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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우] 결국 이대로 종료

--윤봉우 배구

by econo0706 2022. 9. 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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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3. 29

 

이번시즌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가 결국 이대로 종료가 됐다.

시즌 막바지에 어떻게든 경기를 이어가려고 노력했지만, 전국민의 5분1이 코로나19에 확진되는 상황을 넘을 순 없었다.

선수들은 분명 허망할 것이다.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어 어느정도 순위가 결정되어가는 상황에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려던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봄배구를 준비하던 세 팀의 선수들의 분위기는 2년 전 내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보냈던 우리카드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배구연맹의 공식 발표가 나기 전 어느정도 소문이 돌았다.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하고 휴가 준비를 하는 팀도 있었지만, 우리카드의 상황은 달랐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남겨둔 만큼 훈련을 이어갔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어렵게 훈련을 하고있던 와중에 팀 매니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이 종료됐다”고 귓말을 했고, 가뜩이나 훈련장 밖의 여러 소문과 언론 보도를 지켜보며 머리가 복잡했던 나는장난치지말라!”고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뒤이어 연맹의 공식 발표가 났고, 선수단은 신영철 감독님과 팀 미팅을 이어갔다.

감독님은 “시즌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 아쉽다”면서도 “팀이 한 단계 성장을 한 시즌이었고, 큰 성과가 있었던 시즌이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 나는 ‘진짜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잠시 멍한 기분이 들었다. 동료 선수들 역시 나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당시 우리카드는 매 경기를 도전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치르고 있었다.

즐겁게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전원이 꺼진 듯한 기분이랄까. 오랜 선수 경력을 가진 나조차도 처음 겪는 일이었지만 후배들을 다독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후배들에게는 공식적인 기록은 1위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끼리는 우승팀이라고 부르자”고 했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옆에서 가장 먼저 살피고 보듬어줬으며, 서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 때문에 나라도 후배들을 격려해야 했다.

 

그렇게 선수단 미팅이 끝났고, 구단에서는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던 탓에 숙소나 훈련장 밖에서 선수단이 만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우리카드는 창단 첫 정규리그 1위 시즌의 해단식을 숙소 체육관에서 열었다.

힘들게 준비했던 시즌이 허무하게 끝이 났지만 아쉬움을 어디에 맘껏 풀어낼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선수들은 그렇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2년 전 우리카드와 같은 상황을 겪었던 여자부의 현대건설은 2년 뒤 V리그의 역사를 바꾼 시즌을 보내고도 허무하게 조기종료라는 상황을 또 겪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다. 어떤 변이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의 안전이다. V리그는 이번 시즌이 끝이 아니다. 다음 시즌, 그리고 또 그 다음 시즌도 V리그는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에게 최고의 재산은 바로 자기 자신의 몸이다.

시즌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선수는 물론, 운 좋게도 감염되지 않았던 선수들 모두의 건강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배구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미뤄뒀던 휴식과 회복을 하며 휴가를 보낸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만큼 시즌이 조기 종료된 선수들은 철저하게 감염병 예방에 주의했으면 한다.

2021~2022시즌 조기종료의 아쉬움은 팬들도 똑같다.

 

그렇기에 팬들은 다음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의 모습을 선수 본인만큼 간절하게 기다릴 것이다.

*

 

이제는 코트를 떠나 배구선수가 아닌 배구팬의 입장에서 후배들을 지켜보는 나 역시 V리그 여자부 7개 팀의 선수 모두가 2021~2022시즌의 아쉬움을 가슴에 품고 2022~2023시즌을 준비해주길 바란다.

2022~2023시즌에는 더 건강한 모습으로,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기를 응원한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대표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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