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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환성(幻想)의 아버지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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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육당 최남선이 백두산의 원시림 속에 들자,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탄성은 "에구머니!"였다.

 

예기치 않았던 놀라운 일을 당하면, 한국사람은 예외없이 "어머나!"하고 여전히 어머니를 부른다. 배우나 가수가 의외의 수상을 하고 감격했을 때 엄마를 부르며 우는 광경도 자주 접한다.
 
대중가요에 즐겨 쓰이는 낱말빈도 가운데 최고로 높은 낱말이 바로 어머니요, 아버지는 1백8위로 조사된 것을 보았다. 우리 한국에 있어서 아버지와의 친화도는 어머니의 그것에 비해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성악곡(交響聲樂曲)에 죽은 자식을 그리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의 가장 비장(悲壯)한 대목의 노랫말은 우리 한국노래처럼 어머니의 손을 놓고-가 아니라, 아버지의 손을 놓고-였다.
 
어느 가정이건 모성(母性)원리와 부성(父性)원리가 작용하게 마련이다. 모성원리란 내 자식인 이상 잘 하건 못하건, 또 잘났건 못났건, 개성이 어떻고 능력이 어떻고와는 아랑곳 없이, 일단 포용하고 감싸고 본다. 이에대해 부성원리는 잘잘못을 가리고, 개성과 능력을 유별하며, 벌을 주고 매를 때려 성장을 위해 끊고 맺는다.
 
이 두 원리가 알맞게 균형이 잡혔을 때 가장 이상적임은 두말할 나위 없겠다.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모성원리가 비대해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부성원리는 겨자씨만큼 작아지고 그늘에 가려져 눈닦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요즈음 아버지의 권위(權威)를 상징하는 두 머리 꼭지가 증발되고 없는 쓸쓸할 예가 돼버렸다.
 
요즈음 진행중인 개혁과정에서 자녀들의 부정입학이 들통났을 때마다 어머니들은 아버지 모르게 한 일이라고 자처하는가 하면, 아버지들은 제가(濟家)를 소홀히 한데 책임을 진다하고 줄줄이 물러나고 있다. 집안일에서 따돌림당한 처량한 아버지 몰골이요, 부성원리 차원에서 소말리아 기민(飢民)처럼 깡말라 죽어가고 있는 한국의 아버지들이다.
 
가족심리학의 권위자인 리스 박사는 부친부재 현상이 자녀교육에 끼치는 악영향을 극소화하려면,가정에 또 하나의 아버지인 환상부친(幻想父親)을 모셔두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아이가 뭣인가를 사달라고 칭얼대면 "아빠에게 물어봐서 좋다고 하시면 "한다든가, "아빠에게 말해서 혼내줄테다", "아빠가 뭐라고 할지" 등등 환상의 아버지를 설정하여 부친원리를 대행시킨다.
 
미국 부인들 "한집에 두 아빠와 같이 산다"는 조크가 자연스레 통하리만큼 미국의 가정교육에 있어 환상의 아버지는 새 풍조가 돼있다고 한다. 우리 가정교육 지침인 내훈(內訓)에도 집안에는 누군가 무서운 사람 하나를 꼭 만들어두어야 한다 했으니, 바로 그 무서운 사람이 환상의 아버지인 것이다. 지금에 되살리고 싶은 새 풍조와 전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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