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안의 공고기간은 7일로써 완료되었다.
공고된 이래 이 안은 국민의 여론 앞에 신중히 검토되어 왔는데 저간의 추세로 볼 때에 여론의 대세가 이 개헌안을 찬성하지 아니한다는 것은 공평한 눈으로 보아 사실인 것 같다. 총리제도의 폐지라든지, 대통령임기제한예외규정같은 문제가 가장 중요한 비판대상이 되고 있는데, 국내여론의 대세를 귀 막고서 이러한 중대한 기본국시의 변경을 강행한다는 것은 국가민족의 안위와 발전을 위해서 특히 위험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으니 본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안될 하나의 이유요.
다음에는 절차상으로 보아 참의원 성립 전에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하는 논이 형식적으로는 반박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반박이 실제적으로, 즉 헌법의 근본정신에 비추어서는 지나친 해석이라 아니할 수 없으니 이를 철회하지 아니하면 안될 둘째의 이유요. 또는 국민투표제 자체의 가부도 논난의 대상이 되었거니와 개정안에 나타난 문면이 법적 정확성을 결여했다는 점에서 이 원칙을 채택하는 경우에라도 자구수정을 가하여야 할 것이 분명하여졌으니 이 안을 일단 철회해야 할 이유의 셋이다.
그런 중에 아직까지 공론에서 그리 상세히 논급되지 아니한 점 하나가 있으니 그것은 곧 국무회의 의결권의 존속이다. 본 개정안은 종래의 절충제도를 시정하여 완전한 대통령중심제를 확립한다는 것이 그 주지이어니와 그 주지 하에서 볼 때에 국무회의의 의결권을 존치한다는 것은 중대한 모순이다. 개정안을 보면 제68조에서「국무원은 대통령과 국무위원으로 조직되는 합의체로서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국책을 의결한다」하여 국무원을 의결기관으로 존치하였으니 이는 곧 대통령은 국무원의 의결 없이는 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제72조에 있어서 의결을 요하는 사항을 열거하였는데 그 내용은 (1)국정의 기본적 계획과 정책 (2)조약안, 선전, 강화, 기타 중요 대외정책 (3)헌법개정안, 법률안, 대통령령안 (4)예산, 결산, 재정상 긴급처분, 예비비 지출 (5)임시국회의 집회요구 (6)계엄 (7)군사에 관한 중요사항 (8)영예수여, 사면, 감형, 복권 (9)각부간의 연락, 권한획정 (10)청원심사 (11)대법관, 검찰총장, 심계원장, 국립대학총장, 대사, 공사, 각군 참모총장, 기타 법률지정공무원, 중요기업체관리자 임명 (12)행정 각부 중요정책수립운영 (13)기타 국무위원 제출사항 등으로 되어 있다.
이를 일별하면 그 의결권의 범위가 얼마나 광범한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행정수반이 되어 백정을 친재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요 기실은 국무원의 결정을 집행하는 사무기관에 불과하게 되어 있다. 물론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의장이 되므로 의장으로서의 직권이 약간 있을 것이나 표결권은 일표이며 가부동수인 경우 결정권이 있을 뿐이다 (제71조). 그러므로 이 헌법에 있어서 행정책임은 결코 대통령중심이 아니요 국무원중심으로 되어 있는 것이니 이것은 개헌의 중대한 이유로서 발표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혹은 가로되 대통령에게 국무위원 임면권이 있는 만큼 국무원이 의결기관이라 하되 대통령과 의견이 배치될 때는 반대의사를 가진 국무위원을 경질시킴으로써 대통령의 의사를 관철할 수 있다고 하리라. 그렇다면 국무위원을 한 개의 자문기관으로 하여 숫제 헌법에서 국무회의 또는 국무원의 제도를 빼버리는 것이 타당할 것이지 구태여 의결기관이라 해놓고 로봇을 만들어 놓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과거의 실례에 비추어 보아서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의결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정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정하면 그 때는 법적으로 비상히 곤난한 처지에 함입할 것이다.
현 대통령을 종신토록 모셔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초안자는 그런 경우를 설정해 본 일이 있는가? 또는 금번 개정안에 국무원 의결권이 그대로 존속된다는 것을 현 대통령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인가. 또는 금후 만기를 반드시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치고 또 그 의결대로만 시행하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대통령중심제라는 원칙에 어그러지는 국무원중심제를 두어서 금후 번번이 위헌문제가 날 우려가 있다고 하면 이 개정안은 일단 철회하여 재수정함만 같지 못하다.
혹은 또 말하기를 이번 개정안이 국무원의 결제를 존치한 것은 순전한 미국식을 따른 것이 아니고 책임내각제의 일부를 따다가 절충하여 이상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개헌의 취지가 이미 절충식의 폐를 인정하고 순전한 미국식을 취한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이런 절충식이 새치기로 들어 있는 것은 유해무익할 것이 뻔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철저히 자구와 내용을 한번 더 연마하여 요다음에는 과거처럼 다시는 위헌문제가 생겨나서 진퇴유곡의 경우가 발생되지 않도록 다듬어 놓기 위해서 일단 철회함이 가하다.
미숙한 안을 여론의 반대에 불구하고 억지로 통과시키려고 하다가는 표결과정에서 혼란을 야기시킬 염려가 있을 뿐 아니라 설사 통과가 되더라도 적지 않은 후환을 남길 수 있으니 차제에 제안측인 자유당은 재삼 숙려하여 깨끗이 철회하고 다시 안을 세워 보기를 충고한다.
휴전 성립 -『동아일보』1953.7.28 (0) | 2007.02.20 |
---|---|
反共捕虜問題 解決策 -『동아일보』1953.10.27 (0) | 2007.02.20 |
이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 -『동아일보』1957.5.31 (0) | 2007.02.20 |
민주주의의 종언 -『동아일보』1958.12.24 (0) | 2007.02.20 |
4*19 학생 의거 -『동아일보』1960.4.21 (0) | 2007.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