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야 새야 - 박노해
좁다란 네면 벽이
좁기도 하고 넓기도 하다
침침한 무덤속인가
아득한 우주속인가 사방인가
적막한 마음에 창살 틈에 밥알 놓으니
산새가 날아와 지저귀며 물어간다
낭낭한 새울음에 방 안이 금새 환해지는 듯
문득 노래 끊겨 귀를 세워 기다려도
먹을 것 없는 창살가에 새소리는 다시 없구나
새야 새야
너도 외롭고 나도 쓸쓸하다
잊은듯 한 번쯤 와서 맑은 노래 들려주렴
밥알이야 있건 없건 찾아와 주는 건 하늘 마음이고
먹을 것 없다고 오지 않는 건 무엇의 마음이랴
새야 새야
너 외롭지 않으면 찾지 않아도 좋다
나 혼자라도 괜찮아
슬프면 슬픈대로 놓아두고
쓸쓸하면 쓸쓸한대로 말없이 산다
찾아오는 마음 떠나가는 마음
이마음 저마음 모두
하늘 뜻 숨어 계시는 하늘 마음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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