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전하, 조선의 기본 컨셉이 무엇입니까?”
“그거야 유교아냐? 이 자식 지금 누굴 1, 3, 5, 7, 9로 보나….”
“전하, 그것이 말입니다. 전쟁 통에 정조를 지킨 꽤 괜찮은 여자들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래, 저번에 올라온 장계 보니까 경상도 어딘가에서는 왜군놈들이 젖가슴 만졌다고, 자기 가슴 두 개를 다 자른 다음에 자결한 아주 훌륭한 처자도 있더만. 그런 애들한테 열녀문 같은 거 지어 져야 한다니까.”
“그렇죠. 당연히 지어져야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정조를 지킨 여자들 보다 그렇지 않은 애들이 훨씬 많다는 거죠.”
“그건 걔네들 잘못 아냐? 지들도 당했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한번 해야 할 거 아냐?”
“전하,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기본 미니멈 수천명…맥시멈 수만명의 여자들이 죽어야 합니다.”
“그…렇게 많냐?”
“쳐들어온 왜군만 15만입니다. 전하 머리가 있으면 계산을 좀 해보십쑈. 그 머리 그거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시는 겁니까?”
“…영의정, 그런데 말하는 게 참 거시기 하다?”
“전하가 거시기 하게 만들지 않습니까! 지금 나라가 완전 개판 1분전인 상황인데!”
“아니 뭐…여하튼 그래서, 어쩌자고?”
“당장 그네들이 집으로 돌아가도 문제입니다. 이게 또 우리나라 남자들이 그노무 처녀막에 얼마나 집착합니까?”
“그렇지! 우리나라가 또 처녀막 재생수술에 있어서는 세계 제1의 선진국이잖아? 이 참에 나라에서 국고보조금을 주고, 대규모로 처녀막 재생수술을….”
“애 벤 애들은 어쩝니까? 애 낳은 애들은? 그리고 유부녀들은 어쩝니까?”
“…….”
그랬다. 이 당시 전란이 수습국면에 들어서자 양반가문을 중심으로 ‘왜놈들의 겁탈에 의한 이혼 청구소송’이 줄을 이었다. 너도나도 주장하는 단 한 가지!
“어떻게 딴 놈이랑 살을 섞은 여편네랑 같이 살 수 있습니까?”
“아무리 전시상황이라지만, 이런 강상의 윤리를 어지럽힌 마누라랑은 같이 살 수 없습니다!”
남자들이 못나서 일어난 전쟁, 그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여성들은 그렇게 다시 한번 남자들에 의해 짓밟히게 되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이 터지면 가장 큰 피해자는 젊은 여성과 어린아이들이라더니….
“전하, 만약에 이 이혼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나라가 절딴 납니다. 이혼을 하겠다는 애들이 한 두 명이겠습니까? 만약에 이혼당한 처자가 있는 집안에서 불만을 쏟아내게 되면, 그게 곧바로 정권에 대한 분노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런 된장! 그럼 어떻게 하지? 무조건 이혼금지령을 내릴까?”
“무조건 내려야죠! 이혼 절대불가를 선언해야 합니다!”
“오케이 거기까지! 접수했어!”
이리하여 선조는 ‘왜놈들의 겁탈에 의한 이혼 청구’에 대해 불가 입장을 천명하게 되는데, 그런다고 이혼을 안 할 남자들이 아니었으니, 억지로 데리고 살긴 하지만 저마다 첩을 다 두었고, 갖은 핑계…그러니까 시부모 말을 안 듣는다거나, 품행이 어지럽다는 이유 등등. 다른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게 된다. 자, 문제는 여기까지는 그래도 양반이었다는 것이다. 사명대사가 일본에 가서 포로로 잡힌 조선인들을 데리고 오면서 이야기는 좀 더 복잡해 졌는데, 왜놈의 아이를 잉태한 환향녀(還鄕女)와 이미 아이를 낳은 여자들의 처리를 어찌할 것이냐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야…얘들 어떻게 하냐?”
“…….”
“입이 있으면 좀 말들 좀 해봐! 세비 올리자고 할때는 입에 거품물고 지랄하던 놈들이 왜 이런 문제에는 입도 뻥긋 안하는데? 입에 공업용 미싱으로 오바로크를 쳤냐?”
“저기 전하, 방법이 하나 있긴 있사온데….”
“그래? 얼른 풀어 봐봐. 뭔 방법인데?”
“어차피 걔네들, 사회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수도 없는거고…이렇게 된 거 걔네들을 집단으로 모아놓고, 걔네들끼리 살라고 하는 게 제일 낫을 거 같습니다. 저번에 보니까 운종사(雲鐘寺) 여승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던데…사람들이 그 집을 이태원(異胎院)이라고 부르면서 군락지를 형성했습니다.”
“음….”
“뭐 어차피 쫑친 인생이지만, 그래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습니까?”
이리하여 이태원(異胎院)은 왜놈들에게 겁탈당해 임신한 여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되었으니, 바로 환향녀(還鄕女)의 쉼터라 불리게 된 것이다. 지금도 이태원을 가보면 외국인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이런 연유가 깃들여서인지도 모를 것이다. 어쨌든 여기서 환향녀(還鄕女)에 대한 이야기를 접을 수 있으면 아주 좋겠지만, 역사란 언제나 반복되는 것…임진왜란으로도 정신 못 차린 조선의 위정자들 때문에 제2의 환향녀(還鄕女) 사태가 벌어지니…그것이 바로 병자호란이었다. 이 병자호란에 관한 이야기는 지면 관계상 다음회로 미루겠다. 그럼 다음회에 뵙기로 하자.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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