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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미르號 추락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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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중국의 창세신화에서 하늘이 땅을 모두 덮지 못해 그 못다 덮인 하늘부위를 돌로 틀어막는 보천작업을 한다.
 
여신인 여와가 작업을 하다가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보천석이 발해만 가까이 있는 북진묘에 있음을 보았다. 허균의 형 허봉이 사신으로 가면서 이 보천석을 보고 견문을 적은 것이 있다.
 
옛날에 관부에서 잘잘못을 두고 송사가 있으면 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게 하여 다치고 다치지 않고로 선악을 가렸다 했다. 어느 바람둥이가 아내한테 가서는 아내를, 첩한테 가서는 첩을 더 사랑한다고 했던 것 같다. 둘이서 보다 사랑받는다고 우기다가 이 보천석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뛰어내리다 둘 다 다리가 부러졌다. 알고 보니 이 바람둥이는 다른 한 화첩을 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 이야기는 신화와 결합되어 모든 문화권에 다양하게 잔존돼 있다.
 
옛글에 자주 나오는 하늘이 무너지는 이야기며, 하늘이 무너져도ㅡ 하고 다짐하는 것 등으로 미루어 운석 같은 외계로부터의 낙하물에 대한 공포가 있었으며, 중국의 보천석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랄 수 있다.
 
하늘에 달이나 크고 작은 별들이 언제 떨어져 덮칠지 몰라 침식을 잃고 걱정하는 기나라 사람도 그렇다. 고려 때 문인 이규보의 외부에 나오는 독관거사도「하늘이 깨져 뇌성벽력이 일고 폭풍이 바위와 돌을 날리며 바다가 장님이 되고 산이 귀가 먹어 와르르 출렁 와지끈 뚝딱 하늘이 쫙 찢어질까ㅡ」 두려워 집에만 들어앉아 산다.
 
우연의 천체물 낙하에도 이만한 공포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한데 지금 외계로부터의 계산된 인공낙하물이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15년 동안 지구를 돌면서 100명의 우주인이 교대 상주하여 1만7000건의 실험을 해낸 거대한 우주기지 미르호가 내일 23일 지구에 추락한다. 만약 예정대로가 아닌 육지에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 못하여 1500개의 파편을 동반한다는 이 추락이 기우나 독관거사의 근심을 온 세상에 고루 보편화시키고 있다. 미국과의 우주전쟁에서 지탱해내린 러시아의 자존심 추락이란 점에서 옛 소련 국기에 남아있던 별의 추락이기도 하여 무상감을 동반하는 추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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