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35. 화냥년이 무엇이더냐? (1)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20. 17:01

본문

요즘도 가끔 어르신들이 감정을 주체 치 못할 때 화냥년이라는 욕을 쓰는 걸 볼 수 있다. 이 화냥년이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간 여염집 여자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환향녀(還鄕女)라 부르는 것에 연유했다는 것은 일반상식처럼 널리 퍼져있다. 자, 그런데 말이다. 이런 환향녀를 위한 정부대책은 어땠을까?
 
분명 나라를 다스리던 임금과 조정 대신들이 사태파악을 못하거나, 전쟁준비를 다 하지 못해서…한마디로 나라를 잘못 다스려서 이런 불행을 불어들인 위정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지금부터 이 화냥년의 어원과 이율배반적인 조선정부, 아니 조선의 임금들을 따라가 보자.
 

“여기노 뭐하는 곳이므니까?”

 

“여기노 도깨비 시장으로 유명한 황학동이므니다.”

 

“도깨비 시장이노? 네놈이 아예 개념을 물 말았으므니다! 도깨비 시장은 한참이노 뒤에 나오므니다!”

 

“하…하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여기서 숙박할 만한 곳을 찾으므니다!”

 

“하이!”

 

서울을 점령한 가등청정(加藤淸正 : 가토 기요마사)은 황학동 도깨비 시장을 보러 왔다가, 그 근처에서 하룻밤 숙박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가등청정이 묵었던 곳이 운종사(雲鐘寺)라는 절이었다. 뭐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였는데,

 

“어이 부관이노! 나보고 진짜 잠만 자라는 것이므니까?”

 

“예? 수…숙박만 하신다고 하시지 않았으므니까?”

 

“네가 그러니까 평생 부관이나 하면서 사는 것이므니다! 가토 이꼬르 영웅, 영웅 이꼬르 호색(好色)! 호색 이꼬르…내가 꼭 추하게 그 다음 말도 말해야 하므니까?”

 

“아니 뭐, 이왕 추해지신거 확실히 추해지시는 것….”

 

“칙쑈! 당장 이노무 모가지를!”

 

“다…당장 구해보겠스므니다!”

 

가토 기요마사에게 엄청나게 쿠사리를 먹은 부관 헐레벌떡 여자를 찾았지만, 한밤중에 여자를 구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보도방이라도 불러야 하는데, 어디서 불러야 하므니까? 전쟁 통에 기생들도 다 토낀 상황이므니다. 이거 참 난감하므니다. 애들 시켜서 민가로 여자 잡으러 보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스므니다. 이러다 우리 대장 피가 몰려서 죽는수가 있는데, 하, 이거 참 큰일이므니다.”

 

이때 이 부관의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운종사(雲鐘寺)의 여승(女僧)들이었다.

 

“어이! 마사유끼! 저애들은 누구므니까?”

 

“운종사(雲鐘寺)의 여승(女僧)들이므니다.”

 

“여자가 있었지 않은가!”

 

“아니, 중이지 않스므니까….”

 

“중은 여자가 아니란 말이므니까? 당장 끌고오므니다!”

 

이리하여 가토 기요마사의 부관은 운종사의 여승들을 잡아다가 가토와 그의 장수들에게 끌고 가는데, 이렇게 대사(大事)를 치룬 가토 기요마사 일행들은 얼마 뒤 운종사를 떠나게 된다. 문제는 갈 때 곱게 떠날 왜놈들이 아니란 것이다.

 

“마지막이노 불꽃놀이 한번 하고 가므니다!”

 

가토, 운종사를 불태워 버린 것이었다. 결국 겁탈당한 여승들은 하는 수 없이 융경산(隆景山) 부군당(府君堂)밑에 토막(土幕)을 짓고 살았는데…덜컥 임신을 한 여승들이 하나 둘 생겼던 것이다. 이를 어찌할꼬…결국 이 여승들은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된다. 이때부터 이 융경산 부군당 밑 토막집을 이태원(異胎院 : 다른 이, 즉 왜인의 아이를 벤 집)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이태원에 어떤 이가 배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배나무가 너무 잘 자라 이태원(異胎院)일대를 이태원(梨泰院 : 배나무가 크게 자라는 집)이라고 불렀다.

 

뭐 여기까지는 운종사 여승들의 불행 정도로 끝이 나는 이야기 이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명나라의 원군과 남도에서 일본 해군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혁혁한 전공에 밀려 왜군들이 서울을 포기하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주로 몽진(蒙塵)길에 오른 선조도 환도(還都)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때부터 슬슬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전하, 상황이 좀 묘하게 꼬이기 시작하는뎁쑈?”

 

“또 뭐? 닝기리…폼 나는 건 광해가 다 하고, 난 맨날 골치 아픈 것만 떠 맡냐? 이번엔 또 뭔데?”

 

“전쟁통에 말입니다. 왜놈들한테 겁탈당한 여자 애들 말입니다….”

 

“그걸 왜 나한테 따지냐? 왜놈들 한테 따져야지!”

 

“아니 거시기...지금 상황에서 왜놈들한테 따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니까! 개인의 불행을 전부다 나라 잘못으로 떠맡기는…이런 못된 국민성 때문에 나라가 발전을 못해요 발전을! 그 딴 건 지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 아닌 말로 지들이 발이 느려서 피난 못가 당한건데, 그걸 왜 국가한테 따지나?”

 

“저기 전하,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이거 잘못 다뤘다간 정권의 안보가…아니 왕조 자체가 뒤바뀔수도 있는 문제라서….”

 

“뭐? 이건 또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이야? 어이 영의정 제대로 한번 설명해봐! 뜬구름 잡듯이 말하지 말고!”

 

“전하, 그것이…지면관계상 다음회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면관계상 다음회로 미루어진 정권의 안보가 달린 문제…과연 그 문제는 무엇일까? 초특급 울트라 역사 사극 ‘화냥년이 무엇이더냐?’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