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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장수주(長壽酒)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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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술 좋아하는 한 사나이가 꿈에 장수보양한다는 좋은 술을 구해 이를 데워 마시고자 불을 지피는데 잠이 깼다. 깨어나서는 냉주로 그냥 마실 걸하며 후회했다는 중국 우스갯이야기가 있다.

 

미얀마와의 접경인 운남에는 원주라고 하여 원숭이가 빚은 술이 있어 이를 찾아 마시면 10년 연수를 한다 하여 이를 찾아 일확천금하려는 사람이 지금도 없지 않다 한다. 또 티베트 접경에는 미녀들이 입으로 씹어 빚는 작주가 있어 사랑의 묘약으로 미국의 부호 휴즈가 사다 마셨다 하여 소문나 있는 술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에는 별의별 명주가 많다. 산서성 분양 땅의 명주인 분주는 알콜 농도 70의 증류주로 4백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세계 주류품평회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자랑하고 있는 술이다.

 

같은 산서성의 행화촌은 예부터 미주(美酒)로 소문나 있는 술 고장이다. "청명시절에 궂은 비가 내리니/길가는 나그네의 애를 끊는다./어디 한잔 걸칠 주막집을 물으니/목동이 아스라이 행화촌을 가리킨다." 당나라 시인 두목의 시다. 이 행화촌의 명주가 1천4백년의 역사를 가진 죽엽청주다.

 

노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소흥주다. 중국에서 아이를 낳으면 술을 빚어 땅에 묻어두었다가 세월이 흘러 이 아이가 시집-장가가는 날에 그 술을 파내 잔치에 쓰는 것이 관습이었으며 20여년 묵혔다 하여 이를 노주라 했다. 서방측과의 수교를 상징하는 마오타이주(모태주)는 주은래가 즐겨 마셨던 애주요, 노주는 도연명이 즐겨 마셨던 명주며, 분주는 노신의 애주였듯이 중국역대의 명사들은 나름대로의 애주를 정해 놓고 마셨던 것이다. 살병풍(육병)이라 하여 미녀들을 벌거 벗겨 둘러놓고 그 체온으로 난방을 했다던 양귀비의 동기간 양국진이 마신 삼지구엽주는 불로 미약으로 오로지 그 혼자만이 비방을 알고 있어 만금을 주고도 알려주지 않았다던데, 불로는 커녕 겨우 40세도 못살고 죽었다. 안휘성의 명주인 고정공주는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가 기력을 기르고 지략을 살찌게 하는 비주로 소문나 있었으며, 그 비방을 알고 있다는 조조의 한 후손이 청나라 황실에 그 비방을 팔고 자사벼슬을 얻었다던데, 얼마나 지략이 없었던지 부임 반년만에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장수하고 장락하는 비주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었다. 우리 한국사람은 꾸준한 노력없이 단숨에 성취하려는 비방을 찾는데 역사적으로 피로를 느껴본 적이 없었으며 이번에 등소평이 애용한다는 장수장락보주 의 비방을 무려 4백억원이나 주고 사려다 퇴짜를 당한 한국의 한 기업인이 생겨난 것도 그런 민족성에서 필연이다. 그래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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