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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백년(百年) 전 엑스포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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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우리 한국 공산품이 최초로 해외 엑스포에 출품 전시된 것은 꼭 1백년 전 미대륙 발견 4백년을 기념해서 열린 시카고 만국박람회였다.

 

당시 임금의 명을 받들어 참의벼슬의 정경원과 수행원 두사람 그리고 대회장에서 국악을 선보일 장악원 악사 이창업 등 열명이 참가, 자개농, 돗자리, 칠기, 보료, 발, 병풍, 갓, 의류 그리고 포, 조총, 갑옷, 투구, 방탄복 등 무구류를 전시했던 것이다.
 
<승정원일기>에 보면 고종은 시카고 엑스포를 마치고 돌아온 정경원을 경복궁 건청궁에 불러 다음과 같이 물어보고 있다.
 
-미국의 조선에 대한 접대가 어떠하더냐?
 
"매우 융숭하더이다."
 
-미국의 우리나라 돌봄이 그러하려니 했느니라. 이번에 몇나라가 참여했더냐, 중국과 일본도 왔겠지?
 
"47개국이 참여했사오며 일본은 대관을 파견했는데 중국은 대관은 보내지 않고 상민만이 전을 볼뿐이었습니다."
 
-아국도 집 한칸을 세웠겠지?
 
"박람회장 가운데 조선식 집을 짓고 기와를 구워 얹었습니다."
 
-몇 미돌(미터)이나 되더냐?
 
"몇 미돌인지 알 수 없사오나 우리나라 칸수로 일곱여덟칸은 되었습니다."
 
-아국 물품을 보고 어떻다고들 하더냐?
 
"처음 보는 물품인고로 구경꾼이 모여들어 안내인이 미처 응대를 못다하고 물명과 용도를 써붙여 놓았을 지경이었습니다."
 
-가장 좋아라고들 하는 물품이 뭣이더냐?
 
"베와 발 돗자리 나전 장롱 수병풍은 각국인이 모두 좋아한다 하여 상패를 준다하오이다."
 
-출품 가격은 미국 돈으로 얼마나 되느냐?
 
"1천 1백40여원($)이옵니다."
 
-전시하고난 물품은 어떻게 했느냐?
 
"박물관과 각 학교에 나누어 주었고 나머지는 후편에 환국시켜 조정에 반납하려 하나이다."
 
-모두를 박물관에 기부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구나.
 
이상의 군신간의 대화로 1백년전 시카고 엑스포의 조선관 모습이 손에 잡히는듯 하다. 당시 미국에 유학중이던 윤치호가 이 시카고 엑스포를 관람하고 영문일기로 그 감상을 적어 남기고 있는데 수공예품의 솜씨는 뛰어났으나 촌티나고 우중충하여 태극기 보기가 민망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외국인 가운데는 누비옷의 촘촘한 바느질 솜씨며 수나 갓(입)이나 발 돗자리 등에서 보는 기계도 해낼 수 없는 미세한 손결에서 그들이 당해낼 수 없는 문화의 전통과 가능성을 보아낸 이도 적지 않았다.
 
그 1백년전 엑스포의 출품목 가운데 시카고 자연사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30점이 환국, 어제 개막된 대전 엑스포 특별전에 전시되어 1백년 격세를 좁혀주고 있다. 우리가 만방에 과시하고자 하는 자랑거리와 만방이 와서 보고 자랑거리라고 보아내는 것이 반드시 일치한다는 법은 없다. 1백년전 엑스포는 그같은 시각에서 교훈적이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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