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설라무네…임진왜란때의 환향녀들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끌려간 애들이었음다. 뭐 그러니까 신분적으로 좀…질이 떨어지는 애들이었죠.”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구? 이게 지금 사람 차별하는 거 아냐?”
“그게 아니라, 그 뭐시기냐…임진왜란 때는 대충 양반이랑 상민, 상놈들의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서 양반들 반발이 좀 덜했잖습니까?”
“그래서?”
“그런데, 이번에 돌아온 환향녀들은…청나라 애들이 요구하는 몸값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지니고 있는 애들이란 소리지요.”
“그게 뭔 소린데?”
“전하, 혹시 머리를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시는 건 아니지요?”
“어…어떻게 알았냐? 알면 좀 쉽게 말해봐 자식아! 스무고개 하지 말고!”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좀 쉽게 말하면, 이번에 풀려온 환향녀들은 거의 대부분 오피니언 리더들의 마누라거나, 여동생이거나, 딸이란 소리입니다.”
“그 말인즉슨, 청나라로 끌려간 마누라를 너무 사랑한 남편들이 돈을 끌어 모아서 마누라를 찾아왔다는 그런 소리냐?”
“미쳤습니까? 피 한 방울 안 섞인 마누라…그것도 정조를 잃은 마누라를 뭐가 좋다고 돈 내고 데려오겠습니까? 여자 쪽 식구들이 데려왔죠.”
“음, 그런데 그게 뭔 문제야?”
“전하,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시나 본데, 상놈들이야 대충 이혼을 하면 되지만,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전하 툭 까놓고 말해서 전하 쿠데타 해서 왕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정권의 정통성이 의심받는 상황 아닙니까? 더구나 전하가 청나라 오랑캐 놈들한테 괜히 쌈 걸고…그래서 나라가 절딴 난거 아닙니까? 모든 게 전하 잘못 때문에 일어난 일 아닙니까?”
“이것들이 뻑 하면 무조건 내 탓이래! 야 인마! 이건 전(前) 정부가 개판 쳐 놓은거 때문에….”
“전하, 광해군은 잘 했거든요?”
“그래서 뭘 어쩌라고?”
“그러니까 만약 이 시점에서 이 환향녀들의 부모들이 삔이 돌아버리면, 어떻게 되겠냐는 거죠.”
“혹시 쿠데타가?”
“지금 전하 지지율이 얼마인지 아시죠?”
“쉬파…어쩌냐?”
“괜히 지금 넘어온 환향녀들 이태원 같은데 몰아넣었다간…이 정권 끝납니다.”
이 당시 인조의 불안감은 상상 이상이었으니, 자신의 지지율이 밑바닥을 기고 있다는 사실. 실제로 쿠데타가 일어날 뻔도 했었다는 사실(인조반정의 일등공신인 심기원이 쿠데타를 모의했었다)에 인조는 바짝 긴장했고, 자신의 정권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 때문에 아들인 소현세자까지 죽일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소현세자 독살설은 거의 사실로 굳어진 이야기이다)
“허 이거 참, 골치 아프네. 선조대왕처럼 이태원으로 다 때려 넣으면 편할 터인데….”
인조가 한참 모자른 짱구를 굴리며, 고민을 하던 그때 동부승지 득달같이 달려온다.
“전하! 큰일 났사옵니다!”
“뭐야 자식아! 간만에 씽킹 어바웃 좀 해보려고 하는데...이것들이 말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안줘요. 이러니까 내 머리가 악세사리로 굳어지지…. 뭐야? 뭐가 큰일이야?”
“거시기…환향녀 남편들이 집단적으로 이혼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이런 된장할!”
“어쩌죠?”
“야! 너 밥숟가락 놓고 싶어? 당연히 안 돼지!”
“그런데 저것들 말하는 것도 대충 이해가 가긴 가는지라, 저라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거 같아서.”
“이것들이! 수렁 속에서 건진 내 마누라란 영화도 못 봤어? 이것들을 그냥…일단 국무위원들 비상소집해! 확대 관계 장관 대책회의를 열어서 해결책을 찾아야겠어.”
이리하여 정승판서들이 부랴부랴 대전(大殿)으로 모여드는데….
“전하!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만은 막아야 합니다! 막지 않으면, 이 정권 무너집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혼하지 말라고 할 순 없잖아! 그것들도 부랄달린 사내새끼들인데…그 심정 우리도 잘 알잖아.”
“전하, 그렇다고 남편들 말 들어줬다간 정권이 날아갈 판입니다.”
“알거든? 그래서 네들 불렀잖아. 뭔가 좀 반짝반짝한 아이디어 좀 내봐! 맨날 정권 날아간다고 불안감 조성하는 멘트만 날리지 말고!”
“전하, 이번 환향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남자들만 막아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그럼?”
“환향녀들에 대한 후속대책도 필요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피니언 리더들의 딸네미들이다 보니…얘네들에 대한 어떤 심리적 보상책이 없으면, 사회부적응이 예상됩니다. 아무래도 배운 것들이기에 정신적 데미지도 클테고, 또 이런 딸애를 보면 부모들 마음이….”
“그래서? 빨리 말해봐!”
“…….”
“너, 또 지면 관계상 그거 말하려고 하지?”
“소…송구하옵니다. 전하”
“휴…이것들을 그냥…. 이젠 아예 공식이구만 공식! 딱 이때되면 지면관계상….”
인조의 불평과 함께 끝이 난 초특급 울트라 역사 사극 ‘화냥년이 무엇이더냐?’ 4편...4편에서 못 다한 이야기는 5편으로 이어지겠다. 다음회를 기다리시라~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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