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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무통분만 무정(無情)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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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아기 낳으러 산실에 들어간 며느리의 진통이 심할 때 시어머니는 회심의 미소를 띠며 뇌까리게 마련이다. "

 

효자 하나 나오느만"하고ㅡ. 산고로 질러대는 비명과 효자 탄생과의 연결사고는 두 갈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고통 끝에 복이 오고 안락 끝에 화가 온다는 한국인의 화복관에 기인한다 할 수 있고, 진통이 심했던 아이가 덜했던 아이보다 자라서 부모에게 잘한다는 체험에서 나온 말일 수 있다. 어떤 갈래에서건 진통으로 갈피 못잡는 산모도 위안을 받고 고통을 참는 데 용기를 얻었음직하다.

 
한데 산고를 겪고 낳은 아기군과 진통제를 맞고 무통분만한 아기군의 비교 관찰에서 모자간의 정의 질이 다르다는 것을 일전 스웨덴의 한 연구소가 알아내 진통이 심하면 효자 난다는 우리 전통의 지혜를 입증해주고 있다. 모자 간에 끌고 끌리는 사랑이나 정의 원천이 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진통이 심할수록 많이 분비되고 진통이 없으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분만 후의 아기들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곧 진통분만아(陣痛分娩兒)는 바로 엄머 젖을 찾아 안기는데 무통분만아(無痛分娩兒)는 더듬거리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의를 끄는 것은 아내의 산고를 공감하고 그 고통을 나누는 남편들의 '지붕지랄' 같은 우리의 전통 민속이다. 아내의 진통이 시작되면 남편은 문구멍 뚫고 상투머리를 산실로 들이민다. 그럼 산모는 그 상투를 휘어잡고 힘을 쓴다. "우습세라 우습세라 /젊은 각시 아날 때는 /제 남편의 상투 쥐고 /이잉 이잉 힘쓰면서 울콩불콩 낳는다고"하는 민요도 있다. 필사의 안간힘일테니 오직 아팠겠는가.
 
평안도 산간지방에서는 아내가 진통을 시작하면 그 산실의 지붕 위에 올라가 용마름 붙들고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어 아내의 고통을 공감 분담한다. 그리고 해산과 더불어 지붕에서 굴러떨어지는데 더러는 다치기도 한다. 상투빌이와 지붕지랄은 쿠바드라 하여 전 세계적으로 분포된 출산촉진민속이긴 하나 태어날 아기와의 정을 모자뿐 아니라 부자에게까지 누리게하려는 고통분담이 아니었던가 싶다. 요즈음 아이들 부모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것도 이 무통분만과 무관하지 않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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