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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르브론즈' 절반의 성공과 실패, 미국 드림팀Ⅶ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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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7. 26

 

미국농구의 좌절은 매 순간 세계적인 이슈가 된다. 세계 최고의 리그 NBA가 자리하고 있으며, 매해 수많은 농구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는 미국이 무너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림팀Ⅰ이 등장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1994년 캐나다세계농구선수권대회,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 그들의 성공은 당연한 듯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세계 농구의 발전과 함께 다양해진 공격·수비 전술은 미국과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음을 알렸다. 유럽·남미의 선수들의 NBA 입성 역시 수준 차이를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2년 미국세계농구선수권대회는 이를 증명하는 자리와 같았다.

사실 드림팀의 불안함은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드러났다. 케빈 가넷, 제이슨 키드, 게리 페이튼, 빈스 카터 등 호화 라인업으로 나섰음에도 과거와 같은 큰 격차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리투아니아와의 경기에선 85-76으로 승리하며 드림팀 역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 격차의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상에 섰다는 건 그만큼 드림팀이 아직은 건재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안함은 곧 현실로 찾아왔다.

드림팀의 꿈이 깨진 건 미국세계농구선수권대회부터였다. 스타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발을 고사했고, 명예보다는 NBA에서의 활약을 위한 휴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곤 했다. 악조건 속에서 구성된 드림팀Ⅴ는 노쇠한 레지 밀러, 폴 피어스, 벤 월러스 등으로 주축을 이뤘다. 드림팀의 ‘드림’이라는 단어가 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드림팀Ⅴ는 최초의 패배, 최초의 연패, 최초의 70점대 득점 등 다양한 기록을 세우며 비판의 중심에 섰다. 최종 기록은 6승 3패로 6위. 자국에서 열린 대회였지만, 드림팀이라는 이름이 아까울 정도의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소집된 드림팀Ⅵ 역시 ‘최약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명장 래리 브라운 감독을 필두로 2003 NBA 신인 드래프트 3인방인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서니, 드웨인 웨이드, 더불어 팀 던컨과 앨런 아이버슨, 스테판 마버리 등이 참가했지만,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전문 슈터의 부재, 높이의 열세 등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

푸에르토리코와의 첫 경기부터 19점차(73-92) 대패를 당한 드림팀Ⅵ는 이후 리투아니아와의 예선전에서도 패했고, 스페인을 꺾은 후 만난 아르헨티나와의 4강전에서 또 한 번 패배의 쓴맛을 맛보게 된다. FIBA룰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고, 유럽 팀들의 지역 방어를 뚫어내지 못한 채 얻은 처참한 결과였다. 최종 성적은 3위, 동메달이었다.

앞선 두 차례의 실패는 세계 최강의 자리에서 내려온 미국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실패를 맛본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서니, 드웨인 웨이드를 주축으로 드와이트 하워드, 크리스 폴, 크리스 보쉬 등 영건들을 대거 선발한 것이다. 또한 이름값을 떠나 FIBA룰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듀크 대학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드림팀Ⅶ은 평균 24.5세로 역대 드림팀 중 가장 젊었다. 최고 연장자가 앤트완 제이미슨, 브래드 밀러였을 정도로 젊음의 에너지가 강했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정상. 그러기 위해선 일본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의 선전이 중요했다.

드림팀Ⅶ은 일본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 앞서 한국에서 열린 월드바스켓볼챌린지에 참가한다. 당시 드림팀Ⅶ과 맞붙었던 이규섭 삼성 코치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명성대로 대단했던 팀이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가 정말 엄청났던 기억이 있다. 신체 조건은 물론 파워나 탄력에서 밀려버리니 뚫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드와이트 하워드의 블록 장면이 여전히 회자 되고 있는데(웃음), 그만큼 압도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몸풀기를 마친 드림팀Ⅶ은 일본으로 건너가 D조에 속한 푸에르토리코, 중국,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세네갈과 예선 일정을 소화했다. 매 경기 압도적이지는 못했지만, 5전 전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유럽 팀들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호주와의 16강, 독일과의 8강 모두 큰 무리 없이 이겨낸 드림팀Ⅶ.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에 카운터 펀치를 맞고 말았다. 시드니올림픽 이후 6년 만에 국제무대 결승을 노렸던 드림팀Ⅶ은 그리스의 픽&롤 공격에 또 한 번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당시 그리스는 C조 예선 전승, 16강과 8강에서 중국, 프랑스를 차례로 꺾으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드림팀Ⅶ에 밀릴 것이라 평가됐지만, 그들에게는 히든카드가 존재했다. 208cm의 거구, ‘베이비 샤크’ 소포클리스 쇼르차니티스가 드림팀Ⅶ의 골밑을 초토화한 것이다.

드림팀Ⅶ은 드와이트 하워드, 크리스 보쉬, 브래드 밀러로 센터진을 꾸렸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하워드와 보쉬, 그리고 스트레치 빅맨에 가까웠던 밀러는 FIBA룰 내에서 소포클리스 쇼르차니티스의 골밑 장악을 막아낼 수 없었다. 특히 그리스는 소포클리스 쇼르차니티스를 활용한 픽&롤로 드림팀Ⅶ의 수비를 완벽히 무너뜨렸다. 이미 중국 전에서 야오밍을 막아냈던 그는 드림팀Ⅶ과의 맞대결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 것이다.

최연길 해설위원은 “드림팀은 아테네올림픽에서 지역방어, 일본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선 픽&롤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당시 NCAA에선 픽&롤 공격에 대한 수비법이 많지 않았고,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 역시 마땅한 해결책을 들고 오지 못했다. 어쩌면 감독과 선수의 궁합이 좋지 못했던 아테네올림픽보다 더 좋은 전력을 갖출 수 있었음에도 아쉬운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있다. 듀크 대학 출신의 선수들을 대거 합류시킨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드림팀의 현실과 한계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드림팀Ⅶ은 그리스에 패하며 ‘정상 탈환’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분위기 반전의 기회는 있었다. 미국세계농구선수권대회, 아테네올림픽에서 한 번씩 패배를 안긴 아르헨티나를 3/4위전에서 만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4강에서 스페인에 74-75로 패하며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한 상황이었다. 복수를 원한 드림팀Ⅶ은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한 아르헨티나를 사정없이 폭격했다. 96-81, 15점차 대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드림팀Ⅶ은 절반의 실패, 그리고 절반의 성공을 맛본 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상에 서지 못했다는 건 실패로 치부할 수 있지만, 아테네올림픽의 실패 이후, 국가대표 상비군 제도가 도입되면서 단순 선발이 아닌 경쟁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공격과 수비 역시 최고의 능력을 지닌 코치들이 합류하면서 깊이를 더했다. 공격의 마이크 댄토니, 네이트 맥밀란 코치, 수비의 짐 보하임 코치 등 마이크 슈셉스키는 자신의 부족한 재능을 완벽히 채울 수 있었다. 일본세계농구선수권대회를 지나 베이징올림픽에서 이들의 능력이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일본세계농구선수권대회는 드림팀Ⅶ의 입장에서 100% 만족할 수 없는 결과를 냈다. 하지만 변화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또 한 번 동메달에 그치며 르브론과 브론즈(동메달)를 합쳐 ‘르브론즈(LeBronze)’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던 드림팀Ⅶ이지만, 과거 드림팀Ⅴ, 드림팀Ⅵ에 비해 개선된 부분을 찾을 수 있었던 팀이었다.

▲ 드림팀Ⅶ 명단


감독_마이크 슈셉스키
코치_짐 보하임, 마이크 댄토니, 네이트 맥밀란
선수_카멜로 앤서니, 셰인 베티에, 크리스 보쉬, 엘튼 브랜드, 커크 하인릭, 드와이트 하워드, 르브론 제임스, 앤트완 제이미슨, 조 존슨, 브래드 밀러, 크리스 폴, 드웨인 웨이드

▲ 2006년 일본세계농구선수권대회 드림팀Ⅶ 경기 결과


예선 리그


드림팀Ⅶ 111-100 푸에르토리코
드림팀Ⅶ 121-90 중국
드림팀Ⅶ 114-95 슬로베니아
드림팀Ⅶ 94-85 이탈리아
드림팀Ⅶ 103-58 세네갈

결선 토너먼트


16강_드림팀Ⅶ 113-73 호주
8강_드림팀Ⅶ 85-65 독일
4강_드림팀Ⅶ 95-101 그리스
3/4위전_드림팀Ⅶ 96-81 아르헨티나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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