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春洙 - 고정희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얼마 전 꿈속에서 김춘수(金春洙)를 만났습니다
김춘수는 검은테 안경을 끼고
목을 가만가만 흔들면서
중국 산동성(山東省)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와 손 흔들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김춘수가 두고 간
대구시 방촌동의 망가진 과수원 하나
내 방에 뎅그마니 비 맞고 있었습니다
비 내리는 과수원엔 시인(詩人)의 이름으로
엉컹퀴 마른 목이 곡하다 쓰러지다 곡하다 쓰러지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팔공산의 여름도 내려와 썩고
이 땅의 시론(詩論) 같은 비닐하우스도 더럽게 젖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먹구름이 몰려오자
동서남북은 같다고 누군가 외쳤지만
아무도
동편을 동편이라 짚지 못함이
비바람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봄밤의 꿈이려니 하고 싶으나
그것은 엄연한 가을밤의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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