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윤봉우] 역대급 시즌! 마지막까지 역대급 경기였다

--윤봉우 배구

by econo0706 2022. 9. 19. 13:41

본문

2022. 04. 12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그야말로 역대급 시즌이었다.

 

지난 토요일을 끝으로2021~2022시즌 V리그 남자부가 모두 끝났다. 챔피언결정전을 지켜보는 나조차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양팀 선수들 모두가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이 6대4 정도로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단기전의 특성상 고작 2의 차이는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대한항공의 더 업그레이드된 플레이

 

/ 한국배구연맹 제공

 

대한항공은 비단 올해뿐 아니라 최근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했다. 안정적인 리시브 라인에 한선수와 유광우라는 베테랑 세터가 포진되어 있어 어떤 팀도 블로킹과 수비를 하기가 가장 어려운 팀이었다. 올해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스타일의 7m안에서 이뤄지는, 낮고 짧은 공간을 이용한 플레이가 더해지면서 더 변화무쌍한 플레이가 많아졌다. 이런 대한항공의 특성상 상대팀에서는 사이드 블로커조차 정확한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KB손해보험의 케이타, 그리고 성숙한 황택의

 

/ 한국배구연맹 제공

 

‘야생마’ 라는 표현은 2001년생 케이타가 가진 여러 별명 중 하나다.

 

케이타의 손을 떠난 공이 언제, 어디로 향할지 예측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공을 때리는 각도뿐 아니라 타점이 좋아 과거 V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은 가빈과 레오, 시몬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케이타의 공격을 저지해야 하는 센터 입장에서는 블로킹 각도를 잡아도 손 위로 공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실수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21살이라는 나이가 케이타가 가진 최고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배구선수들끼리 하는 농담 중에 ‘그 정도 나이면 발목 두 번 돌리고 풀 점프해서 풀 파워로 때려도 관절이 싱싱하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케이타의 어린 나이는 엄청난 힘을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

 

케이타가 어떻게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만큼 KB손해보험의 한 축이라는 표현보다는 경기력 그 자체라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 듯 하다.

 

여기에 주전 세터 황택의의 성장도 한몫을 했다.

 

올해 택의의 경기를 보면서 토스 구질, 패턴, 냉정함 등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전에 택의의 토스는 때로는 본인의 생각대로,때로는 반대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2021~2022시즌의 택의는 달라졌다. 냉정함을 꾸준히 유지하며 승리하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아는 선수처럼 경기했다.

 

1차전 - 중앙후위공격이 흐름을 바꾸다

 

꽉 막힌 도로에서 2시간을 보낸 끝에 인천 계양체육관에 도착했다. 길었던 기다림 만큼 경기는 1차전부터 치열했다. 첫 세트부터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1세트는 20점 이후 대한항공의 범실이 발목을 잡으면서 KB손해보험의 승리. 하지만 이날의 KB손해보험은 여기까지였다. 2세트 후반부터 한선수는 중앙후위공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나는 대한항공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이 중앙후위공격을 꼽고 싶다. 케이타를 앞세워 주도권을 가져간 KB손해보험의 흐름을 끊는 효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처럼 플레이가 빠른 팀의 장점은 코트 중앙에서 이뤄지는 공격을 상대 사이드 블로커들이 협력플레이를 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본인의 앞에서 이뤄지는 상대 공격 타이밍도 잡기 어려운 만큼 신장의 우위가 있지 않는 이상 속공과 중앙 후위공격에 붙을 수 있는 블로커는 많아야 1명 정도다.

여기에 정지석이나 곽승석처럼 테크닉이 뛰어난 공격수는 먼저 공격 코스를 예상하고 블로킹하지 않는 이상 막기가 쉽지 않다. 대한항공이 장점인 안정된 리시브에 한선수의 토스워크를 앞세워 귀중한 첫 승리를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2차전-케이타! 인정! 넌 진짜 미쳤다

.

챔피언결정 1차전을 보고 나서는 2차전이 더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의정부체육관으로 향했다. 물론 이날도 양 팀 선수들은 왜 경기장을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대한항공은 비록 적지지만 우승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로, KB손해보험은 안방에서는 절대 상대의 우승을 내줄 수 없다는 의지로 명승부를 연출했다.

2차전 결과는 KB손해보험의 승리. 특히 KB손해보험의 케이타는 ‘물건’ 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존재였다. 어쩌면 몇 년 뒤에는 남자배구계를 집어삼킬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선사했다.

2차전은 1차전을 능가하는 역대급 세트, 그리고 역대급 경기였다. 19-24로 지고 있던 3세트에 케이타의 서브와 득점을 보며 현장에 있던 나조차도 ‘진짜 미쳤다’ 라는 말이 연신 터졌을 만큼 믿기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다.

4세트 4-6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서브가 토스조차 어려울 정도로 사이드라인 밖으로 향하는 공을 외발 점프로 뛰어올라 상대 어택라인 뒤에 꽂는 장면도 충격적이었다.

이 장면은 선수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였다면 공격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케이타는 말도 안되는 점프와 스윙,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공격을 성공했다.

 

/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 장면을 보고 나서는 ‘대한항공은 오늘 케이타를 절대 막을 수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여기에 황택의와 김정호가 마치 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강력한 ‘돌서브’를 상대에게 꽂았고, 강력한 수비까지 곁들였다. KB손해보험은 챔피언결정 2차전을 가져갈 자격이 충분했다.

 

 

/ 한국배구연맹 제공

 

사실 경기장이나 TV를 통해 보는 서브의 위력을 팬들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사실 서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 선수의 손을 떠나 내게로 향한다.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을 하자면 ‘공을 받는다’ 보다는 ‘공에 맞는다’ 가 정확할 수도 있다.

 

워낙 빠른 탓에 피하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서브가 이른바 ‘터지는’ 날이면 리시브를 전담하는 선수들조차 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수비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정도로 긴장하고 준비한다.

 

3차전 – 역대급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경기

 

많은 기록을 남긴 ‘역대급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경기’ 라고 부르고 싶다.

 

치열했던 내용을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없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멋있는 장면도 많았고, 아쉬운 범실의 순간들도 있지만 마지막 경기이기에 최선을 다하는 후배들의 모습은 승패를 떠나 모두가 아름다웠다.

 

개인적으로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3번이나 다시 봤을 정도로 재미있고, 수준이 높은 경기였다. 두 팀 선수 모두가 마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경기 상황에 집중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 경기로 시즌이 마무리되는 만큼 모두가 가진 것을 고스란히 쏟아내는 듯한 표정과 동작으로 인해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 한국배구연맹 제공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쉬워하기라도 하는 듯 5세트는 듀스 접전이 이어졌고, 결국 대한항공이 23-21로 승리하며 짜릿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승패는 나뉘었지만 코트는 모두가 눈물을 쏟았다. 기쁨의 눈물과 아쉬움의 눈물이 나란히 코트를 적셨다. 선수들이 쏟는 눈물은 이번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아! 고마워~

 

/ 한국배구연맹 제공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 선수 모두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배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배구의 진정한 묘미를 보여줬고, 배구라는 스포츠가 얼마나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제 2021-2022시즌 V리그는 끝이 났다. 많은 선수가 코로나19로 힘들었지만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부족함이 없을 만큼 순위 경쟁이 치열했고, 봄 배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 한국배구연맹 제공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는 말처럼 더 많은 이가 배구를 사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배구인이 힘을 모아 지금의 기회를 살렸으면 한다.

 

V리그 시즌은 끝이 났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배구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지금보다 더욱 철저한 준비를 하기를 바란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대표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