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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황금(黃金) 화장실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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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홍콩의 한 보석상이 황금과 보석으로 60억원을 들여 꾸민 동서고금 가장 비싼 화장실이 등장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보석가게에서 15만원어치만 사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유객용이라지만 혁명가 레닌이 이상적 공산사회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황금 화장실'이라 문명사적 해학이 깃들여 관심을 끈다.

 
중국사상 가장 거부요 사치를 극한 사람으로 진나라 때 석숭을 든다. 그 석숭의 화장실을 황금과 보석으로 꾸몄다했으니 레닌의 이상사회 이전에 석숭의 화장실을 재현했다 할 수 있다. 시인 백낙천의 아우 백행간이 남긴 글에 보면 유연이 석숭의 집에 가 화장실에 갔더니 화사한 비단 발(簾)이 쳐진 그 안에 성장한 미녀 둘이서 향로를 받들고 서 있길레 석숭의 침실을 잘못 찾아든 줄 알고 돌아나가 주인에게 정중하게 사과드리렸다 했다.
 
<두 이슬람 교도의 중국기행>이라는 옛 문헌에 보면 나들이할 때 시동으로 하여금 대나무로 만든 변기를 들고 따라다니게 했는데, 그 변기 사치가 심해 금은보석으로 꾸미고 그로써 신분을 과시했다 한다. 고대 로마에서도 집 한채값을 웃도는 요통이 있었다던데 오줌을 은그릇에 받아둘수록 모직이나 피혁 다루는데 좋아 값이 나간 때문이었다 한다.
 
여태까지 가장 비싼 값으로 팔린 변기를 들라면 연전 소더비 경매에서 20억원에 팔린 프랑스 전위작가 마르세르 뒤샹의 작품 <변기>일 것이다. 이 변기는 뒤샹이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고물상에서 우연히 발견, 이를 사다가 제목을 붙이고 작품화한 것이다. 예술은 반드시 작가가 제작해야만 예술이 아니라 예술가의 혼이 발견하는 것도 예술이라는 새 차원의 기원을 이룬 작품이라 그토록 비싸게 경매된 것이라 한다.
 
광복 전까지 금강산 유점사에 교묘한 구조의 수세식 변기가 학계에 보고되어 주목을 끌었었다. 이미 부처님의 말씀에 수세식 변기가 나오며 그 원형의 변기가 시간과 공간을 흘러흘러 유점사에 유일하게 남은 것으로 고증하기도 했다. 이 유점사의 변기가 보존되고 그 고증이 확인되어 소더비경매에 붙인다면 뒤샹의 변기나 홍콩의 황금변기보다 몇 곱절 더 값졌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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