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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금리(金利) 고금(古今)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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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지금 교회에서 관례가 돼있는 연보의 십일조(十一租)는 중세 유럽의 교회에서 교구민으로부터 받았던 십일조 현물세에서 비롯되고 있다.

 

연간 수입이나 소출의 10분의 1을 바치는 십일조는 유럽에 국한된 세제만은 아니었다.

 

<맹자>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저는 백성의 소득의 20분의 1을 취하여 정사(政事)를 하려 하는데 어떻습니까"고 백규가 묻자, 맹자는 십일조를 넘겨 거두면 악정의 상징인 걸의 소행이요 십일조에 못미치게 거두어도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오랑캐의 도리라 했다.

 

그래서 역대 중국 왕조나 우리 왕조에서도 백성으로부터 거두는 세금이 십일조에서 넘치거나 모자라면 악정으로 판단하는 십일조 철학이 지배해 왔던 것이다. 세정(稅政)에 있어 십일조는 동서고금의 금리에도 고스란히 적용돼 내렸음은 흥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곧 금리는 연 1할을 넘겨 받아서는 악이 되었던 것이다. 셰익스피어도 자주 썼던 십삼조(十三租)란 말이 바로 정상을 이탈한 난폭이나 억지 악정을 뜻했음을 미뤄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우리 옛 법전인 <속대전>에 보면 금리규정이 있는데 모든 빚의 이자로 1년에 2할을 넘겨 받는 자는 공사를 막론하고 장 80, 도 2년에 처하며 갑리(곱절)를 취하는 자는 장 100에 정배 10년에 처한다 했다. 하지만 이 규정과는 아랑곳 없이 시중금리는 십일조로 안정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장날에 빌려 닷새 후인 다음 장날에 갚는 단기변제의 시변이자는 3부~1할의 고리요,왕족이나 세도가, 고관대작들의 돈을 맡아 늘려주는 환전객주로부터 빌려쓰는 돈은 시변이라 하는데 그 돈줄의 세력부침에 따라 요즈음의 주가처럼 시세가 무상하다.
 
대체로 수신금리는 월 2부요, 여신은 3부였다 하니 환전객주의 폭리가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또 체계라 하여 목돈을 빌려쓰고 일수나 월수로 갚아나가는 금리는 월 6부나 되어 체계를 얻어 쓴다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되기까지 했다. 월 5할에서 10할까지 하는 동서고금 최고리의 금리로 빌려쓰는 복전(福錢)이라는 것도 있었다. 그 집 돈으로 장사 밑천을 하면 일확천금하고 그 집 돈으로 노자를 삼으면 과거에 급제한다던가 하는 소문난 집 돈의 미신적 금리인 것이다.

 

오늘부터 여-수신 금리를 1~3% 인하, 금리의 이상률(理想律)인 십일조 금리에 접근시켜 놓고 있다. 금리는 이상률일지 모르나 금융의 배분이 고르지 못하고 편중돼 있어 소수의 큰 빚쟁이들만이 앉아서 큰 덕을 보는 부작용이 없진 않다. 금융의 민주화가 전제되지 않은 금리 인하는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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