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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백채(白菜)와 청채(靑菜)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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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말이나 소나 양들은 단단한 발굽을 가지고 있으면서 풀밭의 땅을 파헤치고 그 뿌리를 먹으려 하지 않는다.

 

지표에 돋아나있는 파란 풀잎과 파란 풀줄기만을 뜯어 먹는다. 목축업자의 관찰에 의하면 풀잎이나 줄기가 푸르지 않고 갈색빛이 나거나 하면 푸른 풀이 고갈되지 않는한 먹기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짐승들은 태양의 광선을 충분히 받아 엽록소가 풍부한 맛있는 부분만을 찾아 먹는다는 것이 된다.
 
인간만이 이 자연섭생을 어기고 괭이니 쟁기 나부랭이를 발명, 이로써 땅을 파고 헤집어 땅속에 묻혀 있는 뿌리를 캐먹는다. 누에도 송충이도 메뚜기도 푸른 잎만을 먹는다. 지금 아프리카북부와 중동지방에 걸쳐 메뚜기 대군이 횡행, 작물을 초토화하고 다닌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공포의 메뚜기떼도 곡물이 누렇게 익고나면 외면한다고 한다.
 
굶겨놓은 말 앞에 푸른 배추와 하얀 배추를 같은 분량으로 아무렇게나 늘어놓았다 하자. 말은 쿵쿵 콧김으로 백채(百菜)를 밀어내고 청채(靑菜)만을 가려 먹는다. 그 청채만으로 배가 차지 않으면 가려먹고난 다음 백채에 입을 댄다. 인간보다 말이 한결 영양지식이 많은 편이랄 수가 있다. 왜냐 하면 사람을 비롯한 짐승의 붉은 피를 만드는데 푸른 야채의 엽록소가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을 보통사람들은 모르고들 있는데 말은 알고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케냐의 국립야생공원에서 약 20m 간격을 두고 코끼리떼를 뒤따라가며 구경한 적이 있는데 푸른 잎만을 골라 기다란 코로 훑어먹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국인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푸르지 않은 어떤 다른 것도 먹지 않는다 하고 겉잎이 푸르고 여린 속잎이 붉은 나뭇잎을 만나면 붉은 물이 든 여린 잎은 마치 손으로라도 골라내듯이 남겨놓고 먹는다 했다.
 
태종 때 일본에서 코끼리 한마리를 선물했는데 겨울에는 먹이를 잘 먹지않아 수척하고 여름에는 살이 오르곤 했다는 기록이 있다. 아마도 겨우내 푸른 풀이 없어 건초나 콩을 먹였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곧 코끼리는 풀이나 나뭇잎만 먹고도 그 거대한 체구를 형성시키고 유지하며 그 강대한 상아를 생성시켰다는 것이 된다. 무슨 쇠고기 스테이크나 통닭이나 돼지고기 바비큐를 먹고 힘을 얻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도 일상적으로 청채를 먹는다는 것이 자연스럽고 영양에도 좋다. 한데도 야채중 주종인 배추의 거의가 백채요 청채는 겉잎에 조금 남아있을 뿐인데 그나마 벗겨버리고 먹는다. 주요도시 시장의 백채 대 청채 선호도를 조사한걸 보니 92 대 8이었다. 문명이나 인지의 발달이 뭣인가 아리송해지는 선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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