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게 기방에서 쫓겨난 김진사, 아침과 함께 찾아온 숙취에 머리는 지끈거리는데, 속에서는 열불이 났으니,
“아따, 마 이기이기 뭔 개쪽이고? 쪽팔리게 기방에서 쫓겨나? 이기 말이 되나? 내사 마 화딱지가 나서 말이 다 안 나온다. 출석부 맹글어서 꼬박꼬박 출근도장 찍고 가는 내 같은 우수고객을 이리 내칠 수 있는 기가?”
“일마야, 혹시 아나? 외상값 떼묵었는지….”
“장난하나? 내 성격 모리나? 내는 그 흔한 카드쪼가리 한 장 음따! 내는 현찰박치기 아니면 상대도 안 한다카이!”
“근데 와 쫓겨났노? 월향이가 그럴 가시나가 아인데…. 걔가 딴 건 몰라도 돈 앞에서는 팍 꼬리마는 걸로 유명하다 안카나?”
“그러니까 더 답답하제! 내가 뿌린 팁만 모아도 에쿠스급 가마 한 대는 뽑았을끼다!”
“그런데 왜 그랬지? 네 어제밤에 술 꼬장 부렸나?”
“물장사할라믄 내 같은 새끼들 쎄 빠지게 봤을낀데, 그런걸로 삐지겠나? 그라고, 내가 술꼬장 있다는 거는 월향이도 안다 안카나.”
“네 혹시 짚이는 거 엄나? 월향이가 뭐라 안카나?”
“음, 뭐랬드라…. 기방…기방 뭐시라 카는데, 마지막에 소금 뿌리믄서 내한테 기…기방…뭐시라 카는데….”
“퍼뜩 떠올려 보그래이”
“기…기방오형제? 기방오믈렛? 기….기방에 불났다 카든데….”
“네 지금 기방오불(妓房五不) 말할라 하는거 아이가?”
“아! 맞다 맞다! 기방오불이라 캇다! 네 근데 그걸 우째 아노?”
“네 기방 출입 몇 년 했노?”
“기방? 그걸 와 묻노? 네캉내캉 서당 졸업하자마자 같이 안 갔나? 네 벌써 까 묵었나? 네 벌써 치매가?”
“에라이, 호로자슥아! 10년 가까이 기방을 들락거렸으면서 기방오불(妓房五不)을 몰랐나? 이 문디자슥아…네가 그러고도 한량이가?”
“와? 와 그러는데? 내가 뭐 잘못했나?”
“놀아도,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는기다. 오입질을 할라케도 뭘 알아야 해묵지…. 에라 이 문디자슥아, 그 동안 뿌린 팁값이 아깝다.”
“기방오불이 뭔데 글카나? 와 그기 뭔데?”
“윈도우도 모르고 컴퓨터 사겠다는 놈하고 네하고 또~옥 같다. 잔말 말고, 네 어제 월향이 한테 했던 말 다 씨부리 봐라. 안봐도 비디오 겠지만도, 함 들어나 보자.”
“월향이 한테 한 말? 내가 뭐라캤지?”
“뭐라 했을 거 아이가! 그러니까 월향이가 네를 쫓아냈제!”
“별말 안했다. 월향이 보고, 독장민가, 흑장민가라 했고….”
“쯧쯧…또?”
“울 형수 이야기 쪼메 했제, 이번에 울 형수 열녀문 받는다 안카나…. 그리고, 울 마누라 이야기 좀 했고, 별거 안했다.”
“네 문자(文字)는 안썼제?”
“충신은 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이고, 열녀불경이부(烈女不敬二夫)이라캤나? 우리 형수 이야기 좀 하면서 열녀 이야기 좀 했제…. 와? 뭔 문제 있나?”
“이노마가 아주 종합 선물세트로 지랄을 떨었구만…네 쫓겨날만 했다.”
“뜬구름 잡는 소리 고마하고, 와 그랬는지…그 기방에 불나는 이야기가 뭔지 설명 좀 해 보그라.”
“휴…기방오불(妓房五不)이라 카는건, 네나 내같이 오입질 잘하고, 술 잘 처마시고, 투전질 잘하는 한량 선배님들이 만든 말인데, 해석하면…기방에서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라는 기다.”
“기방에서 하지 말아야 할 다섯가지? 이거…법이가?”
“지랄을 한다. 나라에서 미쳤다고, 기방에서 오입질 하는 놈들 때매 법 만들겠나?”
“하모?”
“이기 다 선배들이 수십, 수백년간 오입질 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서 맹글어진…그래, 관습헌법 같은 기다. 기방에서는 기방오불이 곧 법인기라.”
“그런 게 다 있었나?”
“네 같은 놈이 친구라니, 내가 다 쪽팔린기라…이건 말이다.”
“서론빼고, 본론부터 후딱 말해 보그라, 그 다섯가지가 뭐꼬?”
“첫 번째, 이건 네도 알낀데…기생들의 약속을 믿지 말라는 기다. 이놈저놈 한테 웃음 팔아 먹고 사는 애들인데, 돈보고 웃는 애들 웃는 걸 믿지 말라는 기다.”
“그거야 상식 아이가? 그게 기방오불이가?”
“첫 번째라 안카나! 두 번째는…네 기생들 별명이 뭔지 아나?”
“기생들? 아, 해어화(解語花 : 말하는 꽃)라 안카나? 말하는 꽃…맞제?”
“알긴 아네…우리 같은 한량들한테, 웃음 팔아먹고 사는 말하는 꽃이 기생 아이가? 걔들 팔자가 오죽 박복하면 말하는 꽃이 되었겠노? 그런 애들한테 꽃 선물 하면, 그게 무슨 꼴이 되겠노? 말하는 꽃이 살아있는 생화(生花) 안고 있으면 그 꼴이 보기 좋겠노?”
“아….”
“아는 무슨 아! 기생들한테는 꽃선물 안하는 게 기본 에치켓이다 에치켓!”
“에티켓이 아이고?”
“에치켓이고, 에티켓이고! 예의라는 기다!”
“아…그래서 월향이가 삐칫구나. 세 번째는 뭐꼬?”
“세번째는…지면 관계상 내일로 미루자. 친구 한놈 잘못둬서 이 나이에 기방오불을 가르쳐야 하니…나머지는 낼 마저 하자.”
지면관계상 내일로 미루어진 기방오불(妓房五不)의 나머지 세가지 금지 사항들! 초특급 울트라 나가요 사극 ‘기생집을 가더라도 지켜야 할 법도가 있느니라’는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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