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타임머신] 우스꽝스러운 포즈, 성공률은 준수! ‘언더핸드 자유투’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9. 08:58

본문

2019. 10. 09.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의 농자도 모르는 초보였다. 기본 드리블부터 하나, 둘 배우고 있었던 그는 덩크를 제외하면 슈팅을 아예 던질 줄도 몰랐다. 그런 강백호에게 찾아온 자유투는 악몽이었다. 림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그는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았고 공을 가랑이 사이에 둔 뒤 두 손으로 던지는 자세로 자유투를 성공시켰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강백호의 언더핸드 자유투는 사실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그려진 장면이다. 과거 ABA/NBA에서 활약한 릭 베리의 자유투 모션을 만화에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이다.

베리는 1965-1966시즌을 시작으로 1979-1980시즌까지 총 14시즌을 활약한 전설이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NBA 퍼스트 팀에 총 5회 이름을 올렸고 ABA 퍼스트 팀 역시 4회나 선정됐다. ABA/NBA 통틀어 12번의 올스타로 선정됐고 NCAA, ABA, NBA에서 모두 득점상을 수상한 괴물이었다.

1987년 베리는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후에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부터 영구결번이라는 명예까지 얻으며 최고였음을 증명했다. 1996년에는 NBA 설립 50주년을 기념한 위대한 50인 선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팬들은 베리가 전설적인 득점 기계였다는 사실보다 신기한 자유투 모션을 갖춘 선수로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았던 언더핸드 자유투로 엄청난 성공률을 기록했다는 것 역시 말이다.

베리는 NBA에 한정한 자유투 성공률로 무려 90%를 기록하고 있다. 1978-1979시즌에는 94.7%의 압도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시즌에 베리가 실패한 자유투 개수는 9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베리의 자유투 모션은 멋을 중시하는 NBA에 어울리지 못했다. 성공률은 좋았지만 그처럼 던지는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농구의 개념이 확실히 잡히기 이전에는 언더핸드 모션으로 자유투를 던지는 선수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NBA의 전설인 윌트 채임벌린 역시 언더핸드 자유투를 시도했다(물론 성공률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언더핸드 자유투를 던지는 선수들이 이슈가 되는 세상이 됐다.

언더핸드 자유투는 미국에서 ‘그래니(Granny) 자유투’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니는 할머니를 뜻하는 단어로 마치 ‘할머니가 공을 던지는 것’같다는 재밌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베리의 아들 케년 베리 역시 언더핸드 자유투로 모션을 바꾸며 성공률을 끌어올렸다. 네덜란드에서 열린 FIBA 3x3 월드컵 2019에 미국 국가대표로 참가한 케년 베리는 “처음 농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아버지(릭 베리)에게 자유투 모션에 대해 배웠다. 이후 정석적인 모션으로 돌아갔다가 언더핸드 자유투 성공률이 더 좋은 것 같아 돌아오게 됐다. 팔꿈치를 굽히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션이 더 좋다. 또 아버지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존경심도 담겨져 있다”고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또 한 명의 사나이가 언더핸드 자유투를 고집하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원주 DB의 치나누 오누아쿠다. 과거 휴스턴 로케츠에서 언더핸드 자유투로 이슈가 된 바 있다. 한국에 온 오누아쿠는 훈련 영상에서 여전히 언더핸드 자유투를 시도했다.

이상범 감독은 “처음에는 장난치는 것 같았다(웃음). 근데 성공률이 굉장히 좋더라. 어떻게 던지든 성공률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이슈도 될 테니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다. 여러모로 재밌는 친구다”라고 말했다.

오누아쿠는 “루이빌 대학 2학년 때부터 언더핸드 모션으로 자유투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 자유투 성공률은 좋지 못했다. 해결책을 찾고 있던 도중 코치가 언더핸드 자유투를 제안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언더핸드 자유투로 던졌을 때 림 위에 공이 닿으면 크게 튀지 않아 성공률이 오버핸드보다 높은 것 같다. 성공률도 많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누아쿠는 지난 G리그에서 64.4%의 준수한 자유투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쉽게도 오누아쿠는 자신의 언더핸드 자유투를 팬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6일 KCC와의 경기에서 자유투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빠르면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릴 KGC인삼공사 전에서 등장할 수도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있다.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여러 방향으로 뜻을 해석하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속담이다. 하지만 언더핸드 자유투로 한정해 뜻을 풀이해보면 좋은 뜻이 된다.

수많은 농구선수들 중 자유투 때문에 애를 먹은 이들이 대다수다. 그런 선수들에게 언더핸드 자유투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기는 없었다. 베리 역시 여러 선수들에게 본인이 직접 자유투 교정을 해주고 싶다 했지만 적극적으로 응한 선수는 없었다.

스포츠는 전쟁과 같다. 전쟁에 있어 수단과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키워야 한다. 그 약점이 자유투라면 보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 베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효과적인 무언가를 원한다면 먼저 혐오감을 가져선 안 된다. 승리를 원하는 선수라면 남의 시선보다는 내 실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얻을 수 없는 것은 없다.”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점프볼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