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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화냥년이 무엇이더냐? (3)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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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이 임진왜란 이후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조선을 재건하려던 그때, 임진왜란 덕분에 성장하게 된 후금의 압박이 계속 이어졌다. 이때 광해군이 선택한 방법이 기미책(羈靡策)이었다. 한마디로 줄타기 외교였다. 광해군의 이런 기미책에 불만을 가진 서인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 인조반정이라 알고 있는데, 실제론 이 기미책 때문에 쿠데타가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역사적 진실은 광해군이 시행하려 했던 대동법 때문이었다. (2004년에 있었던 대통령 탄핵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개혁에는 저항이 따른다)
 

기미책이 당시의 국제정세 속에서 유일하게 조선을 지켜줄 비책이란 것을 쿠데타 세력들도 알고 있었으나, 재조지은(再造之恩)과 폐모살제(廢母殺弟)를 대의명분으로 일으킨 쿠데타 세력은 자신들의 선명성을 위해 기미책을 버리고, 친명(親明)정책으로 돌아서게 된다. 그리고 된통 깨지게 되고, 궁극적으로 삼전도 치욕을 당하게 되는 단초가 되어주었다. 자, 문제는 이때부터인데 위정자들이 정치권력과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일으킨 쿠데타 때문에 피를 본 건 역시 민초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참에 조선을 확 쓸어버리자 해!”

 

“폐하…그건 좀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건 또 왜 그런다 해?”

 

“일단 조선이란 나라가 공성전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합니다. 그리고 우리 후금은 공성전에는 좀 약합니다. 우리야 말 타고 싸우는 거야 잘하죠…그러니까 대충 성은 피하고, 쭉쭉 진격해서 조선 왕만 항복시키는 게 빠를 거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만주를 너무 오래 비워두면, 명나라 애들이 찝적될 거 같구…”

 

“알았다 해!”

 

이리하여 정묘년과 병자년에 북쪽에서 한바탕 피바람이 불어 닥치는데, 이 오랑캐 애들이 조선을 침략하면서 노린 노림수가 두 가지 있었으니, 하나가 명나라를 칠 때 배후의 위협을 받지 않겠다는 정치적, 전략적 노림수였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경제적, 육체적 노림수 였으니…

 

“조선에서 삥 뜯자 해!”

 

“삥 하면 역시 인질극 아닌가 해? 가다가 걸리는 애들 다 잡아다가 데려가 일 시키자 해! 가뜩이나 인구수도 적은데, 조선애들 데려다가 농사짓고, 뿅뿅도 하고 하면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해? 여기다 덤으로 조선에다 몸값 요구하면, 꿩 먹고 알 먹고에 둥지 털어 불 때는 격이다 해!”

 

“흐흐…의주에서 평양까지 쫙 훑고 지나가면 미인들 넘쳐난다 해! 평양 기생하면 조선에서 먹어준다 해! 남남북녀(南男北女)라 한다 해!”

 

이랬던 것이다. 이 당시 후금의 인구수는 조선과 비슷비슷한 수준에서 좀 모자랐었다. 실제로 이걸 알게 된 효종이 후금의 인구가 조선보다 못하다는 걸 이유로 북벌(北伐)계획을 진척시켰던 것이다. 뭐 어쨌든 이 당시 후금은 부족한 노동력과 부족한 여자들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의주에서 평양에 이르는 동안 여자란 여자는 다 쓸어 갔었다.

 

“조선 여자들 짱이다 해!”

 

“괜히 원나라나 명나라에서 조선 공녀를 달라 했던게 아니다 해!”

 

그랬다. 후금…아니 청나라는 조선의 여자들에게 푹 빠져 있었으나,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으니 조선의 친지들이 몸값을 지불하고 여자들을 데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울러 심심찮게 탈출을 감행하는 여인네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심양의 소현세자 처소로 가서 읍소를 하던가, 압록강을 넘어 맨발로 고향에 돌아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게 되자 골치 아파지게 된 건 인조 정부 였다.

 

“지독한 것들이네…여기서 만주땅이 어디인데, 그걸 또 넘어왔대? 걍 거기서 살지…뭐 먹을게 있다고 조선까지 아득바득 기어들어와?”

 

“전하…아무리 그래도, 우리 국민들 아닙니까?”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골치 아프지! 이것들을 어쩌냐? 이런 된장찌개 같으니라구…”

 

“전하…어쩔까요? 선조대왕처럼 이태원에다 다 때려 넣을까요?”

 

“음…뭐 그럴 수밖에 없겠지? 어이 도승지! 일단 이태원 근처에 구획정리 좀 해 두라고 전해. 그래…임대아파트 몇채 돌려주고 시마이 하자고!”

 

“전하! 이런식의 미봉책으로는 해결을 볼 수 없는 사안입니다! 이번 병자호란 환향녀(還鄕女)는 임진왜란 환향녀(還鄕女)는 성격 자체가 다른 환향녀입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야야, 넌 또 왜 그래? 대충 일처리 끝낼려고 하는데…”

 

“전하! 이번엔 진짜 정권의 안보가 걸려 있는 문제입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휴…알았으니까 한번 토킹 어바웃 해봐라.”

 

“……”

 

“왜 안 해! 말하라니까!”

 

“아니 그것이…지면 관계상…”

 

“지랄을 랜덤으로 떨어요…야야, 앞으로 중요한 이야기 하려면, 지면 넉넉할 때…그래, 이야기 시작할 때 그때 후딱후딱 해치워라. 알았지? 계속 이렇게 하다간 독자들 화내시겠다.”

 

“알겠사옵니다.”

 

또다시 지면관계상 다음회로 미루어진 ‘중요한 이야기’…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사극 ‘화냥년이 무엇이더냐?’의 갈 길은 아직도 멀고멀었으니…다음회에 다시 찾아뵙겠다. 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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