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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향기(香氣)나는 방(房)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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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어느 한 나라의 후각(嗅覺)문화는 그 민족의 체취(體臭)가 진하고 덜 진하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다.

 

19세기말 영국 사교계에서 소문난 한 백작부인이 집시청년에 의해 유괴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후에 그 백작부인은 유괴당한 것이 아니라 그 집시청년의 체취에 유혹되었다고 자백하여 충격을 주었었다. 그만큼 집시의 체취는 진하다. '신사는 붉은 머리를 좋아한다'는 왕년의 영화를 기억할것이다. 우리 한국사람들에게는 붉은 머리로 끝나지만 서양사람들에게 있어 붉은 머리-하면 강렬한 체취를, 그 체취에서 강렬한 성적(性的) 매력(魅力)을 느낀다고 한다.
 
체취 묘사(描寫)는 한국 문학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데 만약 프랑스작가 졸라의 '나나'에서 감각적으로 묘사된 그 여주인공의 부위별 체취가 없었던들 그 소설을 기억하는 분이 반감(半減)할지도 모를 일이다. 생물학적으로 동물이나 원시인에 가까울수록 후각(嗅覺)이 발달하고 육식(肉食)을 할수록 후각이 발달한 것으로 돼 있다.
 
아프리카나 남태평양, 인도차이나, 에스키모 아이누족은 서로 만나면 콧등을 비벼대면서 냄새를 맡는 코인사를 하는데 짐승들이 만나면 콧등을 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한 종족에 있어 냄새를 맡는다는 말과 인사를 한다는 말은 같다고 한다. 유럽사람들이 만나면 키스를 한 것도 코인사의 변형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그 학설이 들어맞는 것이라면 후각문화나 향료(香料)문화가 유별나게 낙후(落後)된 우리 한국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동물과 거리가 많이 떨어진 고등(高等)인간이 되는 셈이다.
 
바로 이웃인 중국문화권에서도 체취는 성적매력을 발산하는 사랑의 묘약이었다. 중국사에서 성적매력으로 손꼽히는 3대 미녀-서시, 양귀비, 향비는 서역(西域) 출신이나 서역의 피를 섞었기에 몸에서 풍기는 호취(胡臭)가 바로 그 매혹(魅惑)의 원인임은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한국사람은 노린내라하여 죽도록 싫어하는 호취인데 말이다.
 
체취뿐 아니라 냄새난다하면 악취(惡臭)를 연상하는 것도 바로 반후각문화(反嗅覺文化)의 소치랄 것이다. 식물성의 한국인에게 좋은 냄새란 나는듯 아니 나는듯, 생각 속에서 나는 것같은 암향(暗香)이요,코로 맡아지는 냄새가 아니라 귀에 들려오는듯한 문향(聞香)이다. 그래서 진한 향내를 내는 꽃은 머리가 아프다하여 멀리하고, 천리향 만리향같은 아스라히 나는 향을 가까이하고 시의 소재로 즐겨 삼았던 것이다.
 
요즈음 사무실공간이나 접객공간 그리고 사생활공간까지도 꽃내음이나 나무향같은 향내를 풍기는 에어컨디셔너가 개발되어 향내나는 방 조성이 유행하고 있다 한다. 한국의 현대를 성격짓는 요인 가운데 채식시대(菜食時代)가 가고 육식시대(肉食時代)의 도래를 드는데 향내나는 방은 그로써 형성된 동물성 후각문화의 표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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