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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나라에서 흰옷을 금지한 사연 下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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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 금지를 두고, 흰색 찬성파 대신과 흰색 반대파 대신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 과연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이 사람들이…무조건 흰색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흰색의 실용성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보라니까!”

 

“흰색에 무슨 실용성이 있다고! 때 잘 타지, 세탁 자주해야지, 거기다가 상하간의 신분도 구별 안 되지. 좋기는 뭐가 좋아!”

 

“이 사람이…일단 들어 봐봐 쫌! 그러니까 말야. 흰옷을 입으려면, 깨끗이 입어야 하잖아?”

 

“그렇지.”

 

“원래 좀 흰옷이 때가 잘 타잖아.”

 

“알면서도 흰옷을 주장하는 거야?”

 

“좀 들어보라니까! 그래서 말인데, 흰옷을 빨기 위해서는 양잿물에 푹 삶아서 빨아야 하거든, 그거 일일이 뜯어내서 빤 다음에 다시 붙여서 있는 거 보통일이 아니거든.”

 

“그렇게 빨기 힘든데, 왜 흰옷을 고집하는 건데?”

 

“이제부터 판단을 잘 해야 한다니까. 집에서 빨래를 누가 하지?”

 

“여자들이 하지.”

 

“그렇지. 여자들…여자들이 얼마나 말이 많고, 손이 많이 가는 족속들이야? 툭하면 남편한테 개기고 말야. 아싸리 이렇게 힘든 빨래를 계속하게 만들면 지들도 피곤해서 남편 신경 쓸 틈이 없을거야. 어때 죽이지 않아?”

 

“드…듣고 보니 딴은 그런 거 같은데…그거 하나를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할 사회적 손실이 너무 많아!”

 

“사회적 손실이라니?”

 

“일단 빨래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물질적 손해를 생각해야지. 그리고 흰옷…그거 비싼 흰옷은 비단으로 만든게 많다고…. 그 비용 누가 다 감당할래? 더구나 흰옷은 자주 빨아야 해. 결정적으로 양반이나 천민이나 모두 유니폼 챙겨 입듯이 흰옷만 입다보면, 반상의 도가 무너져서 상것들이 기어 오를수도 있다고, 무조건 흰옷은 금지되어야 해!”

 

이런 몇 차례의 논의 끝에 대세는 흰옷 금지로 돌아섰지만, 좀처럼 이 흰옷 입는 습관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터진 것이 바로 말많고 탈많은 임진왜란이었다.

 

“저…전하, 왜놈들이…왜놈들이….”

 

“쉬파 쪽바리시키들…. 왜 가만히 있는 우리나라를 쳐들어 와가지고…. 일단 명나라 애들 한테 원병 요청하고, 앞으로 조정을 전시체제로 전환한다.”

 

“전하, 비상체제는 또 비상체제다운 분위기를 풍겨야 하는데….”

 

“그게 뭔 소리야?”

 

“거시기 뭐냐…박정희도 경제개발 5개년계획 하면서 재건복같은거 만들어서 입히지 않았음까?”

 

“그래서?”

 

“우리도 그런 거 한번 만들어 입고, 새로운 각오로 왜놈들과 싸우는 거 어떻슴까?”

 

“음 굿 아이디어! 좋았어. 접수! 당장 실행하자!”

 

이리하여 임진왜란 당시 비상복(非常服)으로 나온 것이 상하의 모두 검은색으로 물들인 블랙삭스 패션이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비상복 패션으로 넘긴 조선은 다시 정상적인 형태의 패션으로 돌아가려 하였으나, 이미 두 번의 난리로 반상의 차이가 거의 없어진 상황. 조정에서는 끈덕지게 흰옷금지령을 내리면서 백성들을 교화시켰지만, 이런 흰옷금지의 효과는 미미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지지부진한 상황을 일거에 날려버린 것이 고종황제의 단발령과 함께 이어진 양복착용이었다.

 

“이건 분명히 쪽바리 놈들이 우리 황제폐하를 협박해서 일어난 사단이다! 조선인은 화이트 칼라다!”

 

백성들의 반발을 만만치 않았는데…이런 일반 백성들의 흰색에 대한 집착…단순히 한민족은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만 알려졌지만, 이런 백의민족의 속성을 거부한 기득권층의 모습 결국 우리민족이 백색을 버리게 된 것도 기득권층의 꼼수 때문이었으니…1905년 10월 경무사 신태휴가 포고한 법령 때문이었다.

 

“거시기 뭐냐? 네들 흰옷 앞으로 입지 말어. 앞으론 무조건 색깔있는 옷이야. 그것도 검은색으로 알았지? 그렇게 안입고 나오면 확 잡아간다!”

 

이때 검은색을 입으라고 법령을 발표한 이유는 검은색은 때가 안타고, 위생적이란 이유…여기에 더해 당시 외국인들과 왜국(矮國)인들이 주로 검은색 옷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속사정이란걸 살펴보면, 당시 조선에 진출해 있던 일본의 염료 업자들이 조선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왜? 조선 사람들은 옷을 물들여 입지 않고, 그냥 흰옷을 입기 때문이었다.

 

상고시대로부터 줄기차게 흰옷만 고집해 왔던 한민족…그저 지금의 역사로만 바라보면, 한민족=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공식처럼 달달 외우기만 했지만, 역사를 파고 들어가면 우리 조상들도 이 흰옷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싸웠다는 사실, 정권은 시시때때로 흰옷을 척결(!)하기 위해 애썼다는 사실 등등이 튀어나온다. 생뚱맞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너무 우리의 역사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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