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참, 눈이 침침해서….”
“아니, 예조참판 영감. 나이가 몇이라고 벌써 눈이 침침하오?”
“이거 참…어렸을 때 책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난감하네….”
“쯧쯧, 그러게 야동을 봐도 좀 화질 좋은 걸 보고 그랬어야죠.”
“아니, Divx급 이하로는 아예 다운도 받지 않았는데…헉!”
“책을 너무 열심히 봤다더니…쯧쯧.”
“아니, 거시기…가끔 시청각 자료로….”
“DDR을 위한 시청각 자료겠지.”
“그만합시다. 소싯적에 야동 한번 안 본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걸 가지고 타박이오? 직장동료가 지금 눈이 안보여 고민 중이거늘….”
“눈이 안 좋으면 애체(조선시대 안경을 ‘애逮체’라고 불렀다. 중국식 발음을 그대로 따온 것인데, 애체라는 말과 함께 ‘왜납矮納’이란 말도 썼었다. 이 왜납은 안경을 이르는 페르시아어 ‘애낙Ainak’에서 따온 듯 하다. 이러던 것이 ‘안경眼鏡’으로 정착되었다)라도 하나 장만하면 되지 않소이까?"
“안경 값이 어디 한 두 푼해야 말이지. 그게 또 가격이 비싸면, 성능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대충 외국에서 수입해서 렌즈만 끼워 있으면 안경이라고 하니…이게 무슨 논산훈련소에서 저시력자용 방독면 안경 받는 것도 아니고….”
“그거 참 고민이겠소.”
“그냥 팔자려니 해야지, 에휴.”
“그러지 말고, 경주남석 안경을 써보는 건 어떻겠소이까?”
“경주남석을요?”
“사람 몸이 10할이라면 그중 눈이 9할이란 말이 있지 않소? 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겠소? 기왕지사 안경을 살 생각이 있다면, 최고급으로 맞춰보는 게 좋을 듯 싶소. 사람들이 괜히 명품, 명품 그러겠소? 이왕 살 거면 한 번에 최고를 사는 게 두 번 돈 쓰는 일을 막을 것이오.”
“그래도…경주남석 안경은….”
“어허, 사람 몸의 9할이 눈이래두….”
고민을 하는 예조참판, 그는 왜 경주남석이란 말에 인상을 찌푸릴까? 이 당시 최고의 안경은 바로 경주 남산에서 채굴된 수정석으로 만든 안경이었으니, 이 안경을 ‘경주남석 안경’이라 불렀던 것이다. 경주남산에서 채굴된 수정은 다른 지역에서 나온 수정보다 경도가 강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당대 최고의 안경렌즈로 인정받았다. 이 최고의 렌즈를 가지고 최고의 장인들이 100% 수작업으로 만든 경주남석 안경은 방귀 깨나 뀌는 양반들이 서로 못 구해 안달인 명품 중의 명품이었으니, 그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남자는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 아니오?”
“…….”
“이럴 때 쓰라고 나온 것이 카드가 아니오? 36개월 무이자 할부도 있고…ARS 주문 넣으면 1000원 할인도 된다오.”
“이조참판, 당신 혹시…지름신?”
“지름의 도(道)는 뒷생각을 하지 않고, 땡기는 그때 같이 땡겨주는 것이 아니겠소? 생각날 때 질러야지, 떠나간 뒤에 후회하면 그때는 이미 늦소. 생각날 때 땡기시오. 내 전화 넣어드리리다.”
이조참판의 꼬드김에 넘어간 예조참판, 결국 경주남석 안경을 주문 넣게 되는데…
“영감, 그러니까…이게 뭡니까?”
“3”
“그럼 이건?”
“내 천(川)이 아니더냐?”
“예, 그럼 이건?”
“검을 현(玄)”
“예, 됐습니다. 영감은 그저 근시입니다. 안경만 잘 맞추면 예전처럼 야동이나 야사를 보실수 있을 겁니다.”
“그래? 네 자네만 믿겠네.”
“예 영감. 탁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시력을 측정한 예조참판 그렇게 경주남석 안경을 기다리게 되는데, (위 장면은 작자 상상력에 의한 픽션입니다) 초특급 대하 울트라 메디컬 역사 사극 ‘건방지게 안경을 끼고 있느냐!’는 예조참판의 경주남석 안경이 택배로 배달되는 내일로 넘어가는데…이 대목에서 한마디, 독자 여러분 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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