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시저가 죽었을 때 거대한 혜성(彗星)이 오랫동안이나 나타났었다.
유럽에 있어 임금이 죽는다든지 병란(兵亂)이 일어난다든지 천재지변이 일어날 때면 그 조짐(兆朕)으로 혜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믿었다. 1910년 유럽에 혜성이 나타나 그 꼬리가 지구를 침범하자 지구 최후의 날이 왔다하여 온세상을 말세(末世)의 도가니속에 몰아넣었던 것이다. 이 말세론이 바로 1차세계대전의 전조(前兆)로 합리화되긴 했지만 그 공황기간 동안 몸에 지니면 전화(戰禍)를 면한다는 면화부(免禍符)며, 먹으면 전화를 면한다는 혜성빵을 팔아 치부한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한다. 과학적 사고(思考)를 한다는 유럽에서의 일이다.
혜성은 서양뿐 아니라 동양에서도 불길한 조짐이었다. 중국에 진나라와 연나라가 공존하고 있었을 때 일이다. 혜성이 연나라 상공에서 나타나 진나라 분야로 쓸고나갔는데 그 별꼬리가 적지않아 10여발이나 되었던 것이다. 이때 진의 관상감인 잔맹이 예언하길 10년후에 연나라가 진나라를 침공하여 멸망할 것이라했으며 이 예언은 제대로 들어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라시조 박혁거세 9년부터 혜성 관측기록이 나오는데 나타나서 이동한 방향, 나타나 있는 기간, 그리고 그 혜성꼬리의 길이까지 적고 있다. 고구려 보장왕 27년 4월에도 혜성이 나타나고 있는데 당나라에서도 이 혜성을 관측보고하면서 '동북쪽에서 나타났기로 고구려가 망할 징조입니다'고 상달(上達)하고 있다. 바로 그해 고구려는 나당연합군에 의해 사직(社稷)을 마감함으로써 이 예언을 적중시켜주고 있다.
혜성이 나타나면 스님들은 궁중으로 불러 재액(災厄)을 소멸시키는 <인왕도장경>을 베풀고 죄수를 옥에서 풀어주는가 하면 살생을 엄히 금하기도 했다.
이 혜성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태양계의 막내 유성(流星)이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태양을 도는 유성은 아홉개로 한말 최초의 미국사절인 민영익 대감의 비서노릇을 했던 미국인 퍼시벌 로웰이 명왕성(冥王星)을 발견한 이래의 대발견이다. 태양계의 가장자리 궤도를 도는 1992 QB1 이란 지구의 막내동생은 지금이 2백50㎞로 가장 작다는 명왕성의 8분의 1밖에 안되며 한 궤도(軌道)를 약 3백년주기로 도는 완행열차다. 공교롭게 이 새로 발견된 막내별의 궤도가 혜성의 발생궤도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궤도를 집단으로 돌고있는 소천체가 어떤 인력(引力)에 의해 태양계에 끌어들어온 것이 혜성으로 알려졌으며 그래서 이번에 발견된 막내별은 혜성을 뿌리는 꼬마대장인 셈이다. 혜성의 족보와 태양계의 비밀을 해명하는 20세기 굴지의 대발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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