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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행복도(幸福度)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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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구약성서에서 신은 아담을 만들고 아담의 겨드랑이에서 갈비뼈 하나 빼내어 이브를 만든다.

 

그리고 엿새동안에 만물을 만든다. 이처럼 서양의 신은 모든 것을 만드는 조신(造神)인데 우리 한국의 신은 되어지는 성신(成神)이다. 곰이 쑥 한꾸러미와 마늘 수십통을 먹고 햇볕을 피함으로써 단군의 모신이 되듯이 한국에서는 신부터 되어진다.
 
세상이 좋아지면 '세상이 되어간다'하고, 인생이 펴지면 '인생도 되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도덕적으로 성숙했을 때 그 사람 된사람이라 하고 과거에 급제했을 때도 과거에 됐다 한다. 따라서 행복도 되어지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우리 한국 사람의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남도 사투리에 됨새 란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돈을 벌었거나 벼슬을 하거나 하면 "그 사람의 됨새-"라 한다. 곧 행복해졌을 때 됨새라하고 또 불행해졌을 때도 그 사람의 됨새라 한다. 됨새란 되어짐새, 곧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는 행복이 아니라 나아닌 다른 커다른 힘에 의해 되어지는 행복이란 뜻이다.
 
복(福)이라는 한자 자체도 하늘에서 내린(示) 배가 불룩한 재물단지라는 뜻모음 글자다. 다락방에서 희망없이 숨어사는 그 극한 상황 속에서도 안네 프랑크는 꾸준히 가족들에게 "앰 아이 해피?"하며 행복을 만들고 확인하고 있다. 히스크리프의 품에 안겨 줄어가는 '폭풍의 언덕'의 여주인공 캐시의 마지막 말 역시 "앰 아이 해피?"였다. 미국 가정에서 매일처럼 쓰는 말 가운데 가장 빈도높은 것이 바로 그 말이라 한다. 이처럼 항상 행복을 가까이 두고서 확인하지 않고 살 수 없는 인종들이다.
 
이에비해 흥부가 놀부집에 양식 얻으러 갔을 때 놀부 하는 소리 좀 들어보자. "하늘이 사람낼제 정한 분복 각기 있어 잘난 놈 부자되고 못난 놈 가난한데 내가 네 복을 빼앗았느냐 빌려왔느냐 전당을 잡았느냐." 흥부는 마누라 진양조로 늘어놓는 복못탄 신세한탄을 들어보자. "애고 애고 설운지고 복이라 하난 것은 어쩌면 잘 타는고. 칠성님이 마련하신가, 산신님이 점지하신가, 사주팔자에 매였는가,풍수명당의 소치련가-."
 
얼마나 행복을 멀리 두고 살아온 우리 한국인인가. 15년전 국제가치회의가 13개국 청소년들의 행복도(幸福度) 조사를 했었는데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율이 39%로 13개국중 최하위였었다. 한데, 이번 문화체육부 산하 단체에서 조사한 바는 28%로 보다 하락하고 있다. 주변에 널려있는 작은 행복을 찾고 만들고 확인하며 작은 황홀에 젖는데 미숙한 전통적 행복관의 변수 때문에 우리 한국인의 행복도는 상승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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