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연안에 천축잉어라는 바닷고기가 있는데 암놈이 알을 까면 수놈이 그 알을 입에 담아 부화를 시킨다고 한다.
입에 알을 담고 있는 동안 수컷은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고 그렇다고 알을 삼키기에는 강한 애정이 용서치 않아 갈등과 고통과 쇠잔의 일정기간을 참아내야 한다. 그러다가 기력이 다하기 직전에 입속의 알들을 부화,새끼가 되어 어미따라 가버리고 아비는 자력으로 먹이를 찾아먹을 기력이 없어 죽어간다는 것이다.
친권이 자비하게 거부당하는 자연계의 섭리다. 자연계의 친권 날치기는 그밖에도 많다. 뻐꾹새는 처량한 울음소리와는 달리 그 대표적인 날치기꾼이다. 그의 알과 같은 크기 같은 색의 꾀꼬리깃에다 몰래 제 알을 낳아 놓는다. 부화하는 어미의 고통을 그렇게 기피한다. 이렇게 부화한 뻐꾸기새끼는 꾀꼬리새끼보다 빨리 크고 빨리 눈을 뜬다. 워낙 천성이 못되었는지라 주인집 새끼를 등으로 들어 깃밖으로 밀쳐내버리고 깃을 독점한다. 어미꾀꼬리는 이 침입자를 제 새끼로 알고 열심히 거두어 먹인다. 그리하여 자력으로 날 수 있게 되면 어미 뻐꾸기가 나타나 더불어 날아가버린다.
따지고 보면 남의 수정란을 나의 자궁 속에서 열달을 키워 낳는 대리모란 바로 천축잉어나 꾀꼬리와 같은 상황이요, 신세랄 수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리모가 3년전에 1만달러를 받고 낳아준 아이의 친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온 세상의 관심을 모았는데 재판부는 자신의 배로 낳은 아이라고 해서 그 아이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며, 유전적 인자와 임신의 의지를 가져야 친권이 형성된다고 판결하여 대리모에 어머니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88년도에 우리나라에서도 대리모 임신이 있었으나 친자매끼리의 문제여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자궁을 돈받고 대여하는 것이기에 내놓고 할 수 있는 일이 못된다. 따라서 대리모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문제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우리 민법에는 낳은 엄마에 친권이 있다고 돼있어 법적해석이 까다로워지게 돼있다 한다. 우리 전통사회의 대리모인 씨받이부인은 씨받이값 이외에 낳은 아이에게 어머니 행세를 하지 않는다는 입마개값으로 벼열섬 안팎의 친권포기료를 따로 받았다. 못견디게 보고 싶으면 그 아이가 놀고있는 동산을 찾아가 나무뒤에 숨어 실컷 울고서 돌아오거나 싸들고간 인절미를 건네주고 도망쳐오거나 했던 것이다. 그러나가 들통이 나면 씨받이부인은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돼 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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