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1. 29
지난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경기장에서 축구경기가 열렸다. 미국의 축구 열기는 대단하지 않다지만 관중이 꽤 모였다. 골이 많이 났다. 스코어는 12-12 무승부로 끝났다. 미국에서 치러진 경기답게 이날 경기는 ‘4쿼터’로 열렸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자선 경기였다. 두 팀의 이름은 각각 ‘F.C. 미아’와 ‘노마 유나이티드’였다. F.C. 미아의 ‘구단주’는 미아 햄이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미국 여자 축구를 세계 최강으로 이끈 선수였다. 당연히 이날 자선경기의 첫 골을 넣었다. 노마 유나이티드의 구단주는 미아 햄의 남편이다. LA 다저스의 1루수 노마 가르시아파라다. 최희섭을 다저스에서 밀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야구선수가 축구를? 축구 선수의 남편이기 때문에?
목적은 축구가 아니라 자선이다. 이날 경기에는 1만명 넘는 이들이 뜻을 함께 했고 행사를 통해 모인 돈은 모두 LA지역 아동병원을 위한 미아 햄 자선재단에 기부됐다.
둘만 뛴 것이 아니었다. 이 경기에는 LA 다저스의 네드 콜레티 단장도 뛰었다.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엘리자베스 슈도 선수로 참가했다. 은퇴한 LA 다저스 포수 마이크 리버달도 축구를 했다. 리버달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를 해 봤다”면서도 “내 바로 옆 라커가 엘리자베스 슈였다”며 흥분했다.
돈만 모은 것이 아니었다. 전반이 끝난 뒤 미아 햄의 제안으로 이날 관중석에 모인 많은 이들이 골수 기증 동의서에 사인했다. 축구, 야구를 떠나 스포츠가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였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는 이보다 앞선 지난 19일 일본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에 섰다. 소속팀은 보스턴이 아니라 ‘사무라이’라는 이름의 팀이었다. 이날 8회 마무리로 등판한 마쓰자카는 1과 3분의 2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런데 최고구속이 겨우 136㎞. 상대는 일본 탤런트 하기모토 긴이치가 이끄는 이바라키GG였다.
마찬가지로 자선경기였다. 마쓰자카의 팀 ‘사무라이’는 마쓰자카의 모교인 요코하마 고교 동급생으로 구성됐다. 이날 마쓰자카는 1번타자로 나와 4타수 2안타를 때리기도 했다. 9회 때린 2루타는 은퇴한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로부터 뽑아냈다. 이날 경기에는 무려 1만5000명이 모였다. 마쓰자카는 “참가를 허락해 준 테리 프랑코나 감독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겨울에는 야구가 없다. 선수협회는 비활동기간에 훈련을 시키면 벌금을 내기로 했다. 이를 감시하기 위해 ‘암행어사’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는 이런 야구도 있다. 팬들은 그들을 보고 기꺼이 후원을 했다. 어쩌면 정규리그보다, 포스트시즌보다 더 재미있는 야구다. 야구 선수는 실력으로 보여준다고? 때로는 이런 아름다운 외도가 더 빛나는 법이다.
이용균 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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