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 [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http://onimg.empas.com/orgImg/ch/2005/07/26/200507260406_00.jpg)
여의도에 있는 증권거래소에서 새해 시장을 개장을 하면서 황소 지신밟기를 하여 눈길을 끌었다.
붉은 화환을 두르고 노란 옷으로 성장한 황소떼를 노란 옷을 입은 소잡이가 이끌고 건물을 돌며 지신을 밟았다. 연초 사흘째되는 날부터 대보름 사이에 풍악을 잡히고 집을 돌며 액을 쫓고 복을 부르는 지신밟기는 고유한 한국민속이지만 황소에게 노란 옷을 입혀 끄는 송액영복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것이다.
영어로 장세가 좋은 강장세를 ‘불 마켓ㅡ황소 장세’라 하고 반대로 장세가 나쁜 약장세를 ‘베어 마켓ㅡ곰 장세’라고 한다. 아마도 황소의 맹렬한 돌진력을 장세에 비유한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주식시장을 비롯해 각종 시장이나 개업행사때 황소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증권시장 개장의 황소 지신밟기는 동서 민속이 절충된 문화 형태로 한·양 문화갈등이 혹심한 요즈음 세상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 된다.
소는 동서문화권에서 풍년과 생산성을 상징하는 데 공통되고 있다. 밭을 가는 농경을 한다 해서뿐 아니라 머리에 난 뿔이 반월형이요, 차츰 부풀어나가는 반달을 상징한다 해서 풍년을 상징하게 된 것이라 한다.
그래서 고대 희랍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에 하얀 수[雄]소를 희생했고, 이집트에서는 수소 앞에 여인들이 성기를 노출시키며 원무를 추며 돌았다.
우리나라에도 정월 대보름날 풍년을 비는 관습으로 나경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수총각으로 하여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로 하여 황소를 몰고 땅을 갈게 하는 의식이다.
대지는 곡물을 생산하는 여성이다. 곧 힘좋은 사나이를 벌거벗겨 땅갈이를 시킨 것은 그 여성과의 다산을 위한 생산작업을 상징한 것이며 황소는 그 생산 원동력을 가중시킨 것이다.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흙인형[土偶]에 성기를 과장시킨 황소가 더러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이 풍년기원의 황소문화는 역사가 길다 할 것이다.
곡식이 누렇게 익는 풍년색인 누렁소, 곧 황소라 이름한 것도 이 풍년기원과 무관하지 않은 것만 같다. 부디 황소 장세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름살을 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