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정희대통령의 국장은 온 국민의 애도속에서 3일 엄숙히 거행되었다.
우리는 국민과 더불어 충심으로 그의 명복을 빌면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결의를 다짐하고자 한다. 이제 고인을 국장의 예로 떠나 보냄에 있어서 그의 지도자로서의 공과를 논하는것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그가 우리 현대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적어도 그가 강인한 의지력과 무서운 추진력으로 일면 건설, 일면 국방을 밀고 나가 우리 한국의 국가적 기초를 마련하고 앞으로 우리 민족이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터전과 자신감을 남겼다는 사실만은 그의 지지자이든 반대자이든 다 같이 동의하리라고 믿는다.
그 자신이 평소에 말했듯이 그는 「불행한 군인」이었기도 하지마는 한 개인으로서도 결코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동서고금의 어느 지도자가 고 박대통령처럼 부인과 자신이 다 같이 차례로 그처럼 비명에 간 사람이 있었던가. 고인은 이처럼 한 개인으로서도 크나 큰 불행을 당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그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이나 달리하는 사람이나를 막론하고 그의 돌연한 서거를 더욱 애도하고 애석해 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본다.
앞으로 우리의 과제는 절대로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데 있다고 할 것인데, 우리는 국민 모두가 합심하고 지혜를 짜낸다면 충분히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26일 박대통령이 돌연 서거한 이래 지금까지 9일간의 국장기간동안 우리 국민 모두가 보여준 의젓한 태도는 마음 든든하고 자랑스럽다고 하겠다. 우려되던 혼란을 스스로 막고 질서와 안정을 유지해온 것은 얼마나 우리가 간절하게 이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는 가를 말해 주는 것이며 또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저력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난국을 수습하여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사회적으로 정의가 구현되는 국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오늘의 이 불행을 엄숙한 교훈으로 삼고 국민 각자가 각성하고 분발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만약 또 다시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면 우리 민족은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잃어버릴 것이며 자손만대에 한을 남긴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가 지난 9일동안 그만큼 국민적 긍지를 과시한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거니와 그동안 우리 우방이 보여준 신속한 조치도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 우방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자신이 내부적으로 결속하고 단결하지 않았던들 우방의 지지가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를 생각할 때 우리가 현재 국제적으로 지고 있는 책임 역시 크다는 사실을 인식해야겠다. 지금 온 세계는 우리를 주목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의 우방들은 우리가 잘 되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나 우방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더욱 비상한 각오로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제 박대통령을 떠나 보내면서 우리는 동시에 한 시대의 끝남을 보고 있다. 이 중대한 역사적 순간을 당하여 우리가 해야할 것은 차질없이 새로운 한 시대를 맞도록 모든 지혜를 짜내는 일이다. 지난 날의 좋은 점은 더 살리고 발전시키되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이를 시정할 줄 아는 용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새로운 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여기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공연한 시행착오만을 초래할 것이다.
오늘의 이 불행이 앞으로 우리 역사에 영원한 교훈이 되기를 바라면서 고박대통령의 명복을 충심으로 비는 동시에 그의 유족들에게 다시 한번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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