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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입시(入試) 커닝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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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옛날 중국의 과거시험장을 시원이라 하고 시험감독을 학정이라 했다.

 

감독에 임한 학정은 줄로 맨 열 개의 도장을 주렁주렁 목에 걸고 수험생 틈을 누비게 마련이다. 시험 중 부당하거나 부정한 행위가 적발되면 그에 해당된 도장을 시험지에 찍음으로써 당락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 열 개의 도장이란 다음과 같다. (1)이석=주어진 자리에서 무단 이탈할 때 찍는 도장이다. 수험생은 시험보는 동안 단 한번 차를 마시거나 소변을 보기 위해 이석이 허락되었으나 촌음의 시간이 아까운지라 변기를 들고 시험장에 들어오기에 이석했다 하면 이 도장이 찍혔다. (2)환권=옆에 앉은 수험생과 시험지를 슬쩍 바꾸다가 들켰을 때 찍히는 도장이다. 미리 학력 있는자와 공모하든지, 매수를 하여 저지르는 가장 흔한 부정이다. (3)낙지=답안지나 초고지를 짐짓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행위는 옆사람에게 답안을 보이게 하려 하거나 환지를 하려는 저의로 보고 찍히는 도장이다. (4)설화=옆사람과 은밀히 말을 나누다가 찍히는 도장이다. (5)고반=눈동자를 굴린다는 뜻으로 사방팔방을 돌아보아 남의 답안을 훔쳐보려 했을때 찍히는 도장이다. (6)참월=제 자리가 아닌 남의 빈자리에 옮겨 앉았을때도 찍혔다. (7)항거=학정의 명에 순응하지 않고 반항하거나 불평했을때 찍히는 도장이다. (8)범규=답안 작성상 규정을 어기는 행위가 적발되었을 때 찍히는 도장이다. (9)음아=입속에서 우물우물 중얼거리는 행위로서 특히 시운을 잡을때 많은 암시를 줄수 있는 부정행위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과오를 유발, 점수를 받지 못하게 하는 교란수단으로도 자주 이용되었던 커닝수단이었다. (10)불완=시간이 되었는데도 완성치 못했을 때 찾아가 찍는 도장으로 누군가 그후 써넣지 못하도록 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옛날 과거시험 문제는 주관식인데다가 문장작성에 중점이 주어졌기에 커닝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는데도 이 정도로 엄한 규제가 있었던 것을 미루어 보면 요즈음 시험의 부정관리는 약과가 아닐 수 없다. 그 엉성한 부정관리의 틈을 타고 올 대학 후기입시에서 각종 커닝이 기생하여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선생님들이 끼인 조직적 대리시험이 적발되고 있는데 이건 위에 열거한 과거부정의 제2항 환권에 해당하는 커닝이요, 삐삐로 답안을 교신하는 부정은 과거부정 제9항의 음아를 전자장비로 현대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여타의 커닝수법도 얼마든지 현대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된다. 못된 일은 못된 나름대로 꾸준히 발달하고 있음이 무상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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