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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살구씨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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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살구나무숲을 뜻하는 행림이라는 말이 있다. 의술계를 그렇게 불렀다.

 

연유는 이렇다. 중국삼국시대 동선(동봉)이란 소문난 명의가 있었다. 환자를 보고 치료비를 받는 대신 병의 경중에 따라 살구나무를 한그루 내지 다섯그루씩을 심게 했다. 그러기를 수년하니 10만그루의 울창한 살구나무숲이 이룩된것이다. 그 행림 속에 창고들을 지어 살구씨를 저장해두고 약재로 파는데 많이 사고 적게 사고에 따라 곡식을 받아 가난한 사람에게 고루 나누어 줌으로써 구빈을 한것이다. 그러고보면 행림은 의료정신까지도 구현하고 있는 것이 된다. 살구가 의약을 대변하리 만큼 만병통치요 약재로서 불가결의 위치를 차지해 내린 것이 된다.
 
<본초강목>에 보면 살구씨는 풍을 날리고 기를 내리며 조를 적시고 적을 녹이며 독을 풀고 충을 죽인다 했으니 만병의 기초약재였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특히 구독을 해독한다고 명기한것도 이 문헌이니 개고기 먹고 나면 살구씨를 먹는 것이 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콩가루, 밀가루 음식먹다 체하면 살구씨 먹이던 어릴적 일도 기억나는데 이 역시 문헌에 체험방으로 기록돼있음을 본다.
 
뿐만이 아니다. 불로장수하는 음식방으로 생활화돼 있기도했다. 행인효도가 그것이다. 밤마다 살구씨 다섯알씩 노부모의 머리맡에 놓아드려 경이 바뀔 때마다 한알씩을 매 씹어 먹게하는 정성이 살구씨효도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선인들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북경이나 천진에서 진군죽이라는 살구씨로 끓인 쌀 죽을 팔고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그 만큼 대중화돼있는 살구씨다. 서양에서도 살구씨는 요정이 먹는 음식이다.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날밤의 꿈'에서 요정의 나라 보톰에서의 주식이 살구씨로 돼있다.
 
물론 사람이 먹는다는 법은 없다. 젊은 아가씨가 은밀히 사랑하는 사나이가 자기한테 마음이 있나 없나를 점쳐보고 싶을때 이 살구씨를 불에 던져 점쳐본다. 씨알이 밖으로 튕겨져나오면 사랑하고있다고 점치고 터지지않고 그대로 타버리면 사랑하지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모든 과일의 씨앗은 종족보존을 위해 다른 짐승이 먹지못하게끔 독을 품고있다던데 이 살구씨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미국 소비자 전문지 최근호에 살구씨 15개 내외를 먹으면 그 독이 누적되어 청산화물중독으로 숨이 가빠오르고 구토증이 나며 마비 혼수 죽게까지 된다는 경고 기사가 게재되었다 한다.
 
옛 선인들이 청산 중독자들이요 살구씨효자들이 존속 살해범이라는 말인가. 살구씨도 쌍둥이 씨알일때는 살인독이 들어 있다는 본초기록이 없지 않은데 혹시 미국에서 쌍둥이 살구씨로 연구한 것이나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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