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3. 15.
네이버 스토리텔러를 통해 어느덧 5편의 글을 쓰면서 배구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많은 댓들을 통해 나 못지 않게 배구를 아끼고 즐기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팬들이 댓글로 남겨주신 궁금증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그동안 댓글 등을 통해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간추려보니 국가대표 경쟁력, 이시카와 유키, 토털배구, 우리 배구팀의 많은 훈련량 등이 있었다.
이 중 많은 분들이 궁금해 했던 3가지를 뽑아 개인적인 의견을 전달하려 한다.
▲ 남자배구대표팀 / 대한배구협회 제공
Q. 배구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은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요?
A. 지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배구인이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나는 직접 경험했던 대표팀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남자대표팀의 국제경쟁력 향상 키워드는 충분한 훈련 기간 확보와 선수단 관리, 달라진 동기부여, 적극적인 랭킹포인트 관리까지 총 4가지다.
가장 먼저 훈련기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내가 대표팀에 몸 담았던 2000년대 초, 중반 남자대표팀의 성적이 좋았다. 그 때는 대표팀의 훈련 기간이 참 길었던 기억이 있다. 시즌이 끝나고, 짧게는 2~3달, 길면 5~6개월 정도를 대표팀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이 크게 줄었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3~4년 전의 대표팀 일정을 봐도 1달도 훈련하지 못하고 시합을 나갔다.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때로는 어이없는 범실까지 하는 탓에 여론의 질타를 맞아야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던 지난해는 대표팀 경기가 없었고, 훈련도 없었다. 아시아 선수권 대회도 백신 준비를 하지못해 상무가 대신 시합을 나가는 등 대표팀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 상무선수단 / 대한배구협회 제공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지난 시즌 일본에 있을 때의 일이다. 일본은 시즌이 진행되는 도중 리그를 중단하고 대표팀을 소집해 훈련을 진행했다. 물론 도쿄올림픽이라는 큰 대회가 있어 가능했다고 할 수 있지만 선수들이 속한 팀과 협회가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은 내게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
▲ 임도헌 감독 / 한국배구연맹 제공
선수단 관리도 중요하다.
전임제 이전에는 각 팀의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겸했다. 그래서 협회의 지원 스태프 외에도 선수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팀의 코치와 전력분석관, 트레이너 등이 투입돼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도왔다.
하지만 지금은 전임 감독과 수석코치 두 명만이 대표팀을 이끌고, 나머지 인력은 대회가 있을 때마다 충원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대표팀에 소집되는 선수들의 상태도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상대 분석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 위해 감독과 코치는 물론, 더 많은 지원 스태프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집되는 선수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도 줘야 한다. 과거 대표팀에 소집되는 선수들에게는 국가대표라는 자긍심을 많이 강조했다. 물론 지금도 이 점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세대에게는 자긍심 외에 추가로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가면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이 아닌 선수들이 대표팀 경기에 나가고 싶게 만들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 종목을 예로 들면 축구나 야구의 경우 대표팀에 소집돼 국가대항전을 치러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게 되면 더 넓은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은 물론,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다. 물론, 배구는 해외 진출의 벽이 높아 똑 같은 상황은 만들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자긍심에 호소하는 대표선수 발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 남자배구 대표팀 / 대한배구협회 제공
협회 차원의 랭킹포인트 관리도 중요하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최근 올림픽 출전국을 결정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꿨다.
이로 인해 남자대표팀의 경우 현실적으로 랭킹포인트를 챙길 수 있는 대회가 아시아선수권과 챌린지컵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은 아시아선수권에 상무가 출전해 8위에 그쳤고, 이 여파로 세계랭킹 34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이를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경쟁국과 비교해 부족하지 않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배구인이 힘을 모아 준비한다면 한국 남자배구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라는 속담처럼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Q. 우리나라의 훈련량이 실제로 많다라고 생각되나요?
A. 이 질문의 답은 내가 20대였을때와 그 이후로 나눠 해야 할 듯 하다.
실업에서 프로로 전환되던 시기에는 ‘프로’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야 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확실히 운동량이 많았다. 그 때를 경험했던 동료들은 모두가 알 것이다. 훈련보다 경기가 쉬웠다는 것을….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V리그도 해가 지날수록 훈련 방식이 개선된 덕분에 과거보다 더 적은 양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훈련을 양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선수 각자의 습득 능력, 그리고 훈련을 하며 보여주는 경기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부와 여자부, 그리고 각 팀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훈련 방식은 오전에 체력 운동을 하고 오후에 볼 운동을 하는 방식이다. 물론 훈련 프로그램도 팀마다 차이가 있다.
오전에 러닝을 뛰는 팀이 있는 반면, 필라테스, 순발력 운동 또는 볼 운동을 하기도 한다. 오후에는 전체 전술 훈련을 하는데 반복 훈련을 하는 팀도 있고, 게임형식의 훈련을 하는 팀도 있다. 결국 각 팀의 성향, 그리고 훈련 방식에 따라 훈련하는 양이 많다, 적다를 나누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포인트는 배구선수는 배구를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기량이 부족한 선수는 동료보다 더 많은 훈련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기량이 출중한 선수라면 시즌 중에는 기본적인 훈련을 소화하고 체력을 유지해 최상의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들에게는 실전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현재 가진 경기력을 더 업그레이드하는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단순히 훈련의 많고 적음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이제는 훈련의 양보다 훈련의 질, 그리고 훈련에 임하는 선수 각자의 의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Q. 유소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유? 자비로 운영을 하고 있는지?
A. 내가 배구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유는 배구의 대중화를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배구는 어려운 스포츠라고 이야기를 한다. 내 목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이 배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이것이 말처럼 정말 쉽지 않았다. 지금도 어렵다.
▲ 기초수업 중 / 윤봉우 제공
배구아카데미를 운영을 하면서 제일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공감, 그리고 알맞은 프로그램의 제공이다.
대중화라는 것은 결국 보다 많은 사람이 배구를 알고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구를 하러 오는 수강생의 운동 능력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수강생과 일일이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특히 배구에 갓 입문하는 어린 학생들은 표정과 제스처를 보며 공감을 해주려고 애쓰고 있다.
▲ 블로킹에 대한 설명 중 / 윤봉우 제공
배구는 각 스킬마다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실제 배구를 하는 자신의 몸이 가장 편한 움직임 속에 여러 동작을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심이 되는 몇가지 스킬을 제외하면 최대한 정형화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도록 한다.
예를 들면 나이 어린 수강생을 위해서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게임 방식의 수업으로 배구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아직은 내 머리 속에 있는 재미있는 배구를 다 풀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 역시 다양한 연령대의 배구팬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더 재미 있는 배구를 찾아가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배구아카데미의 운영은 자비로 한다. 아직은 재능기부라고 해야 할 수준이지만 많은 배구 선후배가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신 덕에 힘을 내며 오늘도 배구 속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여기까지 위의 3가지의 답변을 내 생각과 경험을 통해 풀어보았다.
팬들이 궁금해 하시는 배구의 여러가지 사안들을 Q&A창이나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다음 기회에 또 새로이 풀어드리도록 하겠다.
제가 팬들과 배구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네이버스포츠 스토리텔러의 또 다른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대표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윤봉우] 역대급 시즌! 마지막까지 역대급 경기였다 (0) | 2022.09.19 |
---|---|
[윤봉우] 결국 이대로 종료 (0) | 2022.09.18 |
[윤봉우] 김호철 감독님의 호통에서 소통으로 (0) | 2022.09.18 |
[윤봉우] 미친 순위 경쟁!누구를 위한 것인가! (0) | 2022.09.18 |
[윤봉우] 일본 V-리그 (0) | 2022.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