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1. 22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화두 중 하나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기업 친화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때맞춰 한국 프로야구도 ‘비즈니스 프렌들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공교롭다. 물론 우연일지도 모른다.
현대 유니콘스 문제가 출발이었다. KT의 60억원 가입금이 ‘헐값’ 논란을 낳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거저 하라고 해도 하는 데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에 발맞춰 구단들은 못 살겠다고 난리를 폈다. 선수 몸값에 거품이 많아 망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결국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구단 운영에 숨통이 트이도록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제도로의 수정을 요구했다.
8개 구단 단장들은 지난 17일 회의를 열었다. 당장 FA 제도부터 손을 보자고 했다. 용병 제도도 뜯어고치고 중계권료 문제도 바꾸자고 했다. 연봉 문제도 언급됐다. 승리수당도 없애고 연봉 인상 상한선 얘기도 나왔다. 자, 그동안 걸림돌이 됐던 프로야구의 ‘전봇대’들을 싹 뽑아버리자는 얘기다.
어째 괴상쩍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분명 친 시장적인 정책을 뜻하는 것일 테다. 그런데 이를 따라한 프로야구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반시장적인 ‘담합’에 가깝다.
돈이 많이 든다. 몸값 경쟁 때문이다. 제도를 손봐서 몸값을 낮추자. 아예 상한선을 만들자고 얘기하는 것은 ‘경쟁하지 말고 적당하게 맞춰가자’라는 얘기와 같다. 담합은 시장주의의 최대 적이다.
프로야구 단장들이 담합 수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논의하고 있던 날은 올들어 가장 추웠다.
그리고 그날 현대 유니콘스를 살리고 싶어하는 야구팬들은 명동에서, 강남역에서, KBO 앞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지나가던 이들을 붙잡고 서명을 받고 있었다. 서명운동에 참가하지 못한 팬들은 조금씩 조금씩 돈을 모았다. 자신이 어떤 팀의 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야구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팬들의 염원대로 야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분명 비즈니스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프렌들리’의 방향은 분명 틀렸다.
바라건대 제발, ‘팬 프렌들리’ 야구를 하자. 야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선수도 구단도 아닌 바로 팬들이다. 자신의 용돈을 아껴 5000원을 모금한 초등학생의 꿈이 바로 야구를 크게 만드는 힘이다. 그 5000원들이 모여서 1000만원을 넘겼다.
여전히 ‘비즈니스’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팬들에게 “우리가 돈 들여서 야구해 주니까 너희들이 즐길 수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배영수가 이치로에게 했던 것처럼 팬들로부터 엉덩이에 146㎞ 포심패스트볼을 맞을지도 모른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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