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판서의 환향녀와 이혼 요구남들에 대한 각개 대처법…과연 그 각개 대처법의 내용은 무엇일까? 그리고 환향녀들의 정신적 데미지란 무엇일까? 확대 관계 장관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는 대전(大殿)으로 가보자.
“에또, 그래설라무네, 이번에 넘어온 환향녀들 배울만큼 배웠고, 살만큼 사는 집에서 태어나, 살만큼 살고, 제법 방귀 깨나 끼는 집에 시집들 간 애들입니다. 얘네들 지금 거의 정신붕괴 상태입니다. 생각해 보십쑈. 그네들 잘못해서 끌려간 것도 아닌데, 가서 죽을 고생하고 지내다 겨우겨우 몸값 내고 빠져나왔다니, 손가락질 하고 욕먹는다니…. 기분 얼마나 엿같겠습니까?”
“글치….”
“문제는 얘네들이 오피니언 리더들의 딸이란 건데…얘네들한테 어떤 면죄부 같은 걸 줘야 한다는 거죠.”
“면죄부?”
“예, 면죄부…. 이를테면, 국가에서 네들이 처녀란 걸 증명해 준다거나, 네들이 청나라에 끌려가서 당한 일은 불문에 부친다거나 하는…그런 상징적인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야! 예조판서! 바로 그거야 좋아. 어떻게 하면 될까? 응? 뭐가 좋을까? 처녀 증명서 같은 걸 동사무소에서 찍어주는 건 어때?”
“거시기…얘들이 무슨 원조교제 하던 애들입니까? 그런 걸 찍게? 일단은 어떤 상징적인 게 좋을 거 같은데….”
“상징적인 거 뭐?”
“혹시 홍상수 감독이 찍은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보셨슴까?”
“응? 그 뭐시기한 영화? 그 아저씨 영화는 보다보면 불편해져서…. 꼭 그 알고는 있는데,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것들을 다 까발려 보여주는 듯 해서….”
“거기 보면, 남자주인공이 여자애 씻겨주는 거 나오지 않슴까? 씻겨주면서 자기가 씻겨주니까 이제부터 순결해 지는 거라고...”
“아! 그거!”
“그거 어떻슴까? 환향녀들 한테도 몸만 씻으면 네들도 깨끗해지는 거니까 몸만 깨끗이 잘 씻으라고…그럼 깨끗한 여자로 국가에서 인정해 준다는…홍상수 영화 같아서 좀 께름직하지만, 어떻슴까?”
“야! 그거 굿 아이디어인데? 좋아 당장 실행하자구!”
이리하여, 인조 행정부는 하나의 포고문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그 뭐시기냐…환향녀들…네들 끌려갔다 온 거 다 안다. 뭐 네들이 끌려가고 싶어서 끌려갔겠냐? 네들 심정 다 알어. 근데 네들이 거기서 몇 년간 주방 식모살이만 하다 돌아왔다는 건 지나가던 개도 안 믿을 소리고…네들 다 오랑캐 놈들이랑 뿅뿅 했다는 거 우리도 다 안다. 그렇지만, 그게 또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란 거도 알거든. 원래 법대로 하면, 네들은 정조를 잃은 실덕(失德)한 여자들이고…실덕한 여자들은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여자라는 게 정답이지만, 이게 또 법이란 게 너무 빡빡하게 적용하면 너무 인정머리 없어 보이거든. 그래서 우리들이 생각한 건데, 일단 청나라에서 돌아온 여자들은 홍제원 냇물(오늘날로 치면 연신내다)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서울로 들어오면, 네들이 청나라에서 했던 ‘죄’는 불문에 붙이는 걸로 할게. 홍제원 냇물에서 씻고 서울로 들어온 여자들은 국가가 인정한…아니 왕인 내가 인정한 ‘깨끗한 여자’니까 얘네들한테 손가락질 하고, 욕하는 애들, 그리고 특히 남편들…네들 이혼하자고 하면 내손에 죽을 줄 알어!”
이리하여 환향녀들은 연신내에 모여 옹기종기 목욕을 하고, 서울로 입성하게 되었는데…정부에서 야심차게 시행한 이 ‘연신내 목욕 면죄부’ 정책은 지나가던 소도 비웃는 실패한 정책이 되었는데, 아무리 연신내에서 목욕을 해도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가시질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남편들의 이혼 요구는 도를 더해갔다. 이 대목에서 인조…특유의(?) 승부수를 던졌으니, 바로 ‘남편과의 대화’였다.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인조가 던진 승부수 였던 ‘남편과의 대화’ 과연 대화는 잘 이루어 졌을까?
“전하, 솔직히 묻겠습니다. 같은 남자들끼리 생각해 보십쑈! 마누라가 언놈이랑 살을 섞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전하라면 받아들이겠습니까? 남자대 남자로 솔직히 대답해 보십시요!”
“아니, 뭐 꼭 그렇게 감정적으로 나가지 말고….”
“혀 깨물고 죽지는 못할망정, 뭐 잘났다고 꾸역꾸역 조선까지 넘어와서 연신내에서 목욕하고는 나 깨끗해요~ 이러는데…전하, 정말 이거 좀 어떻게 해주세요.”
“야야, 나도 다 알어. 네들 심정 다 이해해. 그런데 어쩌냐? 네들이 참아주지 않으면, 나라가 절딴나게 생겼는데….야 내가 이렇게 부탁한다. 네들이 왕 가오 좀 세워주라. 그래, 차라리 첩을 두는 거야! 네들 첩 두는 건 내가 적극 이해해 줄테니까, 그래 걍 호적상으로만 마누라라고 받아만 주고, 그 다음에 지지든 볶든 그건 네들 맘대로 해라. 응? 한번만 봐주라…응?”
그랬다. 인조는 이혼을 요구하는 남자들에게 첩을 두라고 권했던 것이다. 공식적으로 첩을 인정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미봉책이었다. 인조는 이런 식으로 대충 환향녀 문제를 덮어두려고 하였으나, 이런 인조의 바램은 그저 바램으로 끝이 났으니…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사극 ‘화냥년이 무엇이더냐?’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137. 화냥년이 무엇이더냐? (3) (0) | 2007.02.20 |
---|---|
138. 화냥년이 무엇이더냐? (4) (0) | 2007.02.20 |
140. 화냥년이 무엇이더냐? (6) (0) | 2007.02.20 |
141. 건방지게 안경을 끼고 있느냐! 上 (0) | 2007.02.15 |
142. 건방지게 안경을 끼고 있느냐! 下 (0) | 2007.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