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3. 26
축구의 포메이션(Formation)이란? 경기장을 크게 공격지역, 미드필드, 수비지역으로 3등분 하여 나눌 때, 각 지역에 골키퍼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선수를 배치하는가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즉 경기를 하기 위한 선수들의 움직임에 대한 포지션별 배치를 말한다. 포메이션 선택 목적은 실점을 최소화하고 상대 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하는데 있다. 그동안 포메이션은 실점을 막는 역할과 득점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 몇 명이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왔다.
사실 축구는 공격과 수비 단 두 장면 밖에 없는 단순한 경기다. 그러나 축구만큼 미묘하고 복잡하며 또 '천변만화'의 플레이를 연출하는 스포츠 종목은 없다. 거기에는 사람의 신체 중 가장 부자연스러운 발로 볼을 다뤄야 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구태동 초기부터 1860년대까지의 축구는 형태와 모양이 정형화 된 포메이션과는 거리가 먼 가운데, 극단적인 공격 일변도 형태의 차고 달리는 럭비와 유사한 집단 형식의 축구(6~8명의 공격수를 두는 1-1-8, 1-2-7, 2-2-6 포메이션 형태)를 답습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1863년 잉글랜드의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통일된 경기규칙이 제정되고부터, 축구 형태는 변모되기 시작하여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됐다. 이 역시 포메이션에 의한 축구보다는 드리블에 의한 수단으로서만 행해지는 축구가 전부였으며 이 같은 축구는1920년대까지 계속됐다. 이런 축구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다준 것은, 바로 1925년 공격에 유리하도록 개정된 오프사이드(Off side) 경기규칙이다. 오프사이드 경기규칙 개정이후, 축구는 비로소 조직화를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포메이션 탄생이다.
포메이션 탄생은 공격이 아닌 수비가 먼저였으며 2명의 풀백을 골문 앞에 포진시키는 '투백(2FB)' 2-3-5(피라미드) 포메이션이 그 시초다. 이후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1930년 우루과이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에서 2-3-5 포메이션을 사용 우승, 준우승을 차지 축구 발전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탄생된 포메이션은 1930년 잉글랜드 아스날의 체프먼 감독이 상대의 강력한 센터포워드에 대응하기 위하여 고안해낸 스리백 일명 W.M(3-2-5) 포메이션이다. 이 고전적 포메이션은 세계축구 전술에 혁명을 가져오며 헝가리에게 ‘마법사 군단’이라는 애칭을 얻게 했다.
W.M (3-2-5) 포메이션은 192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도 세계축구 포메이션 전술의 전형으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아울러 헝가리는 W.M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 페널티에어리어 지역에만 위치해 있지 않고, 전담 수비수를 앞쪽으로 유도하며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려왔다 다시 공격을 시도하는 변칙적인 플레이를 구사, '매직 마쟈르(Magic Magyar)'라는 또 다른 M.M 형태의 포메이션을 창조해 내기도 했다. 헝가리의 포메이션 변화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49년 헝가리대표팀 감독이었던 천재축구 이론가 셰베시 구스타브(Sves Gusztav)는, 포메이션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4-2-4 포메이션을 탄생시키며 1952년 헬싱키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1954년 스위스 FIFA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1958년 브라질은 헝가리가 탄생시킨 기존의 4-2-4 포메이션을 파괴하는 현대 축구의 진정한 포메이션인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스웨덴 FIFA월드컵 우승을 거머쥐는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브라질 선수 개개인 능력이 최대한 발휘됐다고 평가되는 이 포메이션은 미드필드 강화를 위하여 수비형 미드필더 2명(더블 보란치)을 위치시켜 수비와 공격의 균형을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66년 잉글랜드가 이를 원톱을 기본으로 한 4-3-3 포메이션으로 변형시켜 급기야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 FIFA월드컵 우승을 차지했고, 1970년 브라질은 이를 더욱 갈고 닦아 멕시코 FIFA월드컵에서, FIFA월드컵 3회 우승이라는 찬란한 금자탑을 쌓으며 '줄리메컵'을 영구히 품에 안는 역사를 창조해 냈다.
4-3-3 포메이션 뿐만 아니라 수비 시 8명까지 수비에 임할 수 있는 수비 위주의 4-4-2 포메이션을 잉태시키는 모체 역할도 톡톡히 하며, 현재까지 4-4-2 포메이션은 수비위주의 포메이션이지만 한편으로 전체적인 균형에 빠른 공. 수 전환을 통하여, 투톱을 앞세워 공격력을 극대화 시키며 세계축구 포메이션(현재 대다수 축구선진국 및 축구선진국 프로리그)의 한 축으로 군림하고 있다.
▲ 위 포메이션은 2011년 열린 UAE전 포메이션 그랙픽. / 스포탈코리아 DB
포메이션은 당당함과 화려함을 뽐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메이션이 있는 반면, 2-3-2-3(W.W)과 스피어 헤드(Spear Head) 및 스위스에서 선보인 리이겔(볼트) 포메이션과 같이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 포메이션도 부지기수다. 그 중 1960년대 이탈리아가 엘레니아 에레라 감독이 고안해내 최후방에 리베로(스위퍼)를 두는 1-4-2-3 형태의 빗장 수비인 ‘카데나치오’ 포메이션과,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 네덜란드 '아약스'팀의 리누스 미헬스 감독이 창안한 ‘토털사카’의 3-4-3 포메이션은, 1974년 네덜란드의 서독 FIFA월드컵 준우승과, 1982년 이탈리아의 스페인 FIF월드컵 우승 등의 성과를 내며, 포메이션 역사의 대표적 포메이션으로 당당함을 뽐내고 있다.
이같이 포메이션은 시대와 함께 변천해 오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고, 마침내 1980년대 들어와 포메이션의 혁신이라 할 수 있는 3-5-2 포메이션이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빌라르도 감독에 의하여 화려하게 등장했다. 1990년대 까지 유행하며 독일이 즐겨 사용했던 3-5-2 포메이션은 과거의 모든 포메이션을 응집시킨 포메이션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수 개개인의 포지션(Position)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선수 포지션이 상황에 따라 유기적이면서 신속하게 위치가 변화하는 것이 특징으로, 현재까지 세계축구 포메이션의 한 위치를 확고히 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명 ‘압박축구’로 지칭되는 3-5-2 포메이션은 선수기량과 체력 및 정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포메이션 구사는 위험 부담이 커 선택에 신중성이 제기 되어 있기도 하다.
그동안 4년 마다 개최되는 FIFA월드컵을 통하여 변화와 진보를 보여줬던 포메이션은 21C에 들어와 그 변화와 진보는 정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포메이션보다는 수비. 공격의 부분별 포메이션 형태가 강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으며, 이의 가장 대표적인 포메이션이 1990년까지 성행했던 수비 스위퍼 포메이션 퇴조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수비 스리백(3Back)과 포백(4Back)에 의한 일자(유럽형: -자, 남미형: ㅣ자) 수비인 '플랫 디펜스' 포메이션이다.
'플랫 디펜스' 포메이션 하에서의 축구는 더욱 빠르고, 더욱 정교한 플레이를 구사하지 않는 한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어, 21세기 축구는 '컴팩트 사카'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포메이션은 앞으로 어떻게 변모되어 발전을 거듭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서 3-5-2 포메이션 변형의 상황에 따른 3-4-2, 3-6-1 포메이션도 운영됐다. 그러나 당분간은 포메이션의 큰 변화 없이 3-5-2, 4-4-2 포메이션을 기초로 하여 전개되는 축구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패스 플레이를 바탕으로 하는 4-2-3-1과, 중원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4-1-4-1 등과 같은 포메이션 축구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선수들의 기량과 체력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관건은 이 같은 선수들에게 부합되는 포메이션을 접목시키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21C 축구는 포메이션에 과학의 접목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축구의 선수 포지션별 배치는 어디까지나 숫자에 불과할 뿐이어서 절대적인 포메이션은 없다. 진정 포메이션은 자국 국민성과 문화까지도 아우르는 독창성과 개성이 있는 가운데, 선수와 조화를 이뤄야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래서 포메이션은 유동적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뒤따른다.
축구에서 참 미묘하고 아리송한 것이 포메이션이어서 우리 모두는 지금 세계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축구 포메이션 탄생을 접할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다.
김병윤 / 전 서산농고 감독
자료출처 :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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