼족을 멸하라! 그런데...삼족(三族)이 누구야? 下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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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솜씨로 김상택 일가를 도륙내고 있는 의금부 도사, 그의 시선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김상택 가문의 여자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뭐 대충 남자들은 처리한 거 같고….”
 
“저기 나으리, 80세 이상이랑, 중병 걸린 사람, 16세 이하 애들이랑 숙부랑 조카들도 남아있는데요?”
 
“80세 이상이신 분들하고, 병 걸린 사람은 훈방 조치해.”
 
“예? 그래도 거시기…반란군 가족들인데….”
 
“이시키, 넌 인마 지하철도 안타봤어? 노약자랑 임산부는 특별히 따로 자리 빼놓잖아! 이시키 경로사상도 없는 놈 아냐?”
 
“아…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거시기 숙부랑 조카들은 어쩌죠?”
 
“걔들은 어디보자…그래설라무네…아, 걔들은 좀 촌수가 멀다고 봐주는 거다.”
 
“훈방 조치입니까?”
 
“아니, 3천리 밖으로 유배 보내는 거란다. 후딱 준비해서 보내라.”
 
“예 알겠습니다.”
 
“자…그럼 나머지를 처리해 볼까? 자자, 여기 주목해 주세요! 아…너무 떨지 마세요. 이제 뭐 사람 죽이는 일 없을 테니까 안심하세요! 이게 또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아까 넥타이 공장 끌려가신 분들은 운이 없는 거고…. 여하튼 산 사람이나 마저 살아야죠? 일단 여기 있으신 분들 중에서 자기가 만60세를 넘었다. 환갑 지난 할머니들은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저…저기 내가 올 봄에 환갑이 지났어.”
 
“아이구 그러세요? 이리 나오시죠.”
 
“내가...늘그막에 못 볼 꼴 보고 있으니까…흑흑”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죠. 할머니는 훈방조치거든요? 나거서서 오래오래 사세요. 자자, 그리고 거기 16세 이하 애들 전부 일루 와. 여기 아줌마들이랑 같이 서라!”
 
“저기 질문 있어요! 저는 김상택이 둘째 아들 첩이거든요? 얘는 그 아들내미 새끼고? 세컨드랑 그 자식도 같이 서야 해요?”
 
“세컨드 예외 없습니다!”
 
“서드는요?”
 
“세컨드, 서드…그 다음에 뭐냐? 하여튼 첩들도 다 포함되는 거니까 그 자리에 계십시오!”
 
“김상택이 손자도 잡혀가야 합니까?”
 
“손자도 예외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방금 전에 나가신 60세 할머니를 제외한 형제자매, 처첩, 조손, 어머니 등등 모두 남아있어야 합니다.”
 
의금부 도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이어지는데,
 
“삼족은 아버지, 나, 자식 이렇게 3대 아닙니까? 손자는….”
 
“대명률에는 손자도 끼어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16세 이하 남자들은 다 포함 됩니다!”
 
“형제자매 다 걸리는 겁니까?”
 
“예외 없습니다! 무조건 걸립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은 다 해당사항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만 떠드시고, 제 설명 마저 들으세요.”
 
“저희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걸 설명드릴께요. 에 또…아까 넥타이공장 가신 분들은 지금쯤 구천을 떠돌텐데, 여러분들은 그래도 살아 있잖습니까? 일단 여러분들은 삽니다. 다만!”
 
“다만, 뭐요? 사람 그만 좀 긴장시키고 속 시원하게 말해주세요.”
 
“그러니까…여러분들은 이제부터 양반, 그것도 잘나가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기층민 생활을 하셔야 하는 겁니다. 에 그러니까, 김상택 일가의 모든 재산은 국가에서 몰수하고, 여러분들은 그대로 노비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는 겁니다.”
 
“노…노비요?”
 
“덤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들은 나라의 공을 세운 공신들의 집으로 할당 될 것입니다. 뭐, 그래도 방금 전에 넥타이공장 간 사람들 보다는 낫잖아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그…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디 있긴요. 여기 있죠. 이건 어디까지나 나라에서 정한 법대로 시행되는 것이니, 불만이 있더라도 어쩌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참아야죠.”
 
이리하여 김상택 일가는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게 되었는데, 16세 이상의 남자들 거의 다가 죽음을 당했고, 그 나머지 사람들은 노비로 전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삼족을 멸한다 하지만, 그렇게 빡세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다 지킨 형량은 거의 없었다.
 
TV사극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던 ‘삼족을 멸한다.’는 대사가 실제로 조선왕조 5백년을 거쳐 오면서 실행된 적은 극히 미미했었고, 대명률에 의해 역모죄를 다스렸다 하나 그걸 FM대로 그대로 시행한 경우도 드물었다. 역모란 사건 자체가 임금과 관계된 사건인데다가, 전제왕조 국가의 특성상 임금의 성격과 당시 정치적 상황 등등을 고려해 FM대로 처리할 것이냐, 아니면 그냥저냥 적당히 적용할 것이냐가 결정 났던 것이다. 상당수의 역모가 또한 정치적인 조작사건이 많았다는 이유도 첨가해야겠다.
 
정치적으로 조작된 역모였기에 형벌을 엄격하게 적용하기에는 양심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심심찮게 들어왔던 ‘삼족(三族)을 멸한다.’는 말에는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깔려있었던 것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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