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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라운지] 센테니얼의 '자본 파업'

--이용균 야구

by econo0706 2022. 11. 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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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2. 12

 

프로야구 현대 선수단이 신생구단 센테니얼의 제주도 전지훈련을 거부했다. 아니, 거부했었다. 선수들은 고용승계와 가입금 우선 납부를 주장했다. 자신들의 미래가 달린 만큼, 새 구단으로의 이동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문제였다. 믿고 따를 만한 기업인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대신,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면 연봉을 100% 위임한다고 했다.

 

센테니얼은 이를, 노조의 파업으로 규정한 듯하다. 센테니얼의 박노준 단장은 “선수단의 고용승계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논의할 문제”라고 했다. KBO의 관리구단인 만큼 자신들과는 관계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KBO는 “지난 이사회 결과에 따라 이미 선수단에 대한 권리는 센테니얼에 넘어간 상태”라고 주장했다. 귀찮은 떠넘기기?

 

하지만 자신들의 연봉을 내팽개치면서 하는 파업은 없다. 게다가 선수들은 경기도 원당의 2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공격한 것은 센테니얼이었다. 박단장은 현대 선수단의 반발을 이유로 “스폰서 기업과의 계약이 늦어지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프로야구 창단을 백지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자본파업이었다. 뒤늦게 “야구단은 100% 한다”고 했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선수단에 대한 협박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켜보던 팬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를 닮았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반발한 베네수엘라 자본들은 2002년 12월, 자본 파업을 단행했다. 이를 따르던 어용 노조들도 자본 파업에 동참했다. 가장 타격이 클 거라고 생각했던 국영 석유업체의 파업이었다. 자본가들이 2002년 초에 시도했던 쿠데타가 실패하자 택한 선택이었다.

 

정치적 시위와 야구를 같이 보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센테니얼의 야구를 못할지도 모른다는 발언은 충분히 자본파업에 가까웠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돈을 모으고, 서명운동을 받았던 팬들을 향한 협박이었다. 다같이 망할래? 야구 못볼래? 아니면 말 들을래?

 

자본파업의 스타일은 똑같다. 직장을 폐쇄하거나, 아니면 ‘돈이 없다’고 말한다. 불과 1주일 전에 스폰서 기업과 계약했다는 얘기는 4~5개 기업과 다시 논의 중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말 바꾸기가 정치인들의 스타일이라면, 지금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야구는 정치와 닮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결정타는 또 남아있었다. 박 단장은 선수단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얘기했다. 선수단이 당초 요구했던 사안인 이사회 통과 후에는 센테니얼 측 맘대로 할 수 있는거라고. 그때는 누가 잘려도 어쩔 수 없으니, 지금 전지훈련에 참가하라는 내용. 현대의 한 선수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야구의 자본파업 위협. 야구 보고 싶어하는 팬들을 볼모로 삼았다. 하긴, 박단장은 전화통화에서 얘기했다. “그럼 7개 구단으로 가도 좋단 말이냐”고. 그러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것처럼 들렸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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