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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아파트와 개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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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엣날 천축에 알가위노국이 있었는데, 임금을 위시하여 온백성이 무척 개를 좋아하는 것이 국풍(國風)이었다.

 

한데, 그 국왕의 아우가 개를 무척 싫어하여 그를 따르는 백성을 거느리고 이웃에 가서 나라를 세웠기로 두 나라 사이에 반목이 계속, 서로 멸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 싸우고 두 나라 경계에 탑쌓기 경쟁으로 승패를 결판내자고 하여 탑을 쌓기 시작했는데 몇년이 가도 똑같이 쌓아올리는 바람에 결판이 나지 않았다. 인도 고리크폴지바에 있었다던 쌍탑(雙塔)의 유래전설이다. 이 쌍탑은 이 세상의 어떤 사물이나 인물, 동물, 초목은 그것이 절대적으로 싫고 좋고하는 흑백논리(黑白論理)로 판가름될 수 없다는 진리를 비유할 때 곧잘 인용되고 있다.
 
나폴레옹은 영웅(英雄)답지않게 개나 고양이를 무척 무서워했다 한다. 모스크바를 모조리 불태워 놓고도 유유자적했다던 그가 모스크바의 강아지 한마리가 그를 보고 짖자 막사의 커튼 뒤로 숨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브람스의 서재 창가에는 궁시(弓矢)가 놓여있게 마련이었다던데, 그의 시야 속으로 개가 들어오면 쏘기 위해서였다한다. 이에 비해 톨스토이는 애견가(愛犬家)다. 톨스토이가 기르는 미루카라는 개는 이웃에 사는 소녀와 무척 친했다. 그 이웃집에 불이 나 그 소녀를 업어 내오자 미루카가 불 속에 뛰어들어가 소녀의 인형을 물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적어남기고 있다.
 
애견가-하면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하게 된다. 그녀가 투옥(投獄)되자 애견(愛犬) 디스피는 뒤따라가 밤낮없이 감옥둘레를 돌며 짖어댔던 것이다. 이를 가엾게 여긴 인근 아르노 부인이 데려다 길렀는데 먹는 것을 거부하고 깡마르더니 어느날 열려있는 창을 뛰어넘어 그 밑으로 흐르는 센강에서 투신(投身)한 것이다.
 
지금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개를 기르는 집에 월 10만원씩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하여 화제가 되고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각기 애완견 사육주민과 아파트관리자 사이에 소송이 진행 중인데 미국은 사육자가 일심에서 승소(勝訴)하고, 항소심(抗訴審)을 기다리는 중이고 일본에서는 반대로 사육자가 일심에서 패소(敗訴)하고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한다.
 
근간 보도된 바로 일본 맨션학회에서는 이 문제를 둔 모의재판을 열고있기까지 하다. 상하좌우의 주민에게 동의를 얻고서 길러야 한다는 것이 원고의 주장이고ㅡ 애완용 개를 기르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幸福追求權)이라고 피고는 맞선다. 결국, 법에 호소하기 이전에 더불어 사는 사람끼리 타협할 문제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개와 아파트는 천축국이 쌍탑같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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