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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프랑스의 개 싸움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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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이 세상의 욕말 가운데 가장 빈도높게 들어가 있은 짐승이 개다.

 

아랍사회에서 보편적인 욕말은 개 자식이다. 회교의 교조(敎祖)인 마호메트가 동굴에 숨어있었을 때 개가 와서 짖어대는 바람에 노출이 됐다하여 영원히 저주받게 하고자 욕말 속에 개를 들어앉힌 것이라 한다. 게르만계통의 욕말에도 개는 단골손님이다. 독일말에 '개돼지'란 욕말이 있고 화란말에도 '바보 개'라는 욕말이 있다. 가장 널리 가장 자주쓰인 영어 욕말이 SOB 곧 암캐 자식 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공교롭게 러시아말에도 '수킨 신'이라하여 SOB와 똑같은 뜻의 욕말이 있다 한다.
 
우리나라 욕말의 대표주자도 '개자식'이요, 베트남의 가장 흔한 욕말인 '도 쵸 데'도 개로부터 태어난 자식이란 뜻이다. 유일하게 개(사구)라 불러 충직하고 훌륭한 사람을 뜻하는 나라는 몽골뿐이 아닐까싶다. 동북아시아를 비롯 시베리아에 산재했던 종족들은 적지않이 개를 그들 민족의 조상으로 우러렀기에 욕말이 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서양사회에서 개 이미지가 나쁜 것은 아마도 <구약성서>의 도처에서 개가 타락한 짐승이니 배신자니 간음자니 매도당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중세에 그려진 성화에서도 개는 질투나 분노 비겁의 상징으로 나온다.
 
개를 혐오하는 종주국인 프랑스, 그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이 언론을 암시하여 개라 지칭함으로써 언론의 분노를 야기, 개 싸움이 한창이라 한다. 발단은 미테랑의 동반자였던 베레고부아 전 총리의 자살이다. 재직시에 아파트 구입자금 1억5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린것이 수뢰(受賂)의 혐의가 짙다고 언론이 보도하자 수뢰가 아니라는 법적인 해명(解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총자살을 했던 것이다. 이 자살을 두고 정부측에서는 언론 살인으로 비난하더니 드디어 장례식에서 개로까지 매도한 것이다.
 
중세 프랑스의 기사정신은 범행보다 치행(恥行)을 보다 중벌에 처했으며 체면이나 명예를 때묻힌자를 응징하는 마당에는 칼과 돈꾸러미를 던져주고 택일(擇一)하도록 시킨다. 칼을 선택하여 그 자리에서 자결하거나 그렇지 못할 양이면 돈꾸러미로 노자삼아 프랑스 밖으로 망명해버리라는 양자택일인 것이다.
 
곧 실상과는 아랑곳없이 일단 혐의(嫌疑)를 받은 것만으로 명예에 오점(汚點)이 튕긴 것으로 판단, 베레고부아는 칼을 선택한 것일 게고 그를 그렇게 몰아간 언론에 그 원망이 집중된 것일게다.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연일 보도되고 앞으로도 계속 보도돼나갈 참인데 물증이나 확인이 미비된 심증일 경우가 없지 않다. 그렇다면 베레고부아의 언론살인이나 프랑스의 개 싸움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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