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규태 코너] 고춧가루총(銃)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4:11

본문

[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육식하는 서양사람들이 고기를 저장하는데 후춧가루가 필수이듯이 채식하는 우리 한국사람들이 김치를 저장하는데 고춧가루가 필수다.

 

또한 서양사람들에게 있어 후춧가루가 냉을 없애주는 사랑의 묘약이듯이 한국사람들에게 있어 고춧가루는 소주에 타마심으로써 감기를 떼는 묘약이었다.

 

광해군 때 기록에 보면 당시 고추는 약포의 뒤란에 조금씩 심었던 약용작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또 후춧가루는 로마병사들이 몸을 덥히고자 복대(腹帶)에 둘렀던 방한제(防寒製)였다면 고춧가루는 우리 조상들 추운 겨울날 먼길 떠날 때 버선틈에 넣어 발을 덥혔던 역시 방한제였다. 후추와 고추는 맵다는 공통성 때문에 용도의 공통성 또한 적지않음을 알 수가 있다.

 

로마의 도미티언 황제는 로마의 성안 요소 요소에 후춧가루의 저장소를 만들어 두고 있었다. 화폐단위로 유통되었으리만큼 값진 물건이기에 로마의 부(富)로서 대대로 물리기 위함이기도 하고, 성이 포위되어 위기를 당했을 때 살포기로 이 후춧가루를 뿌리거나 태움으로써 매운 연기로 적을 물리치는 화생방 무기로서 쓰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도입된 경로에 대해 많은 설이 있으나 임진왜란 때 왜적의 화생방 무기로 전래되었을 것이라는 설도 그중 하나다. 원산지인 중남미에서 고추를 일본에 전래시킨 것이 포르투갈 상인임이 고증되고 있는데다가 선조 때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보면 난중에 왜국에서 건너왔기에 왜개초라 한다했고, 역시 실학자인 이귀경의 <고추변증설>에 의하면 전진에서 고추를 태운 매운 연기를 날려 눈을 못뜨게 해놓고 진격을 하거나 기습작전의 일환으로 고춧가루를 안면에 뿌리기도 한다 했다.

 

이렇게 내외문헌을 종합해보면 고추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왜란이 진행 중이던 1592년에서 1600년 사이의 일이며 왜적의 무기로 전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한말 울릉도의 자치권을 놓고 원주민과 친일세력과의 권력싸움이 무상했는데 고춧가루를 활용하는 소위 고춧가루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고 있음으로 미루어 여염(閭閻)에서도 비폭력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음을 짐작케 해준다.

 

LA폭동으로 폭력도시라는 악명을 못벗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각양각색 각급각처의 폭력을 다스리는데 고춧가루분사 이상으로 상해(傷害)없이 진압되는 수단이 없는 것으로 실험을 통해 판단하고 지방의회에서는 20만달러의 예산으로 일선 경찰에게 고춧가루총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다. 이러고 보면 역사란 발전하는건지 역전하는건지 아리송해지기만 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