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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화냥년이 무엇이더냐? (6)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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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가 환향녀(還鄕女)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두가지 대책…바로 ‘홍제원 냇물 면죄부’정책과 ‘첩 권장 정책’은 환향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었는데, 이런 정책의 실패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영의정 장유의 사건이었다.

 

“전하, 거시기 제 며느리 말입니다.”

 

“응? 자네 며느리가 왜?”

 

“저번 난리통에 강화도로 피신을 가다가...그만 오랑캐 놈들한테 끌려갔습니다.”

 

“저런, 어쩌겠나? 개똥 밟았다 생각하게. 어쩌겠나? 다 팔잔데….”

 

“그렇죠? 지나가다 똥 밟았다 생각해야 겠죠?”

 

“그래, 그런 긍정적 사고가 세상을 바꾼다니까!”

 

“그런데, 똥을 밟았으면 그 똥을 닦아 내야지 길을 걸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똥 밟았다고 길을 멈추면 대인(大人)의 도량이 아니지요.”

 

“오호~영의정 역쉬~. 뭔가 좀 멋있어 보이는 대사인데? 멋져! 역시 영의정은 남자야!”

 

“그래서 말입니다…찝찝하게 똥을 밟고 살 수도 없는 법이고….”

 

“영의정, 오다가 똥 밟았소? 어이! 얘들아 볏짚 좀 가져와라! 영의정이 똥을….”

 

“저…전하 그런게 아니옵고…이건 저 은유법이라서….”

 

“은유법?”

 

“거시기, 이번에 제 며늘아기가 돌아왔습니다.”

 

“며느리가? 오호 축하하네. 그런데, 그게 왜?”

 

“똥=며늘아기, 대인=똥 닦는 거…이해 하셨슴까?”

 

“영의정, 너 개념을 가출시켜버렸구나. 개념을 가출시킨 놈은 일단 맞고 시작해야 겠지? 국가시책으로 환향녀 구제작전에 들어섰는데, 나라의 영의정이란 놈이, 국무총리란 놈이…뭐? 똥을 닦아내? 아예 똥에다 밥 말아 먹는다 그러지? 이걸 영의정이라고…어휴 이걸 그냥 확!”

 

영의정조차도 홍제원의 냇물로 씻으면 잃었던 순결이 되돌아온다고 믿지 않는 상황에서 일반 백성들이나 양반들이 이 말을 믿었을까? 영의정조차도 거들떠보지 않은 환향녀의 운명은 그 뒤로 영의정 장유 집안이 닦아 놓은 정석 코스대로 움직이게 되었으니,

 

“전하! 아무리 그래도 일국의 재상이 부탁하는건데, 이렇게 쌩까시면 제 체면은 뭐가 됩니까?”

 

“네 체면만 있고, 내 가오는 없냐? 이걸 그냥! 야! 넌 노블리스 오블리제도 모르냐? 사회 지도층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거 아냐!”

 

“모범은 모범이고,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겁니다!”

 

“지랄을 랜덤으로 떨어라. 네 마음대로 하세요다. 난 절대로 이혼 허락 안할 테니까 알아서 지랄을 틀던, 데리고 살던 맘대로 해라!”

 

인조의 강력한 거부의사에 장유 일가는 주춤하게 된다. 그렇다고 포기할 장유일가도 아니었으니, 영의정 장유가 죽고 나자 다시 이혼 소송을 걸게 된다.

 

“어쭈, 아버지 죽자마자 들이대는 거야? 이것들을 그냥 확! 좋은 말로 할 때 마누라 그냥 데리고 살아라.”

“아니 그게 아니라요…우리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 울 마누라가 시부모한테 너무~아주 너무 불손하게 굴어서요. 시부모한테 그렇게 박정하게 구는지…보는 제가 다 민망할 정도입니다. 어떻게 삼강오륜이 살아있는 조선에서 시부모 보기를 똥같이 하는 제 마누라를 그냥 둘 수 있겠습니까? 원래 이런 일이 알려지면 집안망신이라 대충 넘어가려 했지만, 땅에 떨어진 조선의 윤리를 바로 세우기 위해 그냥 밝히기로 했슴다. 전하, 이런 못되먹은 며느리는 집안에서 쫓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유의 아들이 내민 이혼 소송이었다. 마누라가 실덕(失德)했다는 이유로는 이혼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깨달은 후 내놓은 히든 카드였다.

 

“아니, 거시기…휴 징허다. 그래, 이혼해라 이 잡것아!”

 

환향녀들의 운명은 거의 대부분 장유 집안의 그것과 비슷했으니, 돌아오는 즉시 주변의 손가락질 속에 처녀들은 목을 메거나 산으로 도피 은둔생활을 하거나 비구니로 생을 살았고, 유부녀들은 시댁의 눈총 속에 살아야 했다. 그나마 시댁에 몸을 의탁해 살면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환향녀들은 장유의 예처럼, 실덕(失德) 이외의 핑계로 이혼을 당했으니, 참으로 한스러운 팔자라 할 수 있겠다. 병자호란 때 끌려간 조선인의 숫자가 약 60만명…이들 중 50만명이 여성이었다는 것만 봐도 당시 조선이 겪었을 혼란을 예상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환향녀(還鄕女)란 단어는 화냥년이란 단어로 발전해, 결국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를 빗대는 욕으로 발전한 걸 보면, 이 당시 환향녀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힘없는 나라에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쓰레기 같은 위정자의 통치기에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진 고초에 시달려야 했던 당시의 여성들…역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들일까? 화냥년이란 욕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지금이지만,(슬슬 사라지고 있는 욕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 나라 남성들의 무지몽매와 유약함, 나라 잃은 부끄러움이 묻어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함부로 화냥년이라는 욕을 쓰지 않기를 빌 뿐이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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