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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人情溫度 20度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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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영어로 번역될 수 없는 한국말 가운데 하나로 정(情)을 들 수 있다.
 
sympathy 는 동정(憧情)이란 뜻이 강하고, compassion은 연민이나 색정(色情)이란 뜻이, mercy는 자비(慈悲), affection은 애정(愛情), benevolence는 인애(仁愛)로 정과는 동족어(同族語)이면서 거리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정은 한국제다. ‘정말 묘한 것이여.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이 색깔도 없고 냄새도 안나는디 그것이 들면 화끈해지고 그것이 나면 오싹해지며 그것이 부풀면 사족을 못쓰고 그것이 닳으면 사지가 풀리며 그것이 붙으면 엿처럼 끈적이니 정말 묘한 것이여.’ 호남 속요(俗謠)인 정타령의 한대목이다.
 
한반도의 지질은 노생대에 속해 70~80%가 비생산적인 땅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 좁은 땅에서 인구밀도는 세계 5위 아래로 밑돈 적이 없었다. 그 절대 빈곤속에 가뭄과 홍수는 5년 터울로 밀어닥쳐 이산했다가 다시 묵정밭을 가꾸고 살아오길 수천년 했다.
 
서구적인 경제시각으로 존속이 불가능한 한반도의 한민족인데도 꾸준히 살아내게 한 어떤 비밀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정이다. 지극히 못살면서 서로 돕는 이정 때문에 어려운 이웃이 생기면 정표를 다했으며 개화기에는 이 한국인의 정이 바다를 건너가기까지했다.
 
1901년 인도 갠지스강에 대홍수가 났을 때 우리 산사(山寺)마다 갠지스강을 뜻하는 ‘항하정표(恒河情表)’라는 표찰을 붙여놓고 의연 금품을 모아 보냈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때도 의연금을 거두었는데 당시 신문에 실린 평양기생의 ‘정표가 ’에서 그 한국적 정의 질(質)을 가늠할 수가 있다.
 
‘가이업다 가이업다 생명재산 가이업다/사해지내개형제(四海之內皆兄弟)니 내네나라 구분할가.’
그리고 그날 그날 접수된 금액을 시계 바늘로 누적시켜 나가는 ‘인정시계(人情時計)’를 신문 광고란에 게재, 인정지수를 만방에 고했던 것이다.
 
지금은 인정시계 아닌 인정 온도가 측정되고 있다. 경제난으로 어려운 사람이 양산된 지난 연말에는 섭씨 20도였다 하니 미처 거냉(去冷)도 안된 인정이었다. 연말 각단체에서의 의연활동을 총괄해 보았더니 목표액의 20%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인정 종주국에서 조종소리라도 듣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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