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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센테니얼의 오류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2. 11. 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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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2. 05

 

래리 더커 전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62)은 방송 해설가 출신이다. 물론 선수로서도 감독으로서도 뛰어났다. 1997년부터 휴스턴을 맡아 5시즌을 보내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를 4번이나 따냈다. 99년에는 시즌 도중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쓰러져 뇌수술을 받기도 했다. 물론 몇 주 뒤 돌아와 또 다시 지구 1위에 올랐다.

 

방송해설가답게 야구를 보는 눈이 명쾌하면서도 쉽다. 더커 감독의 책 ‘이게 뇌수술은 아니잖아(This Ain't Brain Surgery)’에 따르면 97년 감독이 된 뒤 첫 스프링캠프, 더커 감독은 투수들의 잘못된 훈련방식을 꼬집었다. 대표적인 것이 스트링 프랙티스(String Practice)다. 투수들의 제구력을 높이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 모양의 실을 매달아 두는 훈련이다. 막연한 스트라이크존을 확실히 인식하는 효과가 있다. 구석으로 던질 수 있다면 더 좋다. 하지만 더커 감독은 “고교시절에 많이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웃기는 훈련”이라고 했다.

 

투수에게 있어 제구력은 무척 중요하다. 투수의 기본이다. 그러나 제구가 투수의 목적은 아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이유는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서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 타자를 잡아낼 수는 없다. 더커 감독은 “마네킨을 세워놓고 아무리 공을 던져도 타자를 잡아내는 능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단과 목적이 헷갈리면 잘못된 훈련으로 투수를 망친다. 하물며,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프로야구에 새로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센테니얼의 박노준 신임 단장도 해설가 출신이다.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단장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수익창출방식으로 프로야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했다. 그런데 수단과 목적이 바뀐 것 같다.

 

투수에게 제구력이 그렇듯, 프로야구에서 수익을 내고, 자립도를 높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야구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프로야구를 하는 이유는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서다. 선수도 마찬가지다. 팬들의 응원 없는 야구는 미지근한 맥주맛이다. 야구를 통해 팬이 모인 다음에야 수익이 발생하는 게 제대로 된 순서다.

 

신생구단은 끝없이 수익과 구조조정을 언급하며 돈 얘기를 하지만, 어떻게 팬들을 재미있게 해주겠다는건지 얘기가 없다. 오직 돈, 돈, 돈만 얘기한다. 팬들을 알아서 돈내주는 기계쯤으로 보는 걸까. 여기에 벌써부터 매년 스폰서 비용 120억원 이상에 각종 수익을 포함, 1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자신한단다. 이대로라면, 이미 구조조정이 필요없는 수준이다. 아니면, 기존 구단들이 바보 천치거나, 적자투성이라는 말이 다 거짓말이다.

 

돈 벌 수 있다고 자신있게 사서, 사람들을 자르고, 다시 파는 것. 문제가 됐던 한 은행을 닮았다. KBO는 안전장치 있다고 했다. 그때 정부도 그랬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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