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교회에서 성스러운 사람의 얼굴은 그릴 수 없는 것으로 돼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은 그리지 않고 물고기나 아기양, 보리이삭, 포도넝쿨 같은 상징물로 대신했다.
성서에도 그 내면의 세계는 상세히 적고 있지만 외모에 대해서는 거의 적어남긴 것이 없다. 중세의 많은 종교화들에 그려진 예수의 얼굴들은 그 심오한 내면세계에서 떠오르는 영감의 산물이요 그것들이 거듭되면서 예수의 얼굴이 이루어져 갔던 것이다.
어깨까지 처진 머리, 곱슬 수염, 광대뼈가 약간 두드러진 메마른 윤곽, 추상을 보는 듯한 상향한 눈매. 이런 유형의 틀 속에 예술가들은 고난과 비원을 담아 예수의 얼굴을 이룩해낸 것이다.
보다 과학적으로 예수의 용모에 접근하는 노력도 없지 않았다. 슈타우퍼는 예수 시절 신의 가르침을 전하고 다닌 사람은 "키가 크고 신체 건장해야만 했다"하며 건장한 체격이었을 것이라고 했고, 요한복음 8장에 30대의 예수를 보고 "50세도 못 되었으면서"하는 대목을 들어 나이보다 늙어보였거나 눈에 고통의 빛이 잠겨있었음을 추정하기도 한다.
다니엘 롭스의 <예수시대의 일상생활>에 보면 당시 보편적인 유태인 상으로 '크게 굽은 매부리 코, 두텁고 별나게 붉은 입술, 곱슬 머리, 청록색 혹은 밝은 밤색 눈, 검은 턱과 입술·수염'을 들고 윤곽을 잡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엄중한 보호를 받는 성유물'인 트리노 성당의 성의에 예수로 추정되는 얼굴이 어렴풋이 박혀져 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몸을 쌌던 아마포로 구전된 이 성의의 얼굴은 갸름하고 머리가 두 볼을 덮어내렸으며 눈이 움푹 파여져 있다. 코가 부러지고 오른쪽 볼에 타박상 흔적이 있으며 이마에 핏자국을 감지할 수도 있다.
보도된 바로 영국 BBC방송이 과학적 검증을 거친 예수의 얼굴을 복원해 보도했는데 기원 1세기경의 대표적인 유태인 두개골에다 당시 그려진 유태인 얼굴들을 참고하여 곱슬머리와 수염, 매부리코와 두터운 입술을 복원했다 한다. 얼굴색은 당시 팔레스타인의 기후를 산출해 갈색을 더했고ㅡ. 중세의 종교화에 비해 얼굴폭이 넓고 눈이 부리부리하여 건장해 보였으나 엄숙미는 덜해 보였다.
마음 속의 존재인지라 경건하게 예대로 두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