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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기생집을 가더라도 지켜야 할 법도가 있느니라 下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9. 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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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 생활 10년차이면서 아직까지 기방에서의 기본 에티켓인 기방오불(妓房五不) 몰랐던 김진사! 그와 함께 화류계(花柳界) 생활을 시작한 친구 박원국에게 기방오불 강의를 듣게 되는데,
 
“빨랑 세 번째 하지 말아야 할 거도 말해도! 하루 동안 기다리느라 목이 다 빠졌다 안카나!”
 
“진즉에 그런 맘 묵었으면, 과거를 붙어도 골 백벅은 더 붙었겠다.”
 
“초등학교 1학년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토킹은 집어치우고, 후딱 나머지 이야기나 해봐라.”
 
“문디자슥…잘 들어라, 세 번째…아무리 분위기가 좋아도 집안에 있는 마누라나 세컨드 자랑은 하지 말아라.”
 
“와?”
 
“네 대가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악세사리가? 당연한 거 아이가! 팔자가 드세서 이 남자 저 남자한테 웃음 팔고, 몸 팔고 하면서 사는 애들한테, 조강지처 이야기 하면 기분 좋아서 박수 치겠나? 누구는 팔자가 더러워서 이놈저놈한테 끌려가 몸팔고 앉아 있는데, 누구는 팔자 좋아서 기방오는 남편두고 집에서 조강지처라고 앉아 있는데, 퍽이나 기분 좋겠다.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좀 해라. 이 문디 자슥아…네 대굴통 속에 있는 뇌는 폼이가? 뇌에 잡혀 있는 주름은 살이 남아돌아서 접은 기가? 이거 완전 또라이 아이가?”
 
“그런기가? 내는 몰랐제.”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뇌에 주름만 제대로 잡혀 있으몬 견적 다 나오는 거 아이가? 니, 혹시 살이 모자라서 뇌에 주름 안 잡은 거 아이가?”
 
“아이다!”
 
“저런 걸 친구라고…. 아, 그리고 네 문자 썼다캤제? 그기 무슨 쪽팔린 짓이고?”
 
“뭐가 쪽팔린긴데? 술 마시고 문자 쓸수도 있지. 내도 진사까지 단 놈 아이가!”
 
“지랄을 랜덤으로 떨어라. 네 진사 그거 컨닝 해서 딴 거 다 안다 안 카나. 천자문도 다 못 땐 놈이 문자는 무슨…. 네 그게 얼마나 큰 실순지 모르제?”
 
“무슨 실수 말이가?”
 
“기방오불 네 번째가 바로 기방에서 문자(文字)쓰지 말라는 기다.”
 
“그기 무슨 소리고?”
 
“네 황진이 알제? 뭐 황진이급 기생은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애들이라 크게 신경 안 쓰지만, 요즘 기생들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아나? 하긴 대한민국의 룸빵 가봐라. 태반이 대재이상이다. 그런 애들 앞에서 문자 쓰면 우예 되겠노? 그네들이 겉으로 보기엔 그래도, 상대하는 게 거의 대부분 배우고, 잘난 애들, 양반애들 아이가? 공부를 안했어도 술 따르며 귀동냥으로 들은 문자가 얼마겠노? 네 같이 뇌에 주름도 안 잡힌 애들보다는 백배는 낫을끼다. 괜히 기방가서 문자쓰다가 쪽팔린 꼴 당하기 전에 일찌감치 기방 근처에선 문자쓰지 말라고 하는 거 아이가.”
 
“그렇구나….”
 
“지랄을 해라…지랄을, 그리고 네 엊그제, 네 형수 이야기 했다 했제? 네 진짜 개념 없다. 개념을 바겐세일 한게 아이고, 아예 창고 대방출을 해 뿌린기다.”
 
“와 글카는데?”
 
“기방오불의 마지막이, 기방에서는 집안의 효녀나 열녀 자랑 하지 말라는 기다. 이것도 설명해 줘야 하나? 뇌에 주름이나 잡아라, 이 문디자슥아…. 몸 파는 애들 앞에서 일부종사 말하는 한량이 뭐 이쁘겠노?”
 
“…….”
 
“아무리 웃음 파는 애들이라도, 사람 아이가? 즐겁게 술 마시러 갔는데, 괜히 걔들 신경 건드려 좋을게 뭐꼬? 걔들도 자존심이란게 있을낀데, 피차 험한꼴 안볼라믄 걔들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줘야지. 네가 잘몬했다. 지금이라도 후딱 달려가 사과 하그래이….”
 
기방오불(妓房五不)…딱 보면, 기방을 제집 드나들듯이 한 한량들의 ‘생활의 지혜’란 생각이 든다. 얼마나 자주 갔으면, 기생들과의 인간관계를 생각해서 하지 말아야 할 법칙을 생각해 냈을까? 하긴 기왕 놀거면, 같이 놀 아가씨들의 기분을 굳이 망쳐놓을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이런걸 선현들의 지혜라 해야 할까? 어찌되었든 룸사롱 아가씨들이 어떤 직종은 기피대상 1호라고 들어가는 걸 꺼려하는 것 보다는 올바른(?)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적당한 선을 긋고 자제할 줄 아는 미덕,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있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기방오불(妓房五不)…오늘도 밤거리를 불나방처럼 배회하고 있는 남성 독자들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인 듯 해 몇자 적어봤다.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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