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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半島의 平和를 위하여 -『동아일보』1972.7.5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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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매체 4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발표된 남북공동성명은 그동안 남북한 당국자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통일문제를 협의하는 회담들을 가졌으며 조국통일원칙과 긴장상태 완화문제에서 중요하고도 구체적인 사항들에 완전한 견해일치를 보았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확보될 가능성을 강력하게 한반도 내외에 제시했다.


지난 5월 2일에서 6월 1일까지의 기간에 평양과 서울에서 각각 한 번씩 모두 두 차례에 걸쳐 열렸던 남북한 당국자들의 회담들에서 『...쌍방은 조국의 평화통일을 하루 빨리 가져와야 한다는 공통된 염원을 안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서로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고 합의된 세 가지 조국통일원칙을 남북공동성명은 밝히고 있다. 통일문제에서 쌍방이 세 가지 「원칙」에 견해의 일치를 보았다는 것을 우리는 다행스러운 성과로서 평가하려고 한다. 아직은 구체적인 통일방안에 합의가 이루어질 단계에 있지 못하는 것은 그 동안의 남북관계를 회고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다. 서로 이질적으로 발전한 두 체제의 통일이 하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통일을 위한 방향이 쌍방에 의해서 설정되고 합의된 것으로서 만족하며 결코 실망하지 않는다. 도리어 성급한 기대나 지나친 흥분은 통일을 위한 착실한 준비과정에서 유해할 경우가 있다는 것을 경고해 두고자 한다.


조국통일원칙 세 가지 가운데서 특히 우리가 환영하는 것은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는 둘째 대목이다. 쌍방이 다 같이 통일의 수단으로서 전쟁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남북공동성명에는 6․25전란에 관한 언급은 보이지 않으나 그것을 공동으로 기초하고 성명한 남북한 당국자들의 뇌리에는 그 잊을 수 없는 민족적 비극이 어려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남북공동성명의 정신을 존중하며 이곳에서 굳이 6․25전란의 책임을 가리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민족적 비극의 참상을 몸소 너무도 통절하게 겪고 알고 있기 때문에 남북한 당국자들이 통일수단으로서 전쟁을 포기했고 평화를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는 것을 민족의 입장에서 높이 평가하고 환영하는 바이다.


남북공동성명을 읽을 때, 한반도의 평화를 지향하는 남북한 당국자들의 의지는 앞서 지적한 바에 그치지 않는다.『쌍방은 남북 사이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서로 상대방을 중상 비방하지 않으며,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무장도발을 하지 않으며, 불의의 군사적 충돌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공동성명은 말하고 있다.


또한 공동성명은『…돌발적 군사사고를 방지하고 남북 사이에 제기되는 문제들을 직접 신속 정확히 처리하기 위하여 서울과 평양 사이에 상설 직통전화를 놓기로 합의하였다』고도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합의들은, 만약 그것들이 실천에 옮겨진다면,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크게 완화하게 될 것은 의심할 바 없고 그럼으로써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확보할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본다. 상호 중상 비방의 중지, 무장도발의 금지 , 돌발적 군사사고의 방지, 상설 직통전화의 설치는 공동성명 발표와 때를 같이 하여 즉각적으로 실천되어야 할 구체적인 사항들이라는 점에서 공동성명이 밝힌 합의사항들 가운데서 가장 현실적인 의미를 지니는 요소들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이러한 긴장상태 완화를 바탕으로 남북한 당국자들이 앞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어떤 합의된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공동성명에서 살펴본다면 다방면적인 제반교류, 남북적십자회담의 성사, 남북조절위원회의 구성 운영의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적십자회담에 관한 사항은 새삼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남북한 당국자들이 그것이 하루빨리 성사되도록 적극협조하는 것을 다시한번 공동성명에서 다짐했다는 것은 남북적십자회담의 앞날이 밝다는 기대를 우리로 하여금 가지게 한다.


교류문제에서 공동성명은 『쌍방은 끊어졌던 민족적 연계를 회복하며 서로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민주적 평화통일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남북 사이에 다방면적인 제반교류를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남북 간의 인위적인 벽이 무너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남북한 당국자들이 앞으로 가능한 한 남북교류의 폭을 많은 부문에 확대하여 실시할 것을 결의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우리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남북조절위원회의 설치이다. 공동성명은 『쌍방이 이러한 합의사항을 추진시킴과 함께 남북 사이의 제반문제를 개선 해결하며 또 합의된 조국통일원칙에 기초하여 나라의 통일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이후락부장과 김영주부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남북조절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남북 간의 대화와 협의의 기구가 남북조절위원회의 이름으로 발족하게 된 것은 남북공동성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본다.


남북공동성명이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로서는 한반도의 긴장상태 완화를 약정하고 다음 계획으로서는 교류와 대화와 협의에 의한 남북한의 재접근을 도모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역사적 전회이고 역사적 결의라고 평가하며 민족의 입장에서 이를 환영하려고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온 민족의 염원이고 온 민족의 행복과 번영을 기약하는 기반이라는 것은 길게 말할 필요조차 없겠으나, 우리는 그것이 동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믿으며 온 인류의 염원인 세계평화에 대한 우리 민족의 의무가 한반도에서 이행될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시된 것을 흐뭇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약정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나 우리나라 속담에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남북한 당국자들은 한반도에서 대평화의 시대를 약정하였고 대평화의 시대를 시작하였다. 쌍방은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이 조국통일을 일일천추로 갈망하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염원에 부합된다고 확신하면서 전기한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온 민족앞에 엄숙히 약속했다.


우리는 남북한 당국자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회담들을 가지고 공동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게 이니시어티브를 취했던 박정희대통령의 영단에 경의를 표하면서 남북한 당국자들이 그동안 남북 간에 쌓이고 쌓인 불신을 씻는데 인내와 성의를 다할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그것은 하루 이틀에 씻어질 수 있는 성질의 불신은 아니겠으나 오랜 세월에 걸친 인내와 성의가 합의사항의 실천으로 구현된다면 상호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남북한의 국민에게도 남북공동성명은 놀라움이었고 충격이었겠지만 남북한 당국자들이 조국통일을 전제로 긴장상태 완화와 남북한 재접근을 결의하고 약정한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대평화의 시대가 하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성급하지 말고 들뜨지 말고 서둘지 말고 초조하지 말고 한편 가능성을 미리 부정하는 비관의 타성(타성)을 탈피하지 못한 채로 회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만을 능사로 삼지도 말고 냉철한 이성과 꾸준한 인내로 민족대평화의 시대를 맞자고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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