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적인 구애 방법으로 어르쇠짝 이라는 게 있었다.
개화기 신문인 <독립신문>이나 1910년대 신문인 <경성일보>에 보면 거울의 반사를 이용한 이 프로포즈가 당시 도덕체제와 부딪쳐 이따금 사회 문제가 됐음을 알수 있다.
어르쇠란 거울의 전통적인 호칭이다. 조선 왕조 시대에 사신 일행이 청나라 북경에 들어가면 묵게 돼있는 숙소의 바로 이웃에 지금의 러시아인 아라사 사신들의 숙소가 있었다. 그래서 물물교류가 잦았는데 우리나라 물품으로는 조선종이와 청심환을, 아라사에서는 거울과 모피가 물물로 교환되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외래 사치품이던 거울을 어르쇠라 했는데 바로 아라사란 말이 와전되어 어르쇠가 된 것이라 한다. 이 어르쇠로 햇빛을 반사시켜 짝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프로포즈를 했으며 이 어르쇠 구애로 이루어진 배필을 어르쇠짝이라 불렀던 것이다. 해방 전후까지만해도 거울 반사로 분홍색 연정을 호소하는 관습은 이색적인 것이 못되었던 것이다.
나무 위에 올라가 거울로 밭매는 순이의 얼굴을 비추는 돌이의 장난정도가 아니라 러시아에서는 지름 20m의 거울을 지상 3백50㎞의 우주 공간에 올려 지름 5㎞의 지상을 보름달 수개의 밝기로 반사시키는데 성공했다 한다. 어느 한정지역만을 밝혀주는 인공 보름달을 만들어 하늘에 띄운 것이 된다. 앞으로는 지름 2백m의 거울로 직경 수십㎞의 지역을 보름달의 50배 이상되는 밝기로 비추는 계획이 진행중이라 한다.
아더 크라크의 공상과학소설 <2010년 우주여행>에 보면 지금의 보름달보다 50배나 밝은 제2의 달이 출현함으로써 낮과 밤의 한계를 없애는 세상을 묘사해 놓고 있다. 밤에도 곡물이 자라서 농민 그리고 경찰 선원들은 사라진 밤에 대해 대환영이나 범죄자나 천문학자 시인 그리고 연인 등이 사라진 밤을 돌려달라고 항의를 한다.
백야(白夜)의 계속인 러시아의 밤을 밝혀주거나 조명에 필요한 에너지절약 그리고 전투를 위한 기습조명 등 인공 달의 필요도 없지 않을 것이나 달이 지배하고 있는 인체리듬의 파괴는 인간생태에 대혼란을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고 사회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인간생식을 지배하는 월경사이클과 차고 기우는 달의 사이클과는 일치하고 있는 등 생식에 있어 달이 차지하는 함수는 비단 인간뿐만이 아니라 범생물학적으로 지대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시집갈 날을 받아놓으면 보름달 아래로 딸을 데리고 나아가 달의 정기를 흡입하는 달먹이를 시킨 것도 바로 그 빛의 생식함수 때문인 것이다. 하필이면 보름달 중의 보름달인 정월 대보름날 전후에 기존 보름달을 파괴시키는 인공 보름달이 떠올라 보름날에 얽힌 그많은 낭만을 무참히 유린하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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