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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 -『동아일보』1962.7.28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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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매체 헌법의 심의는 그간 여론의 뒷바침도 있는 관계로 요즘 상당히 정상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기존헌법의 일부분만 고치면 개헌이 되고 상당한 부분을 고치면 제헌이 된다는 식의 망언도 횡행한 일이 있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헌법상의 국회가 손을 대는 경우에는 거의 전부의 헌법조문을 고칠지라도 개헌이 되는 반면에, 국회가 아닌 다른 주체가 손을 대는 경우에는 한 조문에 해당하는 부분만 고칠지라도 신헌법의 제정이 된다는 것이 인정되기에 이르렀는데, 비록 뒤늦게나마 이러한 당연한 법리가 논자들 사이에서 수락된 것은 앞으로의 헌법심의를 위하여 다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극복되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 하나의 사고방식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므로 국민은 언제든지 그리고 마음대로 국민투표의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할 수가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의 헌법심의위원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유력한 의견인 것처럼 보도되어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국민투표를 이처럼 만능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심히 경솔하고도 위험한 일이라고 우리는 생각하는 것이다.


대개 헌법문제를 정치학적으로만 고찰하려는 입장에서는, 헌법을 단순히 정치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만 보고, 따라서 현재의 최고 정치세력인 군정당국은 당연히 앞으로의 헌법을 창설할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만들어질 헌법이 그래도 명색만은 민주헌법인 것이므로 형식을 갖추기 위하여 나중에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한다고 주장되는 것인데, 이러한 식의 국민투표론이 지상토론회 같은 데서도 상당히 많이 떠돌아 다니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이때의 국민은 비록 국민투표라는 지극히 불편한 방법에 의하였을망정 그 헌법을 수락한 것만은 사실이므로, 따라서 이것으로써 충분히 그 민주헌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는 생겨난다고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식의 국민투표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3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우리는 생각하는 것이다.


첫째로, 헌법은 물론 정치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헌법」도 하나의 법인 이상 그것은 법의 일반원칙을 무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헌법이 제정되고 개정되는 것은 모두 법의 일반원칙상 그러한 것으로서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보는 경우에, 우리 헌법은 오로지 그 헌법상의 국회에 의하여서만 개정될 것을 원칙으로 하였고 그리고 국민투표의 방법에 의한 개헌절차는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따라서 만일 군정당국에서 헌법 중의 몇 조문을 고친 다음에 국민투표에 부쳐 그것에 대한 국민의 승인을 얻기로 한다면, 그것은 결코 기존헌법이 개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조문내용이 근사한 신헌법의 제정이 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것은 「개정형식」을 밟는 것처럼 가장하고서 신헌법을 「제정」해 버리자는 지극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에 둘째로 문제가 되는 것은, 개정이든 제정이든 간에 국민투표를 통하여 국민이 승인하기만 하면 그것으로서 민주헌법이 되는 것이며 중동 동남아 중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도 모두 이러한 식으로 혁명의 사후처리를 하였으니 우리라고 해서 그렇게 해서 아니되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우리 나라가 지금 분단되어 있다는 것을 망각한데서 나온 무책임한 생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아직 유엔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로서의 승인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우리는 유엔에서 「정부」로서의 승인은 받고 있지만, 그것도 우리의 정부가 1948연에 유엔감시하의 총선거로써 구성된 국회에 의하여 제정된 헌법을 가지고 있고 그 헌법에 의하여 조직된 정부로서 존속하는 한에 있어서 그러한 정부승인을 계속 보유할 수가 있는 것이며, 만일 그 헌법을 일축하고 새로이 헌법을 만드는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유엔의 승인은 그 효력을 상실하고, 유엔과의 관련의 밑에서 지금까지 이 땅에서 이루어 놓은 위대한 사업을 모두 백지로 환원한다는 무서운 이론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자기의 이론을 고수하기 위하여 생명까지도 바치는 것은 학자로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하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자기개인의 정치학설을 관철하기 위하여 조국이 지금까지 10여년간 대공투쟁을 해온 업적을 무로 돌리고, 그 흉악한 북괴와 국제무대에서 동등한 입장에 서도록 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고 하면 우리는 그를 애국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인데, 국민투표룰 주장하는 견해를 이론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바로 이러한 비애국적인 결론에까지 도달하고야 만다는 것을 우리는 승인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특히 작년의 유엔총회에서 일패도지한 공산진영이 금년의 총회에서는 일찍부터 한국문제를 상정하자고 서두는 품이 필시 무슨 흉계가 있으리라고 짐작되는 것인데, 이럴수록 우리는 더욱 경계하여 법이론상으로도 빈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셋째로 문제가 되는 것은 과연 군정당국에서 민주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것이다. 군정당국에서 헌법을 개정한다고 하면 그 방법은 국민투표에 의하는 길밖에 없는 것인데, 국민투표의 방법에 의한 개헌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불미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면, 이것은 결국 군정당국에서는 개헌을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결론을 가져오게 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군사혁명이 구악을 일소하고 조국을 굳건한 민주토대위에 올려 놓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이요, 조국의 민주적 기본체제 그 자체에 손을 대는 것이 그 본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반성해 본다면 당연 하고도 또 당연한 결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8․12 성명에 나타난 군정당국자의 포부나 현재 진행중인 헌법심의위원회의 활동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군정당국자의 포부는 앞으로 민주적인 개헌이 있을 때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며, 또한 헌법심의위원회는 외국에도 흔히 있는 그런 유의 헌법연구기관으로서 충분히 그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반공국가의 국민으로서 이론상 정략상 한가지만을 고수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헌법의 개정은 우선 제2공화국헌법에 의한 국회를 구성하고 난 다음에라야 비로소 논의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7월 23일자 본란에서 권장한 개헌의 방법은 바로 이러한 결의 밑에서 제안되었던 것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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