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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장관 규범(長官 規範)’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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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영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장관급 고관들의 행실을 규제하는 장관규범을 성안, 연초에 국무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 한다.

 

영국의 그것은 장관이 하원의원을 겸하기에 공무행위와 정치행위의 한계를 구분하고 그 영역을 악용하지 못하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휘하 공무원을 자당(自黨)의 당집회에 출석시켜서 안 된다든가 선거구의원 입장과 장관 입장을 혼동하는 사례를 적시해 놓은 것이라든가 하는 것이다.
 
영국 규범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일본규범은 주로 부패방지에 집중돼 있음을 본다. 영리기업 공익법인의 임직원 겸직을 금하고, 유가증권, 부동산·골프 회원권 매매를 하지 말며, 취임·사임 때 자산을 공개하고, 정치자금 모금파티의 자숙, 직무에 관련된 편의 제공이나 선물 거절, 미공개 주식의 양도 금지, 특정기업으로부터 강연을 의뢰받고 높은 강연료를 받지말 것,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2만원어치 이상의 선물은 퇴임시에 관계관청에 반환하는 등의 부패방지에 집중돼 있다.
 
부패방지의 벼슬아치 규제문화는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또 비상하게 발달했었다. 다만 도덕적 양심이나 인격에 그 실행을 맡겼기에 실행에 철저하지 못했다는 흠은 면할 수 없다. 관청에 따라, 또 지방에 따라 '목민고', '거관대요', '목민대방', '거관요람', '칠사문답', '정요', '분우요결' 등 전해내린 목민규범이 많으나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가장 방대하고 치밀한 규범으로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들 수 있는데 벼슬아치의 안팎에서의 행동거지를 낱낱이 적어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재정이 허약한 고을에서는 아침 저녁 밥상에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김치 한 접시, 장 한 종지를 넘지 말라 했고, 여타 큰 고을에서도 이에 더하길 군고기, 어포, 소금저린 김치류, 젓갈류 각 한 첩씩을 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패의 끄나풀일 수 있는 자제들의 관문 출입을 못하게 하는 규범도 있어 집안일로 아들이 급히 올라오면 정문으로 못 들이고 담을 헐고 들인 사례도 있었으니 이를 파장문이라 했다. 대단한 벼슬아치 규범이 아닐 수 없다. 이 좋은 문화배경을 지녔으면서도 목민규범을 볼 수 없고 외국 소식만 들려오니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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