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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발 리베로] 뮌헨 잡고 '태풍' 된 마인츠, 원동력은 혹한기 훈련

--김현민 축구

by econo0706 2022. 11. 2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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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3. 04

 

마인츠가 주중 분데스리가 24라운드 경기에서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마저 2-1로 꺾고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오는 데 성공했다.

 

/ 마인츠 구단 공식 트위터

 

# 마인츠, 대어 바이에른 잡다

 

마인츠가 주중 24라운드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바로 바이에른을 그것도 원정에서 2-1로 꺾은 것. 이번 시즌 바이에른은 공식 대회 홈 15전 전승을 이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홈에서 52득점(경기당 3.47골)을 몰아넣는 동안 단 5실점(경기당 0.33골)만을 허용하며 극강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바이에른을 상대로 마인츠가 먼저 역습을 통해 선제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마인츠는 26분경 크리스티안 클레멘스가 헤딩으로 내준 걸 오버래핑해 올라온 줄리아노 도나티가 크로스를 연결했고, 이를 삼페리오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다급해진 바이에른은 에이스 아르옌 로벤의 공격을 중심으로 동점골 사냥에 나섰다. 로벤은 전매특허와도 같은 왼발 킥으로 마인츠의 골문을 위협했고, 결국 64분경 비달의 패스를 받아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이후 경기는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양팀 모두 이렇다할 득점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85분경 마인츠가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엘 브로진스키가 측면을 따라 단독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후 주장 율리안 바움가르틀링거에게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받은 바움가르틀링거가 터닝 동작으로 비달을 제치고 패스를 연결했다. 이를 마인츠 공격수 욘 코르도바가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에서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다.

 

뒤늦게 바이에른은 파상공세에 나섰으나 전원 수비로 돌아선 마인츠를 뚫는 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승부는 2-1 마인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마인츠는 이 경기에서 무려 55회의 태클을 시도해 31회의 태클을 성공시켰다. 가로채기도 27회였고, 걷어내기는 35회에 달했다. 슈팅 차단도 15회였다. 말 그대로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를 펼친 것이다. 이는 모두 시즌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기록이다(시즌 평균 태클 시도 32.6회, 태클 성공 19.6회, 가로채기 21.3회, 슈팅 차단 2.9회, 걷어내기 22회).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바이에른전에 마인츠가 저지른 파울 숫자가 11회 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시즌 평균인 15.2회보다 적은 수치였다. 원래 수세적인 형태에서 태클을 많이 시도할수록 파울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프리킥으로 실점을 허용하는 위험성도 올라간다. 즉 마인츠는 상당히 규율이 잡힌 수비를 통해 파울을 최소화하면서 바이에른에게 프리킥 찬스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더해 마인츠는 역습 과정에서 실수를 적게 저지르면서 효과적으로 바이에른의 뒷공간을 공략해 나갔다. 이 경기에서 마인츠 선수들이 바이에른에게 볼 소유권을 내준 횟수는 11회가 전부이다. 직접적으로 바이에른 선수들에게 소유권을 뺏긴 횟수는 1회 밖에 되지 않고, 볼 터치 실수가 10회였다. 이는 바이에른 기록(30회)에 1/3 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이것이 바로 마인츠가 점유율에서 26대74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도 2골을 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마틴 슈미트 감독의 용병술도 빼놓을 수 없다. 4-2-3-1 신봉자인 슈미트는 바이에른전에 니코 분거트와 레온 발로군, 그리고 알렉산더 하크를 중앙 수비수로 투입하는 가운데 좌우 측면에 가에탄 비스망과 도나티를 배치해 실질적인 5백을 구성했다. 슈미트가 5백 전술을 들고 나온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바이에른의 장기인 공격을 제어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게다가 최전방 공격수로는 전문 공격수인 코르도바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유누스 말리를 배치해 실질적인 제로톱 형태의 스리톱을 구축했다.

 

5백 특성상 측면 공격은 좌우 측면 수비수인 비스망과 도나티가 전담해야 했다. 특히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도나티 위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도나티는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소임을 다했다. 하지만 도나티가 공수를 모두 수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도나티가 지친 모습을 보이자 슈미트는 73분경 도나티를 빼고 브로진스키를 교체 투입했다. 바로 브로진스키가 바이에른 측면을 파고 들면서 결승골의 기점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결승골의 주인공 역시 60분경 제로톱을 수행하던 말리 대신 교체 투입된 전문 공격수 코르도바였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결승골을 합작한 것이다. 말 그대로 슈미트의 계산대로 경기가 흘러갔다고 할 수 있겠다.

 

마인츠가 바이에른을 잡는 이변을 연출하자 독일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마인츠의 광란", "초자연주의자 슈미트, 위대한 과르디올라를 골탕 먹이다" 등의 헤드라인을 통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 마인츠 구단 공식 트위터

 

# 마인츠, 후반기 돌풍의 원동력은?

 

비단 마인츠가 이변을 연출한 건 이번이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마인츠는 후반기 개막전에서 승격팀 잉골슈타트에게 0-1로 패한 후 후반기 6경기에서 5승 1패를 달리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인츠는 전반기 8위에서 현재 4위 묀헨글라드바흐과 승점 동률인 5위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쉬웠던 것도 아니다. 마인츠가 후반기에 올린 5승 중 4승이 바로 묀헨글라드바흐와 샬케, 레버쿠젠, 그리고 바이에른 같은 분데스리가 강호들을 상대로 올린 것이다. 즉 마인츠는 자신들보다 순위가 높은 팀들을 하나씩 꺾어나가면서 순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그러면 마인츠가 후반기 들어 달라진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활동량을 꼽을 수 있다. 마인츠는 1-0으로 승리한 묀헨글라드바흐와의 19라운드 경기에서 125.17km의 활동량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활동량 기록을 수립했다. 이어서 이번 바이에른전에선 125.26km의 활동량을 기록하며 자신들의 기록을 경신했다.

 

통상적으로 활동량은 118km만 넘어도 많은 편에 해당한다. 하지만 후반기 이들은 평균 120km의 활동량을 기록하고 있다.슈미트 감독은 마인츠의 활동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후반기 들어 원래 측면 수비수 역할을 주로 맡았던 레온 발로군을 중앙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발로군은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커버 플레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피에르 벵트손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 비스망도 후반기 들어 7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하며 새로운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비스망의 중용 역시 활동량에 기인하고 있다. 

 

삼페리오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드리블 돌파(2.1회)를 기록하며 돌격대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삼페리오는 후반기 7경기에 출전해 3골 2도움을 올리며 말리를 넘어 새로운 팀의 에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외 공격수 코르도바 역시 무토 요시노리의 부상을 틈타 최근 3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레버쿠젠에서 마인츠로 이적해온 도나티 역시 공수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이며 팀 상승세에 일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신력 강화가 마인츠 후반기 돌풍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슈미트는 항상 인터뷰에서 입버릇처럼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매번 경기 전후로 선수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슈미트는 겨울 휴식기 동안 마인츠 선수들을 데리고 스위스 발리스에서'맥박의 날(Impulstage)'이라는 모토 아래 이색 혹한기 훈련을 단행했다. 마인츠 선수들은 눈신발을 신고 특수 장비들을 갖춘 채 적설량 50cm가 넘는 알프스 산을 등반했다. 해발 2700미터 지점에 위치한 알레츄 아레나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이에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는 '마인츠 영하 05도(마인츠 구단 공식 명칭인 Mainz 05에 빗댄 표현),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추운 트레이닝 캠프'라는 제하의 기사를 냈다.

 

슈미트 감독은 혹한기 훈련을 실시한 이유에 대해 "극한체험이지만 팀 전체를 위해 중요한 훈련이었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함께 뭉칠 수 있다. 선수들이 하나로 협력해야 개인 기량이 뛰어난 상대를 이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팀 매니저 악셀 슈스터 역시 "등반 당시만 하더라도 선수들의 표정이 그리 편해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출과 함께 알프스가 환상적인 배경을 연출하자 선수들의 마음은 이내 풀렸다. 잊을 수 없는 멋진 경험이었을 것이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슈미트 감독은 축구 선수로는 스위스 2부 리가 경력이 전부다. 그마저도 십자인대가 무려 7차례나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을 당해 2001년 은퇴 수순을 밟아야 했다. 이후에도 그는 익스트림 스키를 즐기다 척추 2개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한동안 하반신 마비 증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듯 위험천만한 고비들을 여러 차례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요들송을 부르면서 암벽 등반을 하는 걸 취미로 즐기고 있다. 이런 그의 모험적이면서도 도전을 즐기는 성향이 마인츠 전지훈련을 통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출처: Bild

 

슈미트는 바이에른과의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도 "바이에른전을 앞두고 연설을 통해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 난 오직 선수들에게 신념과 바람, 그리고 규율에 대해 강조했을 뿐이다. 모두에게 승리의 이미지를 그리라고 당부했다. 우리에게 승리 외엔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우리가 마인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라고 밝혔다. 바로 이 정신력이 바로 마인츠 후반기 돌풍 및 바이에른 원정 승이라는 이변을 연출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슈미트의 좌우명을 남기도록 하겠다. "정신력이 실력 차이를 극복해낸다(Mentalität schlägt Qualität)"

 

# '기인' 마틴 슈미트

 

슈미트 감독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이다. 스위스 고산지대 나터스 출생인 그는 유년 시절 베트메랄프에서 목동 일을 했다. 이후 그는 자동차 정비를 배웠고, 이를 바탕으로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스(DRM) 대회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또 그는 직물공장을 세워 마터호른산 케이블카 업체에 제복을 제공하고 있다(현재 이 직물공장은 그의 여동생들과 처제가 운영 중이다). 그의 여자 친구는 모델 일을 하고 있는 22살 연하 야나 아지지로 남성지 '맥심(취리히 판)'에서 선정한 '2015 핫 리스트(Hot List 2015)' 100인에 선정됐다. 슈미트 본인도 누드 촬영에 한 차례 임한 바 있다. 이렇듯 독특한 이력들을 가지고 있기에 스위스와 독일 현지 언론들은 그를 기인이라 부르고 있다.

 

김현민 기자

 

골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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